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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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내남편을팝니다 #고요한 #나무옆의자

* 고요한 작가님의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이 있다.
어쩜 이렇게 아줌마들 마음을 정확히 짚어낼까.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도 그랬고,
이번 신작 『내 남편을 팝니다』는 제목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생각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장바구니에만
담아둔 채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신작은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
마침 한국 소설이 읽고 싶던 타이밍이기도 했다.

*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가자 제목을 본 남편이 흠칫 놀란다.
“왜 쫄아?” 하고 물으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 팔려가?”라고 묻는다.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얼마에 팔렸는지 읽어보고 생각해 볼게.”
라고 말하고 책을 펼쳤다.
근데… 너 왜 갑자기 설거지하러 가?

* 해리는 명함에 적힌 알파벳을 주소창에 입력하고
남편을 파는 '비밀 클럽’에 가입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들은 “니 남편도 팔아버려”라는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문틈으로 건네진 명함 한 장이 부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 가입비 50만 원을 내고 비밀 클럽에 입장한 해리.
남편 마틴은 처음엔 자신을 판다는 말을
농담으로 여겼지만, 휴대폰 화면을 보는 순간 소리를 빼액 지른다.
“저 여자들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이혼할 사이,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개털 되느니
마틴이라도 팔아 본전을 찾자는 해리의 말과,
그 돈의 절반을 나누겠다는 제안에 결국 마틴도 동의하게 된다.

* 클럽에 들어가자마자 도로시라는 인물이 접근하지만,
이건 해리가 생각한 ‘판매’와는 달랐다.
미친 사람에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며
화를 누른 해리는 이번엔 제대로 제목을 달아 글을 올린다.
〈내 남편을 팝니다〉.
마틴의 정보를 적자마자 “사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상도덕을 무시하던 해리는 경고를 받은 끝에,
비밀 클럽을 만든 유 회장을 회유해 마틴을 파는 경매를 열게 된다.
이제 남은 건 마틴의 몸값을 올리는 일뿐이다.

*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연령도, 직업도 제각각이다.
장소를 제공한 카미유, 압구정, 루비통과 선글라스,
그리고 죽지도 않고 돌아온 도로시도 한참 뒤에 또 나타난다.
각자가 마틴을 사려는 이유도 모두 다르다.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들이지만,
한 꺼풀 더 들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 마틴은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였다가,
순식간에 여러 여자들이 거액을 주고도
사지 못해 안달하는 남자가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 결혼 생활을 강물에 띄운 종이배에 비유한
장면도 인상 깊었고, 각자가 가진 사연들 역시
고개만 돌리면 마주칠 법한 이야기라 무척 현실적이다.
거기에 압구정 할매의 입담으로 유머까지 챙겼다.

* 나는 부부란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유일하게 혈연이 아닌,
오롯이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
그래서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방식이든.
그렇기에 마지막에 해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 천하의 나쁜 X…” 하고 욕이 튀어나왔다.
지켜야 할 건 지켜야지!
너 그러다 벌 받는다!!

* 욕하면서 책을 덮자,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쪼르르 달려와 또 묻는다.
그래서 자기는 팔려가냐고.
“로또 1등 금액이면 팔아볼까 했는데,
그 절반도 안 돼. 안 팔래.”
그랬더니 갑자기 엄청 신이 나서,
다음엔 마곡 갈 때 퇴근하고 데리러 오겠단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오는데만 두 시간이라고 싫다며.

* 괜히 궁금해져서 나도 물어봤다.
“오빠는 누가 나 팔라 그러면 팔 거야?”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너 팔려면 돈 주고 팔아야 돼.”

* 잠깐만…
당근마켓 앱, 내가 어디에 넣어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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