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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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내남편을팝니다 #고요한 #나무옆의자

* 고요한 작가님의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이 있다.
어쩜 이렇게 아줌마들 마음을 정확히 짚어낼까.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도 그랬고,
이번 신작 『내 남편을 팝니다』는 제목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생각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장바구니에만
담아둔 채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신작은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
마침 한국 소설이 읽고 싶던 타이밍이기도 했다.

*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가자 제목을 본 남편이 흠칫 놀란다.
“왜 쫄아?” 하고 물으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 팔려가?”라고 묻는다.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얼마에 팔렸는지 읽어보고 생각해 볼게.”
라고 말하고 책을 펼쳤다.
근데… 너 왜 갑자기 설거지하러 가?

* 해리는 명함에 적힌 알파벳을 주소창에 입력하고
남편을 파는 '비밀 클럽’에 가입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들은 “니 남편도 팔아버려”라는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문틈으로 건네진 명함 한 장이 부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 가입비 50만 원을 내고 비밀 클럽에 입장한 해리.
남편 마틴은 처음엔 자신을 판다는 말을
농담으로 여겼지만, 휴대폰 화면을 보는 순간 소리를 빼액 지른다.
“저 여자들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이혼할 사이,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개털 되느니
마틴이라도 팔아 본전을 찾자는 해리의 말과,
그 돈의 절반을 나누겠다는 제안에 결국 마틴도 동의하게 된다.

* 클럽에 들어가자마자 도로시라는 인물이 접근하지만,
이건 해리가 생각한 ‘판매’와는 달랐다.
미친 사람에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며
화를 누른 해리는 이번엔 제대로 제목을 달아 글을 올린다.
〈내 남편을 팝니다〉.
마틴의 정보를 적자마자 “사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상도덕을 무시하던 해리는 경고를 받은 끝에,
비밀 클럽을 만든 유 회장을 회유해 마틴을 파는 경매를 열게 된다.
이제 남은 건 마틴의 몸값을 올리는 일뿐이다.

*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연령도, 직업도 제각각이다.
장소를 제공한 카미유, 압구정, 루비통과 선글라스,
그리고 죽지도 않고 돌아온 도로시도 한참 뒤에 또 나타난다.
각자가 마틴을 사려는 이유도 모두 다르다.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들이지만,
한 꺼풀 더 들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 마틴은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였다가,
순식간에 여러 여자들이 거액을 주고도
사지 못해 안달하는 남자가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 결혼 생활을 강물에 띄운 종이배에 비유한
장면도 인상 깊었고, 각자가 가진 사연들 역시
고개만 돌리면 마주칠 법한 이야기라 무척 현실적이다.
거기에 압구정 할매의 입담으로 유머까지 챙겼다.

* 나는 부부란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유일하게 혈연이 아닌,
오롯이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
그래서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방식이든.
그렇기에 마지막에 해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 천하의 나쁜 X…” 하고 욕이 튀어나왔다.
지켜야 할 건 지켜야지!
너 그러다 벌 받는다!!

* 욕하면서 책을 덮자,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쪼르르 달려와 또 묻는다.
그래서 자기는 팔려가냐고.
“로또 1등 금액이면 팔아볼까 했는데,
그 절반도 안 돼. 안 팔래.”
그랬더니 갑자기 엄청 신이 나서,
다음엔 마곡 갈 때 퇴근하고 데리러 오겠단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오는데만 두 시간이라고 싫다며.

* 괜히 궁금해져서 나도 물어봤다.
“오빠는 누가 나 팔라 그러면 팔 거야?”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너 팔려면 돈 주고 팔아야 돼.”

* 잠깐만…
당근마켓 앱, 내가 어디에 넣어놨더라……?

#비밀클럽 #경매 #속사정#가장가까운타인
#한국소설추천 #당근 #부부 #현실 #토크
#블랙코미디 #설거지 #유발 #도서 #현실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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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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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소설 #초크맨 #cj튜더 #다산책방

* 집에서 마곡까지 왕복 약 5시간.
나가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초크맨』을 집어 들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읽다 보니
길바닥에서 또 이렇게 한 권을 끝냈다.

* 에디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네 명의 친구가 있다.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
모두 별명이 있지만 니키에게만 별명이 없다.
아무리 아닌 척 애를 써도 여자애이기 때문이다.
1986년, 열두 살의 그들은 매주 토요일에 만나
서로의 집에 번갈아 놀러 가거나,
놀이터에 가거나, 가끔은 숲에서 놀았다.

* 하지만 그 일이 있던 그날에는 축제가 있었다.
그 축제에서 에디는 새로 올 예정이던
선생님 핼로런과 함께 심하게 다친 댄싱걸을 치료해
마을의 영웅이 된다.
그 이후 에디는 핼로런에게
알 수 없는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엔 일련의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 핼로런은 에디에게
예전에 친구들과 했던 작은 규칙을 알려주고,
에디는 그 놀이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대로 옮긴다.

* 그 놀이는 그들만의 규칙, 그들만의 비밀 언어였다.
초크로 그린 그림.
길 위에 남긴 단순한 그림들은
서로를 부르는 신호가 되고,
비밀 장소로 안내하는 암호가 된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은 초크 그림을 따라간 끝에서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아이들의 여름은 끝났고
각자의 삶은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 30년 후, 성인이 된 에디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한다.
봉투 안에는 단 하나의 그림—
초크로 그린 사람 형상이 있었다.
그 그림을 시작으로
과거에 묻어두었던 사건과 기억들이
하나씩 현재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 아이였기에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면해 왔던 선택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된다.

* 『초크맨』은
어린 시절의 장난이 어떻게 비극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따라간다.

* 1986년, 열두 살의 에디와
2016년, 마흔두 살의 에디를 번갈아 보여주는 서술은
그날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보게 한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초크 그림은
어느 순간부터 신호가 되고, 암호가 되고,
결국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들이
뒤로 갈수록 의미를 바꿔 돌아올 때,
이 소설은 조용히 독자의 발목을 잡는다.

*C.J. 튜더는 공포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틈,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권력 관계,
어른들의 무심함 같은 것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쌓아 올린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현실적이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한 이유다.

* 요양원 할매가 그렇게 힌트를 주는데도
끝까지 못 알아먹는 에디를 보며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봤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그 할매 말을 온전히 다 믿을 수 있었을까.

* 『초크맨』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외면해 온
과거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 장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을
끝내 멈추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꿉친구 #비밀언어 #분필 #댄싱걸

#추리소설 #암호 #돌아온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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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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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책의등뼈가마지막에남는다 #샤센도유키 #김은모 #블루홀6 #협찬도서

* 올해 처음으로 받은 서평책은 블루홀6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였다.
애정하는 작가 샤센도 유키의 신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표지가 말 그대로 미친 퀄리티였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성의 몸,
‘포로가 될 테니 읽지 않는 게 낫다’는
노골적인 경고가 적힌 띠지까지.
총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제목처럼 책등이 뼈처럼 드러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샤센도 유키가 이번에는 어떤 이계를 보여줄까.
펼치기도 전부터 이미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샤센도 유키가 만들어 놓은
이계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여행자가 만나게 된 한 권의 책.
그런데 그 책은 맹인이었다.
양쪽 눈은 달군 쇠막대로 지져 뭉개졌고,
참혹한 화상 흉터 위에는 반짝이 가루가 덧칠되어
마치 얼굴을 가로지르는 강처럼 보였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 이 작가는 역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상복처럼 새까만 드레스에는
색색의 끈들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가름끈’이라 불렸다.
그렇다. 이곳은 폐가 있는 책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권의 책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뿐이지만,
여행자가 만난 그 책은
무려 열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사람들은 편의상 그것을 ‘열’이라 불렀다.

* 이 작은 나라에서는 종이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야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종이 대신 선택된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요청이 있을 때 그것을 들려주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극히 드물게 ‘오식’이 발견될 때,
즉 책들이 전하는 이야기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중판’이 진행된다.

* 새장 안에 갇힌 두 권의 책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옳은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옳다고 인정된 쪽은 살아남고,
틀렸다고 지목된 쪽은 파본 처리된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순간,
독자는 왜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 종이책이 금지된 나라에서
종이 대신 인간이 선택되었다는 설정도 충격이었지만,
책이 ‘책’으로서 지니는
긍지와 자존심은 그 이상으로 인상 깊었다.
그 안에서 ‘열’은
아무도 가지지 않은 열 가지 이야기를 품은 존재였고,
이번에는 ‘백행 공주’,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 공주 이야기로
중판에 들어가게 된다.

* 중판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그 불길의 열기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감탄했고,
몇 번이나 숨을 삼켰을까.
첫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거의 환호에 가까운 감탄을 터뜨렸다.
독특한 세계관과 추리소설 같은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개는
정말 ‘자발적 포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저 여기 있어요!!!!
잡아가세요!!! 정말로요!!!!!!!!!!

* 이외에도
「죽어도 주검을 찾아 줄 이 없노라」,
「도펠예거」,
「통비 혼인담」,
「금붕어 공주 이야기」,
「데우스 엑스 테라피」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샤센도 유키만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도사린 잔혹함,
이중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다수가
소수를 희생시키는 구조,
그리고 작가 특유의 SF적 상상력까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 첫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운데 놓인 다섯 편의 이야기는
열이 품고 있던 또 다른 열 가지 이야기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한 건,
내용을 그대로 상상하면 꽤나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데도
묘하게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포로라 불러도 좋고, 노예라 불러도 좋다.
뭐가 됐든 나는 이미 완전히 홀려버렸으니까.
살면서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홀려본 건 처음이다.
유키 동생,
언니는 앞으로도 기꺼이 네 포로가 될게♥

* 출판사 도장깨기 64/94

@blueholesix
#잘읽었습니다

#등뼈 #중판 #파본 #새장 #세계관 #최강
#비블리오 #마니아 #그로테스크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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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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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소설 #마가 #미쓰다신조 #현정수 #북로드

*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이다.
첫 번째 책에서 뱀신과 빙의를 소재로 한 흉가,
두 번째 책에서 기시감과 살인사건을 다룬 화가에 이어,
이번에는 삼촌과 함께 별장에서 지내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유마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 유마는 순수문학 작가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머니가 선택한 상대는 세토 도모히데라는
고지식하고 엄격한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삼십 대 후반의 동생,
세토 도모노리가 있었다.
유마는 냉정한 새아빠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삼촌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

* 하지만 어머니가 재혼 후
곧 임신을 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새아빠가 해외 발령을 받게 되자, 그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만 데리고 떠나고 싶어 했다.
결국 유마는 일본에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 유마를 맡길 곳이 필요해지자 삼촌이 나섰다.
여름방학 첫 날, 삼촌은 아침 일찍
유마를 데리러 왔다.
형이 해외에서 유마에게 맞는 학교를 찾는 동안
유마를 대신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 그렇게 유마는 삼촌이 소유한 고무로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에는 삼촌의 여자친구인 사토미 씨도 함께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삼촌은 사업상 도쿄로 오가야 했기에
유마와 사토미가 단둘이 지내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이 기묘한 동거의 첫날 밤부터 저택 안을
배회하는 정체 모를 형체가
유마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 삼촌의 말에 따르면, 저택 뒤편의 숲은
사사 숲이라 불리며 옛날부터 가미카쿠시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현상을
요괴나 귀신의 짓으로 여기는 전설)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
사실 삼촌이 고무로 저택을 소유하게 된 이유도
이 숲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다.

* 유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두 번이나 이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숲과 형체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저택의 형체에 이끌린 유마는
사사 숲 깊숙이 있는 나무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 유마는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 이야기의 막바지로 갈수록
진짜 공포는 요괴나 이세계가 아닌
인간 그 자체임이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확인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다.
'역시, 유독 똑똑하더라니'라는 깨달음이
잔혹한 미소와 함께 남았다.

*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집 그 자체보다는
집 주변의 숲과 전설에 더 집중한다.
집 안에서도 괴이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결국 숲이었다.
그 숲 속에서 유마가 왜 발을 들였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는
작품 후반부에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세이의 이야기는 그저 슬프다는 말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사사 숲과 가미카쿠시, 이세계와 나무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악의와 살의.
여기에 미스터리와 약간의 추리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완성된다.
이 모든 장치들은 결국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였다.

* 미쓰다 신조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때로는
요괴보다 무섭고, 이세계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집 시리즈가 그동안 말하고자 했던
진짜 공포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집시리즈 #재혼가정 #삼촌 #기묘한 #동거

#저택 #금단 #소설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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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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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요네스뵈 #비채

* 드디어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레드브레스트』.
688페이지라는, 들고 읽기에도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붉은 표지와
다시 만나게 된 해리는 그 자체로 설렘이었다.
우리 해리는 이번에는 또 어떤 개고생을 하게 될까.

* 1999년, 미국 대통령의 방문으로
파트너 엘렌과 함께 경호 임무를 맡았던
해리는 불미스럽지만 ‘영웅이 되어야 했던’ 사건 이후,
윗선의 뜻에 따라 경위로 승진한다.
승진과 동시에 소속은 경찰청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옮겨지고, 엘렌과도 헤어지게 된다.

* 만들어진 영웅이었기에, 그들이 말하는
‘비밀 작전’은 그저 눈속임처럼 보였다.
독립기념일을 한참 앞둔 시점,
해리가 신나치주의자들과 독립기념일 계획에
대해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매르클린 라이플의 탄약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 매르클린 라이플은 독일에서 생산된
반자동 사냥용 총으로, 최강의 살인 무기로도
이용될 수 있는 암살 무기다.
총기 등록부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수입업자도 없이 밀반입된 총.
대체 누가, 왜, 하필 독립기념일을 한참 앞둔
이 시점에 이 총을 오슬로로 들여온 것일까.

* 한편 현재의 해리 이야기와 더불어,
소설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특히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쟁 상황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이 작품의 핵심이다.

* 1940년대 레닌그라드의 전쟁은 끝났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증오와 신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나치주의는 패배했으나,
사상은 살아남아 형태만 바꾼 채 현재로 흘러들어온다.
‘레드브레스트’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총알 하나에 담긴 것은 단순한 살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은 증오였다.

* ‘레드브레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건의 스케일보다, 그 사건을 통과하며
무너져 가는 해리 홀레의 상태다.
늘 외로운 인물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고독이 유난히 선명하다.
엘렌과의 이별,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허울,
그리고 국가정보원이라는 낯선 조직 속에서
해리는 점점 더 고립된다.
영웅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는 여전히 진실 앞에 혼자 서 있다.

* 해리는 과거를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상처든, 국가가 숨기고 싶어 하는 역사든
그는 끝까지 파고든다. 그 집요함은 정의감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하는 자기 처벌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수사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그만큼 날것의 진실에 닿아 있다.
해리는 진실을 밝히는 대가로 늘 관계를 잃고,
신뢰를 잃고, 자신을 조금씩 소모한다.

*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나치주의와 신나치주의는
단순한 악의 상징이 아니다.
패배한 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피해의식과 분노를 먹고 자라 현재로 되살아난다.
총알 하나에 담긴 것은 개인의 살의가 아니라,
직면하지 않은 역사와 왜곡된 기억이 축적된 증오다.
‘레드브레스트’는 과거의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 더욱 불편한 점은, 국가 역시 이 사상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상부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체면이고,
정의가 아니라 안정이다.
불편한 과거는 덮이고,
위험한 현재는 관리된다.
필요하다면 영웅은 만들어지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된다.
해리는 그 구조 속에서 가장 불편한 존재다.
그는 총의 출처를, 사상의 뿌리를,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진 악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 그래서 해리의 고독은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선다.
그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대가로
현재에서 고립되고, 모두가 침묵으로
합의한 영역을 혼자서 파헤친다.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정의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멈추는 순간, 자신 역시 그 침묵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레드브레스트’는 연쇄살인의 쾌감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과거의 죄를 어디까지 짊어져야 하는가.
나치주의는 정말로 패배했는가,
아니면 침묵 속에서 진화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증오를,
같은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는 건 아닐까.

* 페이지 수만큼이나 묵직한 이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단숨에 다음 단계로 끌어올린다.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역사와 사상,
그리고 그 속에서 상처 입는 개인을 동시에 응시하는 작품이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나치주의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며,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드브레스트』는 묻는다. 우리는 정말 이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해리홀레 #영웅 #나치 #2차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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