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뒤바뀌는 격변의 시대에 개인은 얼마나 고독하고 미약해지는 걸까? - P300
다들 나더러 살라고 해서 난 정말로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게 죽는 것과 뭐가 다르죠? 내가 사는 게 후씨 가문, 루씨 가문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모두 사라졌는데, 내가 후씨 가문 사람인지 루씨 가문 사람인지 누가 신경이나 써요? 다들 내 목숨을 지켜주려 했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몰라요. 이런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딩쯔타오는 이제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눈물이었다. - P257
그래, 먼지는 먼지일 뿐이지. 잊어야 하는 일이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든 결국에는 모두 잊을 수밖에. - P171
건축사가 없던 시대에는 오히려 알고 있었어. 건축이란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 속에 녹아 유기적인 한 부분이 되어야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말이야. 반면 지금은 대부분의 마을이 자연에 시위하는 형태로 건물을 짓지. 마치 봐봐, 내가 너보다 훨씬 대단하니까 더 빛나고 멋져야 해, 라고 말하는 것 같다니까. 그런 건축은 결말이 좋을 수 없어. 자연의 힘은 이길 수 없거든. - P140
항구 도시의 주머니와 영혼을 키우는 것은 ‘노동의 녹’이다.
먼지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과 시간의 흐름을 읽게 해주는 자취다. 어떤 것이 그곳에 있다는 것 또는 있었음을 알리는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