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필수 상식사전
정재학 지음 / 길벗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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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과 몇 년 사이 CEO라는 단어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널리 쓰이는 친근한 용어가 되었다. 대기업은 물론 동네 작은 가게에서 소규모 사업체까지 CEO는 ’사장님’을 대신하는 훌륭한 표현수단으로 자리잡았다. CEO가 이렇게 즐겨 사용되는 이유는 아마도 신조어의 유행이라기보다 기업의 책임자를 소유주가 아닌 경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일것이다. 누군가의 소유로만 여겨지던 기업이며 점포가 경영의 기술과 운용의 묘가 요구되는 경영의 장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CEO 필수 상식사전>은 CEO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경영법과 경영전반에 관한 상식 그리고 기업의 재무와 회계에 관한 기초지식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 분야에 손꼽히는 석학들의 이론과 그 이론이 담긴 저서들을 소개하며 경영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리고 왜 보통사람들도 CEO처럼 생각해야 하며, 경영에 관한 지식들을 습득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우선 책은 일곱 마당과 111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간간이 알토란같은 토막상식이 포함돼 있다. 첫째와 둘째 마당은 최신 경영 이론과 마케팅 기법을 다룬다. 볼링앨리 전략과 패스트 세컨드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법과 콜래보레이션, 앰부시, 플래그십 마케팅을 이용해 홍보를 극대화 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캐즘과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경영과 마케팅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들에 대해서도 귀띔해 준다.

셋째와 넷째 그리고 다섯째 마당은 주요 경영 전략과 경영의 기초, 기업 조직의 매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한다. 경영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짚어보며, 경쟁에서 살아남고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 모색한다. 또한 1등 기업이 되기 위한 효과적인 기업 조직의 운영 방법과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한다.

여섯째 마당에는 재무와 회계에 관한 기초상식이 담겨 있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건강진단서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회사 경영이 동맥경화를 일으켜 위기 상황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현금흐름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강조돼 있었다. 한편 기업의 재무 성적표인 대차대조표와 경영 성적표인 손익계산서가 어떤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어떻게 읽는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CEO 필수 상식사전>의 마지막 장은 경영의 대가들과 그들이 남긴 역작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한다. 실무자의 위치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뒤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경영의 대가로 거듭났던 그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사례로부터 추출했을 대가들의 이론들은 경영과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 빛나는 업적이 아닐 수 없다.

<CEO 필수 상식사전>은 경영과 마케팅은 물론 재무와 회계에 관한 지식까지 담고 있는 유용한 사전이다.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경영 마인드는 누구나 꼭 갖추어야 할 필수 교양임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고 또 경영하는 방법은 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같이 집중해야 할 역량을 찾고,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전략을 짜는 것임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경영이 더이상 나와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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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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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 재밌고 맛있는 이야기

<미식견문록>의 저자 요네하라 마리를 알게 된 건 동유럽을 다룬 어느 여행 산문을 통해서였다. 그 책의 서두에는 저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었다던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짧게 등장한다.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를 남다른 감수성으로 묘사한 그 부분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을 읽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라든가 <마녀의 한 다스> 같은 그녀의 작품은 그저 내 기억 속에서 그녀에 연결되는 수식어에 머물고 말았다.

<미식견문록>은 잊고 있던 그녀의 이름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었던 정말 반가운 책이었다. 책 표지 정면을 장식하고 있는 ’보드카’라는 술 이름을 보는 순간 동구권에 관한 책을 썼던 그녀가 맞구나 라는 확신과 함께 이 책을 통해 드디어 그녀를 만나는구나 하는 설렘이 일순간 마음에 가득했다. 조금 더 빨리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책들과 먼저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그녀의 맛깔난 문장과 재밌는 이야기를 보는 즐거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요네하라 마리가 들려주는 음식이야기는 서곡과 악장으로 이어지는 음악의 형식에 맞춰 다소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서곡에 해당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동시통역사 일을 하면서 겪은 작은 실수담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해묵은 논쟁으로 이어진 뒤 그녀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삶은 달걀’이야기로 멋지게 마무리된다. 달걀을 정말 좋아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돋은 극심한 아토피 증세로 먹는 걸 포기해야 했다가 우연찮은 기회로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먹는 것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제1악장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음식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의 끝에는 색다른 재미와 함께 고통스런 식욕이 남는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 책 어디에도 음식 사진이나 그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만 생생한 사진들로 채워진 그 어떤 요리책보다도 더 군침을 돌게 하고, ’먹고 싶다’를 연발하게 만든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국의 낯선 음식들이건만 나는 내 앞에 펼쳐진 밥상을 멀리하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특히 그 ’할바’이야기는 나에게 ’참을 수 없는 먹거리의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미식견문록>이 단순히 음식이야기에만 머물렀다면 그렇게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맹맹한 음식에 더해진 양념처럼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다양한 경험과 유별났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진하게 배어있다. 요네하라 마리의 어린 시절 추억은 물론 그녀에게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었던 동화나 전설 그리고 그녀의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음식에 매혹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하나의 양념이 되어 이 책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음식에 대한 끝없는 탐구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미식견문록>이라는 흥미로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맛보았던 진짜 할바의 놀라운 풍미에 빠져 기회가 되는 대로 할바 찾기에 나섰던 그녀가 지인들을 통해서 할바의 뿌리를 추적하는 대목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음식에 대한 열망이 이토록 대단할 줄이야! 반면에 어렵사리 찾아낸 음식을 맛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맛이라는 것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가치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지적이고도 유쾌한 음식여행은 ’삼촌의 유언’이라는 장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요네하라 마리에게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보여줬다던 그녀의 삼촌. 그녀에게 남긴 유언의 한마디조차 메뉴를 추천하는 것으로 대신했던 미식가 삼촌의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그녀 집안의 내력을 확인케 해주는 슬프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였다. 요네하라 마리가 들려주는 다양한 음식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그녀의 무한 애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문화나 역사가 아닌 위胃에 닿아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도 되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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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스물 세 번의 전쟁 이야기
정미선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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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킨 스물세 번의 전쟁

피 튀기는 전장, 절규하는 외침, 이와 동시에 쌓여만 가는 시체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에서 그 어떤 병사들도 자신들의 이 피흘림이 인간의 역사에 어떤 변화를 줄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묵묵히 죽지 않기 위해, 그저 명령에 따른 복종으로 적을 피하고, 칼을 휘둘렀다. 모든 싸움과 전쟁이 그렇듯 승패는 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가려진다. 자신이 살아남았더라도 아군이 전쟁에서 졌다면 목숨은 경각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승리했다면 잠시 동안의 편안과 안식이 주어질 테고, 곧 또 다른 전쟁 속으로 가야할 것이다.

죽거나 아니면 죽을 만큼 지치고 힘들거나, 싸움에 임하는 병사들은 물론 전쟁의 틈바구니에 끼인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이 남긴 상처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깊게 남았다. 전쟁은 가족을 빼앗고, 재산을 삼키며 누군가 이루었던 모든 것을 일순간 파괴시킨다. 화마(火魔)보다도 사악한 이 변고(變故)는 인류가 낳은 가장 큰 해악인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명과 인간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 커다란 일이었기에 인류에 역사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문명과 문명의 만남과 충돌, 병법과 무기의 개발, 동맹과 외교를 통한 개방과 성장 등등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의 파괴적인 일면 뒤에는 빛나는 문화사적 유산이 존재한다. 동서 문화의 충돌로 발생한 헬레니즘 문명은 무덤에 핀 꽃이었으며, 문명의 진보와 발전은 전쟁 무기의 개발에 힘입어 더욱 촉진되었다. 또한 경쟁적으로 해외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렸던 서구 열강들에게 원주민과의 전쟁은 어린아이에게 과자를 뺏는 손쉬운 이익 챙기기였고, 그들에게서 빼앗은 자원은 자국을 더욱 부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쓰였다.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는 페르시아 전쟁부터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스물 세 번의 전쟁을 시기별로 다루며 인류사에 전쟁이 남긴 변화의 궤적을 쫓고 있다. 전쟁은 끔찍한 재앙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은 알렉산드르 대왕이나 칭기즈칸과 같은 영웅을 탄생시키기도 해서 전쟁의 역사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이 책은 생생한 지도와 비교적 눈높이를 낮춘 설명 덕에 역사서가 갖는 지루함이 덜했으며 곳곳에 친절한 설명이 더해져 있어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전쟁기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에 등장하는 스물세 번의 전쟁은 분명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쟁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개까지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중동 전쟁이라던가 동서 대리전 양산을 띤 한국전쟁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전쟁이 아닐까 싶다. 중동 전쟁은 오일 쇼크를 일으켜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적이 있고, 한국전쟁은 표면적인 내용보다 남과 북을 둘러싼 더 많은 시사점이 있기에 이들 전쟁이 다뤄지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쉬웠다.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이 다소 서구로 치우친 감도 없지 않았다.

전쟁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인명의 손실을 초래하고, 인류가 일궈냈던 숱한 유산들이 파괴된다는 점은 같았다. 한 예로 이라크 전쟁은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앗아갔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귀중한 유산들도 함께 파괴시켰다. 더 나쁜 것은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생긴 이로운 점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파괴와 희생만이 있을 뿐이었다. 거리에 널린 헛된 죽음들, 지킬 수 없는 생명과 재산. 전쟁은 고통의 기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전쟁이 이 땅위의 평화를 위협하지 않기를, 누구도 전쟁으로 고통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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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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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경험한 그녀의 로맨틱한 일상

책 제목을 처음 보고 참 의아해 했다. <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이거 인도 여행기 아니었어? 인도가 로맨틱하다니, 너무 감상에 빠진 것 아닌가? 사람들의 겉모습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이를테면 삶의 철학이라든가 생에 대한 여유면 또 몰라도 어떻게 인도가 로맨틱할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불편한 잠자리와 오물투성이 거리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잠깐 로맨틱 했던 마음도 싹 가실 것 같은데 지은이는 왜 인도를 로맨틱하다고 했을까?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점을 발견하려 애썼다. 인도 여행기를 처음 읽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 책의 지은이가 썼던 다른 인도 여행기도 전에 읽었던 적이 있어 책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 많진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다고 느껴졌던 그 ’로맨틱’이란 단어가 갑자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인도에게 선사한 로맨틱이라는 수식어, 책을 위한 의도적인 홍보 문구가 아니길 바라며 작은 경험담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책을 읽어나갔다.

한껏 기대로 부풀어 있는 여행자에게 참을 수 없는 짜증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인도다. 넘쳐나는 호객꾼과 모르는 길도 당당하게 알려주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 그리고 호시탐탐 내 돈지갑을 노리는 좀도둑들은 여행자들을 낙담에 빠뜨린다. 하지만 지은이는 ’45일간의 짜증 희석 트레이닝’으로 이를 잘 극복한 것 같다. ’달라지는 건 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 적응 기간을 통해 비로소 뜨내기 여행자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도 여행이 좋은 이유 하나, 바로 저렴하고 싱싱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 역시 과일과 관련된 몇 가지 경험담을 들려주는 데 그 중 ’말라이 이야기’가 왠지 기억에 남는다. 코코넛 안에 들어있는 하얗고 달콤한 과육 부분인 말라이는 덜 익은 코코넛에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덜 익어 단단한 과육으로 성숙되지 못한 것이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성숙하지 못한 자에게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인간미처럼 말이다.

인도 여행이 좋은 이유 둘, 뭔가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이다. 안락과 청결을 마다하고 이곳을 택한 사람이라면 필시 이유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지은이가 만난 올리오라는 스페인 남자도 그런 인물이다. 연인과의 이별로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인도에 왔다는 그는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한없이 미칠 줄도 알아야 하고, 한없이 진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훌리오. 대충 적당히 그럭저럭 사는 나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는 한마디였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당연 소다. 사람들과 섞여 유유자적 거리를 누비는 소는 인도의 볼거리 중의 하나다. 거리낌 없이 ’막’ 거리를 활보하는 한 소를 보고 측은함을 느꼈는지 지은이는 특유의 감정이입으로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 소에게 말을 건다. 돌아오는 대답은 ’죽기를 각오하고 막 뛰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이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조차 머뭇거리지 않고 활기찬 인생을 살아야 하는 곳, 여기 인도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지은이가 느낀 로맨틱함이란 아무래도 인도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요소들에서 나오는 것 같다. 가난하지만 허투루 볼 수 없는 사람들, 때 묻지 않은 동심, 뜻밖의 가르침을 주고 가는 여행자 등등 결코 흔하지 않은 이런 소중한 경험들은 인도에서의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게 한 이유가 된다. 더욱이 인도가 빚어내는 새로운 일상에서 자신의 과오와 상처를 씻으려 부단히 노력했던 점도 지은이의 하루하루를 더 로맨틱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로맨틱한 나라 인도,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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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절판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는 아름다워 보인다.-43쪽

바람이 등을 밀어주었다.-122쪽

2군 경기는 처음 보았는데 지겹지가 않았다. 권태로운 플레이가 하나도 없었고 프로에서 흔히 보이는 거드름 피우는 선수도 없었다. 모두 진지했다. 아마도 1군에서 활약할 선수는 이 가운데 몇 명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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