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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의 절반은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8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파란색 캐리어와 맑은 하늘의 여행지,
표지부터 굉장히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여성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뒷모습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표지.
이 책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매우 기대되었다.
* 30살이 다 되도록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마미.
그녀는 이미 결혼도 했다.
신혼여행은 꼭 뉴욕으로 가고 싶어 했는데
망할 남편 놈은 은퇴하고나 가자고 한다.
* 그러다 우연히 플리마켓에서 발견한 파란색 캐리어.
마미는 충동적으로 그 캐리어를 사고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혼자서
뉴욕으로 떠나기로 한다.
처음 가는 해외 여행, 그것도 혼자.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마미의
첫 홀로 여행은 나름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 준 듯하다.
* 마미가 일본으로 돌아온 후,
하나에는 매년 한 번씩은 방문하는
홍콩에 가게 된다.
갑자기 캐리어가 고장이 나서
마미의 파란색 캐리어를 빌리고서.
하나에는 일본에서의 자기 모습과
홍콩에서 부유하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큰 괴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여행을
얘기해 주지 않는다.
*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달랐다.
하나에는 홍콩에서 우연한 행운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이 캐리어는 '행운의 캐리어'로
불려지게 되었다.
* 마미와 하나에를 시작으로 그녀의 친구들 유리카와 유코,
그리고 파란 캐리어를 둘러싼 이들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이 파란색 캐리어를 가지고 있을 때,
작든 크든 행운을 만났다는 것이다.
* 캐리어는 여러 사람의 손에 이끌려
뉴욕과 홍콩, 아부다비와 파리, 독일을 여행한다.
그만큼 여기저기 상처도 생긴다.
하지만, 캐리어는 옷장에서 깨끗한
상태로 있는 것 보다 이 편을 더 즐겼을지도 모른다.
* 그녀들의 여행을 뒤쫓아가 그들의 상처와
이야기를 목격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 여행 가고 싶다.' 였다.
중국과 베트남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지만 주로 내 여행지는 국내이다.
* 심지어 나도 마미처럼 신혼여행을
국내로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지만 그 당시
나의 몸 상태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로서
도저히 멀리 갈 수 없었다.
당시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다.
체코, 꼭 가보고 싶었는데.....
* 나는 '여행'이라고 하면 늘 아빠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일 때
아빠는 늘 주말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특별한 일이 있다거나,
내가 아프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봄, 여름, 가을이면 늘 떠나있었다.
* 당시에는 주 6일 수업이었고,
토요일은 오전만 수업을 했다.
대부분 학교가 끝나면 아빠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대로 여행지로 떠났다.
아주 가끔은 토요일에 눈 떠 보면
이불에 돌돌 말린 채 차 안이기도 했다.
* 사실, 나는 20살 이전까지는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주 6일 근무에 과감히 회사를 땡땡이 치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는 아빠.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이게 굉장히 드문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비도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아빠는 멀게는 강원도와 서울을,
부산과 거제도, 배 타고 흑산도와 홍도도 다녀와 봤다.
전라 남, 북도에는 안 가본 곳을 찾는 게 더 빠르다.
그러다보니 지금 남편이나 친구들과
가는 여행지는 대부분 아빠랑 먼저
가봤던 곳이었다.
* 한참 친구가 좋은 시절, 매주 그렇게
나의 동의도 없이 납치하듯 데리고 떠나는
아빠랑 엄마가 싫기도 했다.
나도 약속이 있는데!! 나도 사생활이 있는데!!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고,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여행을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빠랑 엄마처럼 주말마다 모시고 갈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다녀야겠다.
* 마미의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내 부모님과의 여행 계획으로 끝을 맺은 책.
덕분에 오랜만에 효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