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려고 하면 할수록 시야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빛 속의 무엇은 무엇일까? 무엇을 보려고 보는 것을 잃어버리기까지 하는가? 이 공포의 정체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 P104

겨울은 그렇게 깊고 추웠으므로 이별을 하면서도 제자리를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것처럼 버팅기다가 기어이 그 자리를 내주며 마지막으로 흐드러진 뜨거운 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그 춤 속에서 지나간 시간을 보았고 또 다가올 시간도 보았다. - P110

전통은 어떤 의미에서는 독재자이다. 독재자는 ‘혼자 말하는 사람‘이다. 전통이라는 게 주어져 있는 일방통행일 때 그것은 인간을 억압한다. - P113

어쩌면 모든 문명에 속한 모든 것이 그러하듯 우리가 쓰는 시도 한정적인 삶을 살다가 갈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잊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시를 쓰고 읽는 시간이 더 선연해진다. 이 시간은 우리가 살아 있으므로 가능한 우리의 사건인 것이다. 모든 이 지상의 일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 P114

함께 기댈 전통을 찾지 않는 그들은 각자 자신의 싸움터를 만들어낸다. 그 싸움터에는 매우 두터운 시간대와 드넓은 공간대가 나란히 한다. 그들은 과거에도 속해 있고 미래에도 속해 있으며 어떤 시간에도 속해 있지 않고 그들은 남성이고 여성이고 변성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시인이다. - P116

나는 시인이라서 시를 통하여 ‘나‘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내 안에 든 수많은 나와 타자, 다양한 시간과 공간, 그 안에서 정의되지 못하는 ‘인간의 시간‘을 보고 싶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대는 하얀빛이었다가 푸른빛이었다가 붉은빛이었다가
아니면 그 모든 색깔을 사유하던 시간의 첫머리였다고 - P63

뭔가 다 나간 자리에도 남아 있는 것은 언제나 있었다

몰랐을 뿐이었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마음은 비었고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손도 비었다
꼭 내가 당신을 배반한 것 같다 - P11

꿈꾸는 귀가 듣는 발자국 - P13

한때 이국의 시어들은 겉돌았고
아직 오지 않는 말을 향하여
이미 왔던 말들이 창밖의 바람을 흔들었다
그 바람 속에는 무엇이 있었나

말의 그림자만이 오십 년 전에 쓰인 그 말의 그림자만이
냉수를 마시며 지나간 말을 지우고 올 말도 지운다 - P36

저녁은 갑자기 오더니 어둠은 천천히 오시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신은 목적 없이 지상에 내려오지 않고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오만한 신념이며, 인간이 신을 숭배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 P266

성하는 잠깐 후회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흥할 부족과 쇠할 부족을 정하는가. 오랜 옛날에 내려왔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쪽 사람들에게도 죄가 없으며, 그들이 해를 입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진짜 신이라면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래도 나는 지구로 가려 해. - P115

벌점으로 배급을 줄이면 사람들은 물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돼. 자기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사람들은 배급이 줄면 윗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탓해. 그리고 자신을 실수하게 만든 옆 사람을 탓하지. - P142

돛단배를 위해 아이들과 종이로 꽃을 접어서 창가에 놓아두었어. 긴 세월을 혼자 여행한 그 작은 영웅을 위해서. - P141

항변하면 놀림감이 돼. 내가 불순분자들이 좋아하는 인권이나 노동권 같은 말을 하고 있대. 이제 그런 말은 다 조롱거리가 되었지. 다들 ‘이런 시국에‘ 하며 말을 시작하는데 그 ‘이런 시국‘이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 P145

보이는 대로 믿어서는 안 돼.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싶다면 눈에 보이는 영상보다는 인간의 신경계와 빛의 성질을 연구해야 해. 중요한 건 ‘왜 그렇게 보이는가’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야.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