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행복의 개념과 세상 사람 누구나가 믿는 행복의 개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듯한 불안, - P15

고통스럽지 않은 게 아닐까? 철저히 이기주의자가 되어, 더욱이 그것을 당연한 사실로 확신하고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해본 일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편안하겠지, 하지만 인간이란 모두 그런 것이고 또 그걸로 만점 아닐까, - P16

저는 주위 사람과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합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익살이라는 끈 하나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라고 해야 할 위기일발의 진땀나는 서비스였습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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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게 낡아가는 것보다는 헐값이라도 받고 팔려나가 열심히 소모되는 편이 더 나은 걸까. - P280

두 세계 모두 내게는 너무 멀었다. 둘 중 무엇을 꺼야 할지 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 P282

말을 하고 나면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 P300

아무것도 참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불청객이 되고 싶었다. - P301

나로서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 작고 얕은 마음의 힘으로 - P328

그러나 빛이 있는 쪽으로 무한히 향하는 식물들처럼 나 역시 손을 거두지는 못하리라. 끝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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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호수나 강도 아닌 바다가 산이 되려면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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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 시선을 따라가자 구름이 갈라진 틈 사이로 햇살이 내려와 바다에 닿아 있었다. 햇살이 닿은 부분만 반짝였다. 둘은 한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둘 다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 P189

너무 바라는 거잖아. 어떻게 싹 다 토해내라 할 수 있냐, 조개한테. 어? 조개뿐이 아니야. 낙지는 또 어떻고. 존나 살아 있어야 되지? 막 다 썰어도 존나게 움직여야 돼. 그거 진짜 너무하는 거라고 생각 못하냐?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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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이미 오래전에 얼어죽은 것처럼 보였고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계속 걸었다. 저래도 봄이 되면 또 난리 나겠지. 나는 앙상한 나무들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또 난리 나겠지. 우르르 살아나서…… 또 아름답겠지. - P103

나는 다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을까.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도 또다시 뛸 수 있을까? - P147

나와 멀리 떨어진 죽음일수록 슬픔도 덜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묘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든 그것이 묘비라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 목덜미를 차가운 손으로 쓱 쓰다듬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비록 내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이나 심지어 동물이라 할지라도 결국 미소는 지워졌다. 관람객들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죽음은 불시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우리를 비탄에 빠지게 한다. 병마에 잠식당해 천천히 죽어가는 이를 겪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기력으로 밀어넣는다. - P167

그들의 죽음은 너무 가까운 것 같기도 했고 또 한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자 사진이 더이상 무섭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베티 스미스의 시선도 처음과 달리 애틋한 느낌이었다. - P168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마지막으로 내게 손을 들어 보이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알까. 그게 진짜 마지막이라는 걸.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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