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인간은 서로 상대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인 줄 알고, 그걸 평생 깨닫지 못한 채 한쪽이 죽으면 눈물을 흘리며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 P89

세간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형일까요. 어디에 그 세간이라는 것의 실체가 있을까요. - P89

신에게 묻는다. 신뢰는 죄인가. - P113

아아, 이 사람도 분명 불행한 사람이구나,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하니까, - P119

제 불행은 거절을 못하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데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서먹한 균열이 생기라는 공포에 떠는 겁니다. - P125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껏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 P128

"우리가 아는 요조는 무척 순수하고 눈치 있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착한 아이였어요."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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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는 행복조차 겁냅니다. 솜에도 다칩니다. 행복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 P59

세상 사람들의 말투에는 하나같이 이렇듯 까다롭고 어딘가 흐릿한, 책임 회피와 비슷한 미묘한 복잡성이 있어서, 거의 무익해 보이는 엄중한 경계와 무수하다 해도 좋을 성가신 흥정에 저는 늘 쩔쩔매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익살로 얼렁뚱땅 넘기거나, 아니면 무언의 긍정으로 죄다 맡겨버리는, 말하자면 패배자의 태도를 취하곤 했습니다. - P76

남의 마음에 드는 법은 알아도 남을 사랑하는 능력에는 결락된 부분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는 세상사람들에게도 과연 ‘사랑‘의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 대단히 의문입니다.) - P80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도 죄가 되지 않는 건가요. 저에게 분노의 가면을 주소서.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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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속고 속이면서, 그럼에도 신기하게 어느 쪽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실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쾌활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P25

아무리 ’엄숙‘한 장소라 해도 이 말이 한마디라도 불쑥 얼굴을 내밀면 순식간에 우울의 가람이 와르르 무너져 납작해져버리는 기분이 듭니다만, 홀리는 괴로움 운운하는 속된 말 대신 사랑받는 불안과 같은 문학적인 말을 쓰면 반드시 우울의 가람을 부수는 일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니 기묘하다고 생각합니다. - P34

이 일군의 화가는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 입고 위협받은 끝에 마침내 환영을 믿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똑똑히 요괴를 보았구나, 그럼에도 그것을 익살 따위로 속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거야, - P39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곧이곧대로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안이함,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따라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한 것에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잠긴다. - P40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꼭 마르크스로 맺어진 친밀감은 아니었습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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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행복의 개념과 세상 사람 누구나가 믿는 행복의 개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듯한 불안, - P15

고통스럽지 않은 게 아닐까? 철저히 이기주의자가 되어, 더욱이 그것을 당연한 사실로 확신하고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해본 일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편안하겠지, 하지만 인간이란 모두 그런 것이고 또 그걸로 만점 아닐까, - P16

저는 주위 사람과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합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익살이라는 끈 하나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라고 해야 할 위기일발의 진땀나는 서비스였습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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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게 낡아가는 것보다는 헐값이라도 받고 팔려나가 열심히 소모되는 편이 더 나은 걸까. - P280

두 세계 모두 내게는 너무 멀었다. 둘 중 무엇을 꺼야 할지 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 P282

말을 하고 나면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 P300

아무것도 참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불청객이 되고 싶었다. - P301

나로서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 작고 얕은 마음의 힘으로 - P328

그러나 빛이 있는 쪽으로 무한히 향하는 식물들처럼 나 역시 손을 거두지는 못하리라. 끝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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