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머지않아 그 모든게 추억이 되었다. - P141

소나타든 협주곡이든 관현악곡이든 대체로 모든 곡들은 결국 주제부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반복의 핵심은 반복되는 멜로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사이에 놓인 기나긴 음악적 여정에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 동일한 두 멜로디가 전혀 다른 해석을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 수민은 음악의 형식이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다. - P156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지나간 지금, 수민은 이제 자신 앞에 놓인 구덩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안에 던져 넣어야할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수민은 그중 가장 먼저 버리게 될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구덩이를 보며 그것이 구덩이가 아니라 울창한 숲 한가운데 기적처럼 드리운 빛의 자리라고 믿었던 과거의 자신이었다. - P160

그해 바다를 생각하면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슬픔은 어디서 이렇게 끝없이 밀려오나.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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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비로소 깨달았다. 어린 시절 자신이 끔찍이 싫어했던 불행의 냄새가 사실은 생존의 냄새였다는 걸 말이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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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반복되는 좌절을 통해 삶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기대감은 탁월한 적응력을 지닌 자생식물처럼 가슴 한편에서 끈질기게 싹을 틔웠다. - P55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떠올리면 다른 문제들도 덩달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오늘처럼 반갑게 눈이 내리는 순간에도 생각났다. 그 글귀가 들뜨지 말라고, 헛되이 기대하지도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엄정한 과학적 진실은 좋음으로도 나쁨으로도 귀결되지 않는다. 수민에겐 그 점이 의지가 되었다. - P58

수민은 오늘 아침 밥알처럼 부풀었던 마음의 정체가 다름 아닌 슬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수민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성한 세계가 무너지고 난 자리에 생겨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슬픔은 기대나 희망의 반대말도, 포기나 좌절의 표현도 아니었다. 단지 슬픔 그 자체로 수민 안에 태어나 마음속 어둠을 밝히는 무언가였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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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겠습니까? 울림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잘 들리는 법입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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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주고받음이 일종의 세상의 리듬이라는 것 - P15

산 정상의 마지막 고비에서 사람들은 가장 비관적이 되곤 하니까. - P17

더러운, 그러나 가능성으로 가득찬 진흙더미. - P26

수민은 이제 자신에게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아름답게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 단어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옆자리에 앉은 풋풋한 커플이나 그보다 어린 사람들의 것일 때만 좋아 보였다. 특히 결혼 후 그 말이 수찬의 입에서 튀어나올 땐 늘 싸움으로 번졌다. 어떤 때는 ‘현실‘이나 ‘인내‘ ‘책임‘ 같은 단어로 수찬의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신에게 가능성이란 이제 유효하지 않은 단어일까? - P26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 P34

세상은 개인의 실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굴러간다는 자명한 사실. 그런 자각이 아침마다 수민을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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