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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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비웃는숙녀 #나카야마시치리 #블루홀6


* 드디어 시치리 형님의

'비웃는 숙녀'를 꺼내 들었다.

이야미스 형태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만 했다.

남자 중심인 시치리 월드에서

이 숙녀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쿄코는

사촌인 가모우 미치루가 전학을 오면서

그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모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왕따를 주도했던

중심 인물을 없애버린다.

그리고 쿄코에게 조심스레 전한 한 마디.

"나, 아빠에게 매일 심한 짓을 당하고 있거든."


* 그 '심한 짓'의 실체를 목격한 쿄코는

자신에게 골수를 이식해 준 가족이자

한 몸과 다름 없는 친구인

가모우를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둘은 늘 함께 했다.

쿄코는 가모우를 닮고 싶어했고,

그렇게 성장한 두 사람은 같이 일했다.


* 성인이 된 쿄코는 동창회에 참석했고

은행원인 사기누마 사요를

가모우에게 소개시켜 준다.

가모우는 생활 컨설턴트를 하는 플래너로

생활 전반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가모우를 만난 사요는 단번에

그녀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가모우만이 그녀의 안식처가 되었다.


* 사요 뿐만이 아니었다.

이후로 만나는 쿄코의 동생 히로키,

또 다른 여성인 요시에 또한 가모우에게

동경, 혹은 연애의 감정을 가지고

그녀의 말에 현혹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가모우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작은 틈새를 이용한 것이었다.


* 힘든 생활에 지친 의뢰인을 만나

몇 마디 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가모우의 능력.

가모우를 만난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고, 그 뒤에는 가모우가 있지만

그 누구도 가모우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기에 원망도, 증오도 없다.


* 이런 모습은 한편으로 불쾌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쾌감을 불러왔다.

왕따, 아동학대, 사치와 횡령 등

눈 감아줄 수 없는 범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끝내는 가모우.

그녀는 과연 악녀일까 성녀일까.


* 그들은 모두 가모우를 숭배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분명 행복했으리라.

과정이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

따지라면 나는 과정 쪽이지만

이건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 묘하게 이끌리는 가모우를 보니,

아무래도 나도 홀렸나보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미모와

뛰어난 언변술에.

여기에 오랜만에 만난 아소 반장과

호라이 변호사.

가모우가 변호사를 불러 달라고 할 때는

미코시바가 나오면 어쩌나,

얼마나 쫄리던지!!


* 마지막에 웃는 가모우를 보며

기분 나빠해야 하는지,

잘됐다고 박수를 쳐야 하는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가모우를 만나면

그 누구라도 안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자라해도.


* 출판사 도장깨기 75/98


#이야미스 #일본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시치리월드 #스릴러소설 #심리미스터리

#가모우미치루 #생활컨설턴트 #악녀 #성녀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책추천 #소설추천 #출판사 #도장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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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이야기 - 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쟁취하는 조선 걸크러시 스토리
황인뢰 지음 / 예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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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장미이야기 #황인뢰 #예미


* 표지는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나

띠지에 그려진 여인, 그 문구가 나를 멈추게 했다.

조선판 걸크러시라니!

'장미'라는 여인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길래

제목부터 '장미 이야기'일까.


* 이 책은 초반부터 한문소설 '지봉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서사를 엮어 현대적인 감각의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냈는데,

이를 슬갑 소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이야기라

잔뜩 기대가 되었다.


* 우리의 주인공 장미.

반가의 여식이었으나 역모에 엮여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고 홀로 목숨을 건졌다.

그 뒤 기생 기향의 수양딸로 살면서 그 시대의

여인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들을 하며 지냈다.

맞다. 천방지축, 왈가닥, 천둥벌거숭이.

모두 장미를 지칭하는 말이다.


* 장미는 뒷골목의 불우한 아이들의

대장이 되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뜻을 펼쳤다.

'자에는 자로'를 원칙으로 삼아

못된 짓을 저지른 양반들에게 꼭 그만큼의

벌을 스스로 내렸다.

그런데 읽다보면 그 방법이 여간 신통하다.


* 조선시대, 그것도 양반도 아닌 중인 신분.

여기에 어린 여자 아이가 뭘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 밖으로 머리가 매우 좋았다.

노복을 죽인 양반의 아들을 잡아다가

아비가 보는 앞에서 고문을 시켜 앉은뱅이로 만드는가 하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의 원한을 풀기 위해

담을 넘기도 한다.


* 이런 장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기향은

사촌 오라버니에게 장미를 보내버린다.

한동안 잠잠하던 장미의 마음에 순풍이 불었다.

신선이 내려온 듯한 외모, 뛰어난 머리,

그럼에도 출사를 거부하고 낙계촌 안쪽에

만작당이라는 초당에서 지내는 김윤경.

집안도 좋은데 노복들에게는 또 얼마나 살가운지.


* 그가 장미의 눈에 들어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장미를 시름에 빠지게 했다.

철벽 같은 김윤경을 함락하고자 여인이 아닌,

다시 남장을 하고 류순정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함께 지내는 장미.

그에게 '봄뫼'라는 둘 만이 아는 호를 지어주기도 하고

묘한 브로맨스 분위기를 폴폴 풍겼다.


*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잠시,

기향의 방문으로 인해 장미는 한양으로

다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간 벌였던 일들이 올가미가 되어

장미의 주변을 옥죄어 온다.

잠시 몸을 피한다는 것이 궁으로 들어가는

가마에 올라타 그대로 궁녀가 된 장미.


* 이런 장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묘한 쾌감이 일어나면서 슬갑 소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온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분명 조선시대 여인의 이야기인데

현대적인 언어로 뜻풀이를 해서

그 묘한 괴리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친절한 설명으로 머리 쓸 것 없이

그저 작가의 의도대로 장미의 이야기를 들었다.

꼭 누군가 옆에서 아주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호쾌하고 호방한 장미와 봄뫼 김윤경,

지혜롭고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있는 이야기.

여기에 나온 모든 이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여성서사 #걸크러시

#역사소설 #한문소설 #슬갑소설

#장미 #봄뫼 #남장여자 #궁중소설

#서사맛집 #시대물 #로맨스

#책읽는여자 #독서기록 #독서일지

#책스타그램 #카타르시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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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괴담
오카자키 하야토 지음, 민경욱 옮김 / 팩토리나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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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점괴담 #오카자키하야토 #팩토리나인


* 서점과 괴담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고서점이 아닌, 일반 신간 서점에서

일어나는 괴담이라....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지도 궁금했고

어떤 괴담들이 있을지 기대됐다.


* 여기서는 화자의 이름을

작가 이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오카자키 하야토.

두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 슬럼프에 빠진 그는

우연히 서점 직원에게서 들은 기묘한

이야기를 계기로 '서점 괴담'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 편집자인 히시카와는 서점과 관련된

괴담들을 수집하기로 하고,

잇따라 서점들 안에서 일어나는

괴이 현상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필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괴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이 괴담들을 보기만 했는데도

몰골이 송연해지며 괜히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꽉 막힌 벽에서 바람이 살랑이는 듯했다.


* 그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드는

오카자키와 히시카와.

그들은 그 안에서 한 '아이 유령'을 발견하게 된다.

오카자키는 자신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발을 빼야 하나 고민에 이르지만

히시카와는 이 책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며

뭐에 홀린 듯이 더욱 더 깊이 파헤치고 든다.

이 과정에서 히시카와에게 서점에서 일어난

괴이 현상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 아이 유령의 정체와 그가 어떻게 동시에

여러 서점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무서워 하면서도 끝까지 읽어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친숙한 장소인 서점을

공포의 세계로 탈바꿈하며 앞으로 과연

서점에서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 모큐멘터리 형식인 이 책은

현실과 크게 구분되지 않아서 더 섬뜩했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이게 어디까지 실화이고

어디까지 소설일지 궁금했지만

검색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요즘 날씨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현실적인 공포였다.

당분간은 무서워서 서점 근처에도 못 갈듯 하다.

혹시 가게 되더라도 소금 한 주먹 쥐고 가야겠다.

부디 책이 빠진 빈 틈을 주시해서 보지 않길 바란다.

그 틈 안에 어떤 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니.


#공포소설 #괴담소설 #모큐멘터리소설

#일상공포 #현실공포 #책추천

#독서기록 #독서일지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여름독서 #서점 #책장너머 #공포 #독서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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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의 아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박지현 옮김 / 북플라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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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위층의아내 #프리다맥파든 #북플라자


* 오랜만에 읽는 파든이 언니 책이다.

'위층의 아내'.

어째서 이런 제목을 붙이고 있는지,

화자는 누구일지, 또 이 언니가

얼마나 얼얼한 뒷통수를 선사할지 기대됐다.


* 프리다 맥파든 책을 읽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여성이 주인공이고, 고립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끝까지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시작은 '우연'이었다.

화자인 나, 실비아는 카페에서 우연히

기도가 막힌 노부인을 도와준다.

하지만 그녀는 실비아에게 이상한 누명을 씌웠고,

그때 실비아를 도와준 잘생긴 남자가

바로 아담이었다.

"혹시 운명을 믿어요?" 라는 말과 함께.


* 면접에 못 가게 된 실비아는 그렇게

우연한 운명에 기대어 아담의 면접을 보게 된다.

마음 속에서는 이상한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지만

당장 먹고 살 처지가 궁했던 실비아는

애써 그 예감을 무시하고 아담에게 고용된다.

그의 아내, 빅토리아의 간병인으로.


* 그렇게 롱아일랜드에 있는 아담의 집으로

가게 된 실비아는 빅토리아를 만난다.

사진으로 본 눈부시게 빛나던 여자는 없고,

사고로 인해 오른쪽을 전혀 못 쓰고,

휠체어에 앉아 2층에서만 생활하는 여자였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음식도 늘 갈아서 먹여야 했다.


* 그런 여자가 실비아를 인지했다.

아담은 그녀기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지만

실비아는 아직 그 몸 속에 빅토리아가 있음을 알았다.

빅토리아는 몇 개의 단어로 실비아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찾게 했고,

그 일기를 읽으면서 실비아는 잘생기고 돈 많은

아담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점점 더 확실하게

실비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게 되는데......


* 처음 읽었을 때는 역시나 프리다 맥파든! 했다.

우연한 운명에 누가 봐도 완벽한 남자.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보는 잘 나가는

베스트 셀러 작가와 한 집에 머무는 것이

나도 실비아 만큼 기대되었다.


* 하지만 빅토리아의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실비아와 똑같이 독자 역시 이상한 위화감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현재 실비아가 보고 있는 아담과

과거 일기장 속의 아담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에.


*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른 채,

끝까지 두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리고 뒤로 가면 갈수록 '설마', '혹시'하던

일들이 일어났고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상 가능했던 이야기에 나의 기대는

처참하게 부숴졌다.


프리다 맥파든 하면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반전이 매력인데 너무 뻔한 반전 구조였다.

실비아가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일기장 하나로 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힘은

분명 뛰어났지만, 그 의심을 뒤집는 결정적인

반전이 부족했고 몇몇 인물의 선택 역시

충분히 설득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데

파든이 언니도 이럴 때도 있는거지 뭐,

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이제는 정말 '하우스 메이드'를 읽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추천 #책리뷰 #북스타그램

#스릴러소설 #심리스릴러 #의심

#완벽한남편 #숨겨진진실 #일기장

#간병인 #롱아일랜드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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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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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1939년명성아파트 #무경 #래빗홀


* 한국 소설이 읽고 싶어서 꺼내든 책이다.

'1939년 명성아파트'.

일제 강점기인 그 시절, 경성 변두리에

지어진 고급 아파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긴걸까.


* 시작은 억울함이었다.

식모 입분은 양갱을 훔쳐 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주인에게 매를 맞은 뒤 쫓겨난다.

하지도 않은 일을 부정할 수조차 없는 어린아이.

그 장면에서부터 마음이 꽤 쓰렸다.


* 그렇게 추위에 벌벌 떠는 입분의 눈에

막 주인 집에서 나오는 여성이 들어왔다.

다짜고짜 "마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애걸한 입분.

몇 가지 물어보던 여성은 입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를 명성아파트로 데려갔다.


* 그렇게 새로운 주인 밑에서

보다 나은 식모살이를 하게 된 입분.

어느덧 반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즈음,

아파트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2층에 사는 정작가를 필두로

아파트 내에서 영화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마쓰 감독을 비롯한 영화 촬영인들은

명성아파트 빈 방에 머물게 되었고,

그때부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입분은 마쓰 감독의 제안으로 마님을 돌보면서

그들의 밥도 해주게 되었다.


* 영화 촬영팀이 들어오면서

아파트는 갑자기 들썩이기 시작한다.

낯선 사람들, 낯선 분위기.

어딘가 불안한 공기가 감돌던 그때—

사건이 터진다.

관리인 우에다 씨가

201호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리고 벽에 적힌 단 한 마디.

‘대한독립.’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아파트는 폐쇄되고,

입분과 마님은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열두 살 소녀가 순사 앞에 서 있는 장면은

읽는 내내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이건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시대 자체가 주는 공포에 가까웠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두 번째 사건이 벌어졌다.

4층의 유진언니가 사망한 채로

1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영화 촬영을 하기로 했던

아파트 관계자 두 명이 살해 되었고,

최초 목격자 또한 마님과 입분이었다.


* 아파트가 곧 허물릴 거라는 얘기가 있고,

입분은 다음 거취를 정해야 했다.

하지만 입분에게 친절했던 우에다 씨와

유진언니를 죽인 범인을 밝히기 전까지는

화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마님의 말을 길잡이 삼아 하나씩 생각해 보는 입분.

그녀는 과연, 소설 속 명탐정 셜록처럼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 암울한 시기에 식모살이를 하는 입분을

중심으로 명성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빠른 전개와 더불어 실제로 입분이 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어른이 아닌 열두 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으나

착하고 곱디고운 입분은 영영 몰랐으면 싶었다.


*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각시탈 같은 존재가 나타나줬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씁쓸하다.


*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보니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의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겐 평범한 하루였겠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괜히 더 애틋하게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입분의 성장과 마님의 일상은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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