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스물 세 번의 전쟁 이야기
정미선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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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킨 스물세 번의 전쟁

피 튀기는 전장, 절규하는 외침, 이와 동시에 쌓여만 가는 시체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에서 그 어떤 병사들도 자신들의 이 피흘림이 인간의 역사에 어떤 변화를 줄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묵묵히 죽지 않기 위해, 그저 명령에 따른 복종으로 적을 피하고, 칼을 휘둘렀다. 모든 싸움과 전쟁이 그렇듯 승패는 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가려진다. 자신이 살아남았더라도 아군이 전쟁에서 졌다면 목숨은 경각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승리했다면 잠시 동안의 편안과 안식이 주어질 테고, 곧 또 다른 전쟁 속으로 가야할 것이다.

죽거나 아니면 죽을 만큼 지치고 힘들거나, 싸움에 임하는 병사들은 물론 전쟁의 틈바구니에 끼인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이 남긴 상처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깊게 남았다. 전쟁은 가족을 빼앗고, 재산을 삼키며 누군가 이루었던 모든 것을 일순간 파괴시킨다. 화마(火魔)보다도 사악한 이 변고(變故)는 인류가 낳은 가장 큰 해악인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명과 인간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 커다란 일이었기에 인류에 역사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문명과 문명의 만남과 충돌, 병법과 무기의 개발, 동맹과 외교를 통한 개방과 성장 등등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의 파괴적인 일면 뒤에는 빛나는 문화사적 유산이 존재한다. 동서 문화의 충돌로 발생한 헬레니즘 문명은 무덤에 핀 꽃이었으며, 문명의 진보와 발전은 전쟁 무기의 개발에 힘입어 더욱 촉진되었다. 또한 경쟁적으로 해외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렸던 서구 열강들에게 원주민과의 전쟁은 어린아이에게 과자를 뺏는 손쉬운 이익 챙기기였고, 그들에게서 빼앗은 자원은 자국을 더욱 부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쓰였다.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는 페르시아 전쟁부터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스물 세 번의 전쟁을 시기별로 다루며 인류사에 전쟁이 남긴 변화의 궤적을 쫓고 있다. 전쟁은 끔찍한 재앙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은 알렉산드르 대왕이나 칭기즈칸과 같은 영웅을 탄생시키기도 해서 전쟁의 역사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이 책은 생생한 지도와 비교적 눈높이를 낮춘 설명 덕에 역사서가 갖는 지루함이 덜했으며 곳곳에 친절한 설명이 더해져 있어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전쟁기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에 등장하는 스물세 번의 전쟁은 분명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쟁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개까지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중동 전쟁이라던가 동서 대리전 양산을 띤 한국전쟁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전쟁이 아닐까 싶다. 중동 전쟁은 오일 쇼크를 일으켜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적이 있고, 한국전쟁은 표면적인 내용보다 남과 북을 둘러싼 더 많은 시사점이 있기에 이들 전쟁이 다뤄지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쉬웠다.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이 다소 서구로 치우친 감도 없지 않았다.

전쟁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인명의 손실을 초래하고, 인류가 일궈냈던 숱한 유산들이 파괴된다는 점은 같았다. 한 예로 이라크 전쟁은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앗아갔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귀중한 유산들도 함께 파괴시켰다. 더 나쁜 것은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생긴 이로운 점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파괴와 희생만이 있을 뿐이었다. 거리에 널린 헛된 죽음들, 지킬 수 없는 생명과 재산. 전쟁은 고통의 기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전쟁이 이 땅위의 평화를 위협하지 않기를, 누구도 전쟁으로 고통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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