만화로 보는 회계학 콘서트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다케이 히로후미 그림, 박종민 옮김, 이상근 감수 / 멘토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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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로 풀어낸 회계의 모든 것

’회계’라는 이 익숙한 말을 종종 접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것이 무엇을 말하며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단지 기업의 ’복잡 미묘한 금전출납부’정도로만 파악했던 게 사실이다. 이따금 TV나 신문에서 ’분식회계’니 ’회계부정’이니 하는 말이 크게 보도되지만 그 근본적인 내용이나 의미에 대해선 알지 못한 채 ’나쁜 일이 터졌군.’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이러 한심한 수준에 있던 나를 한 단계 끌어 올린 게 바로 <만화로 보는 회계학 콘서트>다. 이 만화 덕에 조금이나마 회계에 관한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기업의 재무구조나 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만화로 보는 회계학 콘서트>는 유키라는 젊은 여성이 갑작스레 한 기업의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시작한다. ’기업의 리더’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그녀로서는 부담스럽고도 버거운 자리였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은 자리이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터라 그녀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이런 유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회계전문가 아즈미 교수다. 유키는 그를 찾아가 가르침 받기를 요청하고 아즈미가 내건 조건에 합의 한 뒤 이론과 실무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특이하고도 실용적인 회계학 강의에 참여하게 된다

유키를 위한 아즈미를 강의는 회계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회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회계에 있어 중요한 건 또 무엇인지 유키는 아즈미의 강의를 통해 하나하나 열심히 배워나간다. 그리고 나도 그 강의의 또 다른 수강생이 되어 회계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아갔다. 유키는 아즈미에게 배우 내용을 곧바로 실무에 적용한다. 하지만 미약한 지식으로 실무에 적용하다보니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때로는 그녀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지만 유키는 포기하지 않고 배움과 실천을 병행해 간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대목은 바로 전어와 참다랑어를 비교하는 부분이다. 판매단가는 낮지만 재료의 구매비용은 적고, 현금회수율은 빠른 전어가 재료의 구매비용은 높고 현금회수율은 늦은 참다랑어보다 사업적으로 유리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여기에 나온 ’회전율’이란 용어가 참 인상적이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배럭이나 게이트웨이가 많을수록 내 유닛이 계속 죽어도 병력이 충원되는 속도, 즉 회전율이 높아 상대에게 대응하기가 유리한데 단가가 싼 전어 역시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더 빨리 투자한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즈미의 강의는 이처럼 아주 쉬운 예를 들어 회계의 일반론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회계학에 등장하는 주요한 용어 역시도 그래프나 표, 혹은 아즈미표 그림을 이용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아즈미의 회계학 강의가 사장인 유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조언하고 있지는 않다. 아즈미는 유키가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영자가 되게 하기 위해 때때로 그녀에게 경영자적 자세를 묻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거나 여러 대안을 제시한 후 리더로서의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기도 한다. 회사의 위기라는 벼랑 끝에서 만난 회계학 강의, 유키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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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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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미치광이 그리고 끔찍한 살인

"내내 뭔가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데 막상 우리를 놀래는 건 상상 밖의 존재죠"

잔인한 살인마의 행적이 연일 온갖 미디어의 주요기사로 다뤄지는 가운데 이번에 읽은 <무덤으로 향하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의 실상과 동기에 대해서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돈과 유희를 위해 여성을 납치하고 범한 뒤 잔인하게 살해해서 유기하는 이 끔찍한 범행이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거의 비슷한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범죄도 충분히 실현가능한 아주 위험한 곳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현실의 살인마와 소설의 살인마, 이 둘이 저지른 범죄 형식은 아주 비슷했지만 그들이 치러야 했던 죄 값은 너무 달랐다. 그래서 현실 속 우리가 겪어야 할 울분과 불안은 계속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평범한 일상 속으로 갑자기 파고든 정체모를 '납치사건'으로 시작한다. 오래지 않아 납치사건은 살인사건으로 바뀌고 주인공 매튜 스커더에게 사건이 맡겨진다. 범행방식은 끔찍하고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더욱 좋지 않았던 건 단서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튜에게는 어리고 총명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는 매튜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전화'를 매개로 한 범인들과의 숨바꼭질은 차츰 매튜에게 사건 해결의 희망을 안겨주고 그 사이 벌어진 또 하나의 사건을 통해 점점 더 범인의 윤곽은 짙어진다. 마침내 매튜는 소설의 제목처럼 무덤으로 향한다. 그 무덤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 과연 매튜는 이 끔찍한 연쇄살인을 멈추게 하고 무참히 짓밟힌 채 죽임을 당한 여성들과 같은 운명에 처한 다른 희생자를 구할 수 있을까?

소설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급하게 달리지 않는다. 매튜는 사건의 개략적인 모습을 그리기 위해 여러 가정을 통해 범행루트를 추측하며 범행현장으로 생각되는 곳 여기저기를 떠돌기도 한다. 하지만 얻게 되는 건 별로 없다. 매튜의 이런 실적 없는 '생고생'은 어려운 사건을 맡은 주인공의 고된 일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눈에 보이듯 생생한 사실감과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매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나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화를 토대로 한 사건해결의 움직임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게다가 매튜를 비롯한 '해결팀'이 또 다른 부분에서 단서를 찾는 일을 시작해 사건해결을 위한 노력은 일방향이 아닌 다각도로 이루어진다. 즉, 여기저기서 물꼬가 트이는 가운데 소설은 차근차근 포위망을 짜듯 살인마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사건 해결의 정점이 되는 부분에서의 매튜와 살인마와의 '대결모드'다. 여기서 소설은 이 잔인한 살인마를 치밀한 미치광이에서 우매한 미치광이로 갑자기 격하시킨다. 살인마의 실체에 접근하는 과정이 아주 어려웠고, 그만큼 살인마의 행적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상 대치상황에서 그려진 살인마의 모습이란 한심하고 빈틈 많은 수다쟁이에 불과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설의 후반부는 참치가 아닌 피라미가 낚시 줄에 걸린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와 더불어 소설의 결말 역시 그저 '고약한 사건 하나 해결'에만 머물러 있기에 재미와 감동이 비교적 덜했다.

<무덤으로 향하다>는 사회성 짙은, 한 편의 의미 있는 추리물이 될 수 있었으나 그냥 현실성 짙은 추리물에 만족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창조해 내는 범인이란 얼마든지 잔인할 수 있으며 때로는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실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류의 살인마를 대하는 방법을 우리는 모른다. 그저 사형대에 올리거나 쳐 죽여야한다고 외칠 뿐이다. 사회적인 결함인지 어떤 풍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극악무도한 범죄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소설의 한 대목에서 '오락살인'이라 부르는 상식을 벗어난 범죄가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는 부분도 역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설은 좀 더 나아가 범죄의 뿌리를 파헤쳐야 했다. 살인마의 입에서 '고깃덩이'라는 말을 내뱉게 만들기 전에 그를 좀먹고 있는 음울한 사고의 동기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흥미로운 추리물 그 이상의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무덤으로 향하다>는 내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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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도 몰랐던 조선 - 신봉승의 조선사 행간읽기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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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역사에 대해 몰랐던, 그러나 알아야 했던 진실들

출간되는 단행본 역사서 중에서 양과 질 모두에서 단연 돋보이는 게 바로 조선에 관한 역사서다. 특정 시대건 사건이건 간에 정말 다양한 서적들의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듯 뭍사람들의 아주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조선사지만 사극과 역사소설의 두각으로 잘못된 역사 상식이 확산돼 실로 많은 단행본 역사서가 출간됨에도 불구하고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역사는 과거에 벌어졌던 사실이지 결코 생각과 상상의 소산이 아니다. 사극과 역사소설은 갈등상황과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 작가나 연출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다.

문제는 그 주관적인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맞물릴 때 발생한다. 확고한 역사적 지식의 토대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 주관적인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그렇게 잘못 받아들인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생각으로 공고히 해둔 채 사극과 소설이 아닌 검증된 역사서를 본다 할지라도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는 힘들다. 설령 생각을 바꾼다 해도 많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터이기에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조선도 몰랐던 조선>는 나의 이런 생각처럼 잘못된 ‘조선읽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조선의 역사가 더 이상 잘못된 사실로 얼룩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끊임없이 사실 그대로의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사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금가루도 거울에 묻으면 때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역사의 의의에 관한 아주 명쾌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제목과는 달리 나는 <조선도 몰랐던 조선>가 ‘몰랐던 조선’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보다 지금의 사람들에게 강조하고픈 내용이나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어진 인품과 강력한 실천의지를 지닌 세종에서 리더십의 원형을 찾고, 청백리로 유명한 유관 같은 인물에서 공직자로서의 도덕상을 구하고, 임금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신하들을 통해서는 직업적 소신이라는 위로부터 구애받지 않는 강직함을 찾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책에는 전에 알지 못했던 조선의 또 다른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 ‘역사를 위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역사읽기의 진정한 목적은 몰랐던 부분에 대한 채워짐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통한 반성과 성찰이 아닐까. 그렇다면 세종과 유관, 조광조와 같은 사람들은 역사책에 등장하는 그저 ‘책 속의 위인’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따라야 하는 스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도 몰랐던 조선>에는 나만의 ‘멘토‘로 삼을 만한 인물들의 진중한 삶이 수록돼 있다. 그래서 그 인물들의 삶의 궤를 따라가다 보면 어렴풋이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일 수 있다. 자기계발 서적이 아닌 역사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일은 미지의 섬을 탐험하는 일처럼 고되고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인물은 그보다 더 과거의 인물에서 그것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역사를, 또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왜 중요한 지 느낄 수 것이다. 역사를 아는 건 행복하다. 바로 거기에 내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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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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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전당에서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세계의 모든 신화>를 읽기 전, 이 책이 가능한 한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신화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최근에 읽었던 인도의 신화에 관한 책 <마하바라타>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외의 다른 신화에 눈을 돌리고 있던 나에게 그래서 이 책은 세계 신화의 또 다른 공간 속으로 안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세계의 모든 신화를 한 권의 책 속에 총망라하는 만큼 <세계의 모든 신화>는 간추린 신화이야기를 들려주고 신화 속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각 신화에 대한 이런저런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신화라는 것이 대게 그렇듯 그 답 역시도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신화와 관련된 물음 하나에 답하기 위해 도입된 역사적, 고고학적, 지리적 지식은 답변의 정확성을 떠나 신화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세계의 모든 신화>는 신화에 관한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래도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신화이야기는 이집트 신화와 인도 신화 그리고 아메리카 신화 정도였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약간이나마 각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는 점이다! 배경지식이 없었던 다른 신화는 읽는 와중 곧잘 맥이 끊기거나 앞장을 다시 살펴야 했다.

이집트 신화는 여러 소설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황금당나귀>, <시누헤>, <아누비스의 문> 등이 그것인데 이들 소설 덕분에 적어도 이시스 여신과 같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한 신에 대해서 그 특징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하바라타>를 통해서 알게 된 인도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한편 아메리카 신화는 잉카, 아스텍, 마야 문명이 나오는 중남미 문화에 관한 교양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었다.

약간의 지루함이 동반되기는 했지만 <세계의 모든 신화>가 안내하는 신화의 세계는 충분한 재미와 지적인 만족을 보장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계 신화의 원형찾기와 연계하기에 대한 노력을 재기하기도 한다. 만약 이 책이 특정한 하나의 신화에 대한 것이라면 응당 그 신화의 특징이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야 옳을 것이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하면서 서양의 회화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의 거의 모든 신화를 언급하고 있고, 그 속에서 나름의 보편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신화에 등장하는 '홍수 이야기'는 각 신화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족족 세계 신화 곳곳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강조되어 있다. 

책의 머리말에 저자는 <세계의 모든 신화>가 유럽중심적 관점에서 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관점이든 간에 서로 다른 신화를 연계해서 생각하는 시도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신화마다 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들, 각각 신화가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면 이런 우연은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신화는 민족의 이동과 종교의 파급에 따라 그 이야기가 변형되거나 대체되기도 했다. 스페인에 의해 언어는 물론 토속신앙까지 바뀌어 버린 지금의 남미대륙,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그리스와 이집트 그리고 로마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지역의 신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여러 신화를 함께 펼쳐놓아야 한다. 2003년 델포이 의식에 원인이 되었던 증기가 실재했다는 사실이 고고학자, 지질학자, 화학자, 독물학자로 구성된 팀의 공통조사로 확인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관계되는 여러 가지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내는 일은 신화라고 해서 예외일순 없다. 이제 신화도 더 큰 사고의 틀을 통해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내일의 신화는 분명 오늘과는 다를 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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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신화가 없는 아쉬운 책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3-24 17:00 
    이 책은 세계의 신화를 담은 책이다.그러나 세계의 모든 신화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먼저 저자는 우리의 신화를 빼고 집필한 점이다.  물론 우리에게 생소한 아프리카,아메리카 신화를 기재한 것도 좋은 점이긴 하지만 필자가 외국인인 탓에 우리나라 신화나 몽골신화,동남아시아 신화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다만 신들을 중심으로 배열한 점이 돋보이고 중국신화나 일본신화를 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목이 세계의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 - 망각의 20세기 잔혹사
정우량 지음 / 리빙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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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말소된 역사의 어두운 페이지

역사란 이름의 퍼즐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를 읽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인 사건도 좀 더 면밀하게 파고들어 가면 새로운 사실이나 또 다른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오니 말이다.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는 외신에 의해 짧게 보도되었거나 숱한 세계사 책에서 가볍게 다루었던 주요한 세계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표방하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보다 사실에 가깝게 접근한다.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전쟁과 대량학살에 관한 장으로 스페인 내전과 타이완의 2˙․ 28사건, 독일 드레스덴 폭격, 홀로코스트 등 지배 권력의 무자비한 탄압과 잔인한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혁명, 쿠데타, 스캔들에 관한 역사를 다룬 2장에서는 20세기 중후반 세계에서 벌어졌던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소개한다. 특히 일본의 관동군에 대한 내용과 당시 유럽을 뒤흔들었던 68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곧 패전국의 멍에를 짊어져야할 두 국가 일본과 독일은 비슷한 경험을 통해 지옥을 맛보게 된다. 두 번의 원폭투하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은 누가 봐도 곧 항복할 태세였다. 하지만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통해 빤한 승리를 확인시켜주는 무모한 살상을 자행한다. 영국 공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 역시 마찬가지다. 피난민들로 북적거리는 이 고풍스런 중세도시에 영국은 무자비한 폭격을 가해 다 끝나가는 전쟁에서 무의미한 사망자 수를 더 늘렸다.

2장에 나오는 아옌데 정부를 뒤엎은 피노체트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부분은 새로운 사실로 당시의 정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예였다. 마르크스주의자 아옌데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권익을 보장했지만 당시 칠레에 진출했던 다국적기업의 횡포와 미국의 개입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미국에 힘입은 피노체트에 의해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칠레 역시 군부의 손에 놓이지만 피노체트의 개혁으로 칠레의 경제는 안정을 되찾는다. 경제적 성과로 치면 다국적기업의 농간에 휘둘렸던 아옌데 시절에 비해 피노체트 시절이 훨씬 더 나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아옌데를 구국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성과가 있는 독재자보단 민중을 생각했던 아옌데가 더 후한 대접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인 사건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에서 벌어진 학살사건(2˙․ 28사건)은 대만이란 한 나라의 형성과정 함께 그들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와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한 조르게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긴박한 전황 속에 자칫 샌드위치가 될 뻔했던 소련이 그 위기를 넘기고 미 - 소 양극을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여기에 우리 386세대의 학생운동과 종종 비교되는 68혁명의 이야기는 당시 유럽에 들끓었던 자유를 향한 그들의 뜨거운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은폐되고 왜곡된 세계사를 전면에 내세운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는 역사의 이름 앞에 감출 수 있는 사실은 없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역사는 과거의 거울인 동시에 미래를 밝혀주는 빛이기도 하다. 숨겨야 할 정도로 끔찍하고 잔혹했던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일은 역설적으로 그런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 인류적 사명을 갖게 만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고통스런 역사의 반복과 재현을 막는 일은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가 남긴 유산을 되새기며 진지한 성찰을 해본다면 더 큰 자극과 동기로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인류가 더 이상 부도덕한 이유로 숨겨야 할 역사를 만들지 않기를 바라며 또 다시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가 재현되는 일이 없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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