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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도 몰랐던 조선 - 신봉승의 조선사 행간읽기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조선의 역사에 대해 몰랐던, 그러나 알아야 했던 진실들
출간되는 단행본 역사서 중에서 양과 질 모두에서 단연 돋보이는 게 바로 조선에 관한 역사서다. 특정 시대건 사건이건 간에 정말 다양한 서적들의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듯 뭍사람들의 아주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조선사지만 사극과 역사소설의 두각으로 잘못된 역사 상식이 확산돼 실로 많은 단행본 역사서가 출간됨에도 불구하고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역사는 과거에 벌어졌던 사실이지 결코 생각과 상상의 소산이 아니다. 사극과 역사소설은 갈등상황과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 작가나 연출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다.
문제는 그 주관적인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맞물릴 때 발생한다. 확고한 역사적 지식의 토대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 주관적인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그렇게 잘못 받아들인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생각으로 공고히 해둔 채 사극과 소설이 아닌 검증된 역사서를 본다 할지라도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는 힘들다. 설령 생각을 바꾼다 해도 많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터이기에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조선도 몰랐던 조선>는 나의 이런 생각처럼 잘못된 ‘조선읽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조선의 역사가 더 이상 잘못된 사실로 얼룩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끊임없이 사실 그대로의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사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금가루도 거울에 묻으면 때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역사의 의의에 관한 아주 명쾌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제목과는 달리 나는 <조선도 몰랐던 조선>가 ‘몰랐던 조선’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보다 지금의 사람들에게 강조하고픈 내용이나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어진 인품과 강력한 실천의지를 지닌 세종에서 리더십의 원형을 찾고, 청백리로 유명한 유관 같은 인물에서 공직자로서의 도덕상을 구하고, 임금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신하들을 통해서는 직업적 소신이라는 위로부터 구애받지 않는 강직함을 찾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책에는 전에 알지 못했던 조선의 또 다른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 ‘역사를 위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역사읽기의 진정한 목적은 몰랐던 부분에 대한 채워짐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통한 반성과 성찰이 아닐까. 그렇다면 세종과 유관, 조광조와 같은 사람들은 역사책에 등장하는 그저 ‘책 속의 위인’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따라야 하는 스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도 몰랐던 조선>에는 나만의 ‘멘토‘로 삼을 만한 인물들의 진중한 삶이 수록돼 있다. 그래서 그 인물들의 삶의 궤를 따라가다 보면 어렴풋이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일 수 있다. 자기계발 서적이 아닌 역사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일은 미지의 섬을 탐험하는 일처럼 고되고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인물은 그보다 더 과거의 인물에서 그것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역사를, 또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왜 중요한 지 느낄 수 것이다. 역사를 아는 건 행복하다. 바로 거기에 내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