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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신화의 전당에서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세계의 모든 신화>를 읽기 전, 이 책이 가능한 한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신화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최근에 읽었던 인도의 신화에 관한 책 <마하바라타>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외의 다른 신화에 눈을 돌리고 있던 나에게 그래서 이 책은 세계 신화의 또 다른 공간 속으로 안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세계의 모든 신화를 한 권의 책 속에 총망라하는 만큼 <세계의 모든 신화>는 간추린 신화이야기를 들려주고 신화 속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각 신화에 대한 이런저런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신화라는 것이 대게 그렇듯 그 답 역시도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신화와 관련된 물음 하나에 답하기 위해 도입된 역사적, 고고학적, 지리적 지식은 답변의 정확성을 떠나 신화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세계의 모든 신화>는 신화에 관한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래도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신화이야기는 이집트 신화와 인도 신화 그리고 아메리카 신화 정도였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약간이나마 각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는 점이다! 배경지식이 없었던 다른 신화는 읽는 와중 곧잘 맥이 끊기거나 앞장을 다시 살펴야 했다.
이집트 신화는 여러 소설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황금당나귀>, <시누헤>, <아누비스의 문> 등이 그것인데 이들 소설 덕분에 적어도 이시스 여신과 같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한 신에 대해서 그 특징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하바라타>를 통해서 알게 된 인도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한편 아메리카 신화는 잉카, 아스텍, 마야 문명이 나오는 중남미 문화에 관한 교양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었다.
약간의 지루함이 동반되기는 했지만 <세계의 모든 신화>가 안내하는 신화의 세계는 충분한 재미와 지적인 만족을 보장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계 신화의 원형찾기와 연계하기에 대한 노력을 재기하기도 한다. 만약 이 책이 특정한 하나의 신화에 대한 것이라면 응당 그 신화의 특징이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야 옳을 것이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하면서 서양의 회화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의 거의 모든 신화를 언급하고 있고, 그 속에서 나름의 보편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신화에 등장하는 '홍수 이야기'는 각 신화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족족 세계 신화 곳곳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강조되어 있다.
책의 머리말에 저자는 <세계의 모든 신화>가 유럽중심적 관점에서 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관점이든 간에 서로 다른 신화를 연계해서 생각하는 시도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신화마다 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들, 각각 신화가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면 이런 우연은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신화는 민족의 이동과 종교의 파급에 따라 그 이야기가 변형되거나 대체되기도 했다. 스페인에 의해 언어는 물론 토속신앙까지 바뀌어 버린 지금의 남미대륙,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그리스와 이집트 그리고 로마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지역의 신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여러 신화를 함께 펼쳐놓아야 한다. 2003년 델포이 의식에 원인이 되었던 증기가 실재했다는 사실이 고고학자, 지질학자, 화학자, 독물학자로 구성된 팀의 공통조사로 확인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관계되는 여러 가지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내는 일은 신화라고 해서 예외일순 없다. 이제 신화도 더 큰 사고의 틀을 통해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내일의 신화는 분명 오늘과는 다를 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