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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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숲의신 #리즈무어 #은행나무


⭐ 찬란한 여름날의 실종, 맑은 공기 속에서 퍼지는 어두운 심연


* 직전에 짧은 소설을 읽었기에

이번에는 두꺼운 책을 읽기로 했다.

호평이 자자했던 책이라 궁금했던 숲의 신.

700 페이지에 가까운 페이지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 이야기는 1975년 8월.

유서 깊은 에머슨 캠프에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그 과거와 현재,

캠프를 소유한 가문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에머슨 캠프는 뉴잉글랜드와 맨해튼의 부유한

사람들이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캠프이다.


* 이 캠프에서 바버라라는 소녀가 사라졌다.

하필 그 아이가.

바버라는 캠프와 그 일대 삼림 보호 구역을

소유한 반라 가문의 딸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참가자가 반라 집안의 친구나

지인의 아이들인 이 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침대를 비우고 사라진 아이.


* 반라 가문의 아이가 숲에서 사라진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캠프 일대는 발칵 뒤집혔다.

14년 전, 바버라가 태어나기도 전에

실종되었던 그녀의 오빠 '베어'의

기억이 악몽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 캠프 지도교사인 루이즈는 바버라가 사라진 날,

자리를 비웠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상황은 루이즈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베어가 사라질 당시

체포 되었던 연쇄 살인범 제이컵 슬루터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바버라가 사라진 지금 그는 탈옥한 상태였다.


* 바버라의 실종으로 캠프는 일주일 먼저 끝나게 됐다.

형사들이 투입 됐고, 바버라와 친하게 지냈던

트레이시를 통해 바버라의 '남자친구'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현재 루이즈와 형사 유디타, 트레이시를 비롯해

반라 가문의 안주인 앨리스, 살인범 슬루터의

이야기를 통해 숲이 지키고 있던 비밀의 조각을 맞춰보게 된다.


*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반라 가문'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베어가 사라진 당시에도 현재에도

아버지인 피터 3세의 속내는 나오지 않아

그저 궁금해하고, 추측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단 한 챕터라도 피터 3세의 이야기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00페이지에 이르면 내려놓기 힘들다는

스티븐 킹의 말처럼, 이 책은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맑은 공기 속에서 퍼지는 어두운 심연,

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숲의 모습에

나는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귓가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반면에

소외되고, 한편으로는 불안해 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윤곽은 잡히지만

끝내 아무도 믿지 않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다층적인 시점의 변화 속에서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서

바버라가 느꼈을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부자와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

그들에게 기대서 살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

여성에 대한 혐오 시선과 진취적인 여성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에 대해서도 잘 볼 수 있는 책이었다.


* 책을 덮고 보니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보다

사건 이후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욕망과

기득권의 안위만이 남았다.

여름날의 찬란한 햇빛보다는 태풍에 휘몰아치는

나무들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다.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서늘함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서는 용기 있고

따뜻한 인간의 온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에머슨캠프 #반라가문 #사라진아이 #실종

#여름 #비밀 #조각 #어두운 #심연

#연쇄살인범 #탈옥 #과거 #연결

#독서일지 #오늘의책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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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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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14권이 생각보다 더디게 읽어지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음에 좌절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펼쳐본 15권은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수월하게 읽혔다.


* 백성들이 느끼기에 추상적으로만 생각되었던

가정부의 모습을 드러냈다.

친일파의 집에 가서 돈을 훔친 그들의 행동에

모두들 쉬쉬하면서도 눈짓으로

이야기들을 옮겨갔다.


* 국내 중국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던

만보산 사건도 다루었다.

중국에서, 일본에서 이중으로 고통 받던

백성들은 한 언론의 오보로 인해

그 분노를 표출해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이 되어 돌아왔다.


* 한편으로는 4000만이 넘는 중국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 윤봉길이 해냈다는

장제스의 극찬이 있었던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 사건도 이야기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선인.

독립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그들은 해냈다.


* 이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벌어진다.

난징대학살로 유명한 그날의 참극도 이야기 되고,

조선 청년들을 징집한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전쟁도 나왔는데

크게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계 정세 속에서

우리의 민초들은 어떠했나.

살림살이는 더러 나아졌을지언정,

늘 불안을 머리에 이고 지는 사람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자신의 생각들을 펼치지만

과도한 의견은 대립이 되었다.


*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했던 젊은 남녀는

결국 다시는 만나지 못할 운명이 되었고,

그들의 결실은 다른 이가 맡아주게 되었다.


* 길상과 두 아들이 함께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지내는 길상과

아버지의 과거를 생각하면서도

아버지가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이었다.


* 용정으로 간 홍이는 공노인의 유산을 받아

신경으로 넘어가 공장을 차렸다.

보연과의 사이도 원만하였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런데, 그 애미에 그 딸이라고

홍이에게 빌붙기 위해 찾아온 임이.


* 노파가 다 된 모습이었으나

짠한 구석 하나 없이 입에서는 또 쌍욕과 함께

뒷목을 잡게 하는 언행들이었다.

부디 홍이가 마음 단디 묵어서

임이 요 요망한 것에게 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야기는 어느덧 1930년대 후반을 지나고 있다.

이제 토지는 마지막 5부 다섯 권만 남았다.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 새 마지막이 닥쳐오니

오래된 인연들과 이별을 하는 기분이다.


* 역사가 스포라고, 이미 알고 있는 사건들을

만나게 되면 내심 반갑다.

그 일들을 이야기하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마지막 남은 5부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그들의 삶에서 사건이 될지.

최대한 빠르게 만나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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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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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여우누이다경 #서미애 #한끼


⭐ 가족의 틈 사이로 들어온 트로이 목마


* 오랜만에 한국 소설이 읽고 싶었다.

평소처럼 호흡이 긴 글이 아닌,

300페이지 안쪽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그리웠다.

처음에는 사극 로맨스를 뒤졌으나

하나같이 두께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고르다 운명처럼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여우 누이' 설화는 익히 알고 있다.

간절한 기도 끝에 태어난 귀한 딸이

가축들을 죽이고, 결국 오라비가 던진

호리병에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

그렇다면 현대판 변주곡인 <여우 누이, 다경>은

이 고전 설화와 얼마나 닮아 있고,

또 어디서 궤를 달리할까?


* 책은 첫 문단부터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예고 없이 벌컥 열린 문, 자신의 공간을

침범당했다는 큰아들 민규의 짜증과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엄마.

어쩜 엄마들의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토록 닮아 있을까.


* 민규와 엄마 세라의 다툼도 잠시,

가족은 아빠 정환의 절친인

경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넋이 나간

아빠도 걱정이었지만,

민규는 홀로 남겨진 경호의 딸

다경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천애고아가 된

다경 주변에는 위로 대신 유산 이야기만 속삭이는 친척들뿐이었다.


* 결국 다경은 '당분간'이라는 전제하에

정환의 집에 들어오게 된다.

둘째 선규는 상의도 없이 자신의 방을 내준

엄마에게 분노하지만, 자신의 짜증 때문에

다경이 울었다는 소식에 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딸 없는 집에 딸 같은 존재가 생긴 세라,

친구의 딸을 거두었으나 묘한 불편함을 느끼는 정환.

그렇게 다경은 한 가족 사이에 스며든

'트로이 목마'가 되어 조용히 그들을 파멸로 이끈다.


* 각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며 서술되는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뚜렷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지 않는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가해자가, 또 누군가는 피해자가 된다.

다경의 행동 역시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벌'이자 '복수'라는 측면에서

권선징악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행보가 전적으로

정의롭다고 단언하기엔 무리가 있다.


* 다경이 가족을 박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집에는 그녀가 오기 전부터

보이지 않는 틈과 상처들이 존재했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임에도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에 숨겨진 갈등은 깊었고,

다경은 그저 그 틈을 정교하게 파고들었을 뿐이다.

다만 빠른 전개 탓에 장면 전환이

다소 급격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특히 민규의 병원 장면 전에 서사를

쌓아줄 에피소드 하나만 더 있었다면 완벽했을 것 같다.


* 설화의 현대적 해석이면서 동시에

전혀 색다른 여우 누이의 탄생이다.

피 튀기는 묘사 없이 말과 행동만으로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가장 현실적인 여우 누이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여우

한 마리씩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아빠친구 #아친딸 #여우 #누이 #다경

#전래동화 #복수 #트로이 #트로이목마

#설화 #가족 #틈 #여우누이 #변주곡

#독서일지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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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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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소설 #시즈카할머니와은령탐정사 #나카야마시치리 #블루홀6


*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은령 탐정사의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표지를 보자마자 감이 왔다.

백발 노인에 휠체어,

하면 누군지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실버 콤비를 만나러 갔다.


* 전작에서 실버 콤비의 주 무대가 나고야였다면,

이번에는 도쿄였다.

다시 한 번 도쿄에서 뭉친 시즈카 할머니와 겐타로 할배.

물론 이들의 만남은 순전히 우연이었고,

시즈카는 겐타로를 보자마자 괴팍한 영감이라며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녀도 어느새 겐타로에게 물든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끌어 당기는 겐타로 옆에서

그녀도 스스로 사건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 이번 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역시 사회 문제였다.

의료 과실, 건축 비리, 고령 운전자 사고,

고독사와 살인까지.

사건들은 모두 달랐지만 그 안에는

무시할 수 없는 노인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 특히 고령자를 위한 의료 수급이 줄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 대신에 유료 요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의 사정은 참 씁쓸했다.

사람은 언젠가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런 마지막 순간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했던 선택들은

책 속이라고 해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고령 운전자 사고였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고령 운전자 사고들.

자신의 착오를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 및 시골로 갈수록

차가 없이 다니는 것은 불편하다.


* 나 역시도 부모님이 차가 없으면 다니기 힘든

지역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너무 공감 되는 이야기였다.

면허증을 지금 당장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이 노인 양반들이 차가 없어도 병원에 다닐 수 있고

생활 활동에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것이 선행 아닐까.

이건 당장의 내 부모님 뿐만 아니라

앞으로 늙어갈 우리에게도 주어진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을 읽으면서 눈 여겨 본 또 다른 것은

'죽음'이었다.

생명체의 삶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아무래도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은 이 실버 콤비에겐

더 가까운 단어로 다가왔으리라.

입버릇처럼 자신은 침대에서 곱게 죽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겐타로를 보며 이 할배, 역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마지막을 아는 독자로서는 씁쓸한

홍삼 맛 캔디를 머금은 것 같았다.


* 나고야에서 도쿄로 무대를 옮겼고,

행동의 주체도 겐타로에서 시즈카에게로 옮겨갔다.

겐타로에게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시즈카 할머니가 80이 넘은 나이에

노구를 이끌고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만나는 장면은 겐타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 무대포로 밀고 나가는 괴팍한 영감처럼

끝내주는 통쾌함은 없었지만 점점 더 그에게

물들어가는 시즈카를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두 노인이 부부 행세를 할 때는 어찌나 우습던지!

본인이 부탁했지만 왠지 똥 씹은 얼굴일 것 같은

시즈카 할매와 그저 신난 겐타로 할배의 모습이

겹쳐져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앞으로 어디선가 이 두 콤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싶지만, 왠지 나도 이 콤비의 이야기는

여기가 끝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미사키 요스케가 특별 출현으로 나타나 줘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봤지만

아무래도 '마지막'일 거란 생각에 매우 아쉽고 섭섭하다.

두 사람의 끝을 아는 나로서는 그저

천국에서도 두 노인의 실버 콤비가 계속 되길 바랄 뿐이다.

그 동안 고마웠어요, 나의 실버 콤비♥


* 출판사 도장깨기 69/96


#시치리월드 #도쿄 #겐타로할배 #죽음

#시즈카할머니 #시리즈 #미사키요스케

#여성 #판사 #건축가 #사업가 #콤비

#노인문제 #고령운전자 #고독사 #살인

#독서일지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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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ㅣ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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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개구리정원의살인 #황정은 #책과나무


* 황정은 작가는 작년에

『살인 오마카세』로 만나본 적이 있다.

그때, 한국에도 드디어 내 취향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작가가 나왔다고 감격했었다.

그리고 약 1년 만에 다시 만난 이번 작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촘촘한 구상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 배경은 ‘도심 속 궁전’이라 불리는

고급 아파트 교와 포레스트다.

배산임수의 자연친화적 환경과 다소니 연못,

어치산 등은 아파트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2년 전, 한 초등학생이 다소니 연못에서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못의 물은 빼버려졌다.

자연의 소리를 사랑하는 입주민 이정화는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쩍쩍 갈라진 연못을 보며 마음 아파했다.


* 그녀는 소심한 성격임에도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다시 연못의 물을 채워달라고.

일부 주민은 그녀와 뜻을 같이했지만,

벌레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연못의 물을

채우지 않았으면 하는 반대파도 생겨났다.

다소니 연못을 둘러싼 갈등은

B급 배우 강우혁이 이사 오면서 더 큰 균열을 불러왔다.


* 고급 아파트, 그 안에 피트니스 센터와

실내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던 여성들은

눈 돌아가게 잘생긴 배우에게 홀렸다.

연예인을 향한 동경과 자신을 향한 친절함이

곧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이는 가정을 등한시 하게 됐다.

그들은 강우혁 팬클럽을 결성해 매일

밤 늦게 쏘다녔으니 남편들이 좋아할리가. 


* 강우혁은 강남 제비족처럼 여자들을 털어먹었고,

물심양면, 몸과 마음을 바쳐 그를 보필한

그녀들을 협박하는 파렴치한이었다.

보통 연예인이면 소문이 무서울 텐데, 간도 크지.


*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다소니 연못 때문에 강우혁과 친해졌던

이정화가 투신 자살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강우혁의 협박이 있었다는

소문이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돌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강우혁이 야밤에

다소니 연못에서 익사한 채 발견되고,

이 살인의 현장을 목격했다는

입 가벼운 목격자는 의문의 독살을 당하게 된다.


* 고급 아파트를 둘러싼 불운의 기운.

중양 경찰서 지택근 형사는 탐문 수사 끝에

용의자를 추려내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묘한 침묵의 유대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지형사는 수사법을 바꾸기로 했다. 


* 약한 고리 끊어내기.

공범들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 자백을 받고,

이 자백으로 강한 고리의 죄를 입증하는 것이다.

과연 지형사, 이 단단한 결속들에게

지지 않고 죄를 밝혀낼 수 있을까?


*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가정 내에서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만

강요 받는 여성들의 매우 현실적인 모습과 함께

흔히 얘기하는 '여왕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회적 허영과 질투,

집단의 결속과 갈등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독자로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정말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을까?”였는데,

책이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그들 사이의 갈등과 균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누가 누구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가 뚜렷했다.

그래서 내심 마지막에 한 번 더 비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숨겨졌던 인물까지

마지막 반전은 예상 가능했지만,

현실적인 인물 묘사와 빠른 전개 덕분에 몰입감은 여전했다.


* 읽는 내내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던 책.

그들의 허영과 질투도 그렇게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빠른 전개와 현실적 인물 묘사가

단번에 독자를 아파트 안으로 끌어들이는 책이었다.

추리소설 입문자도 단번에 사건

안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교와포레스트 #균열 #약한고리

#추리소설 #한국소설 #살인오마카세

#사회심리 #아파트 #미스터리 #빠른전개

#현실적인물 #다소니연못 #비극

#독서기록 #독서일지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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