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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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수요일에 쓰는 편지는 특별한 게 있을까?
누군가의 수요일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옛날 펜팔과 같은 건가?
등등 온갖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단 하나.
책을 읽어보면 된다.
일본의 한 가정집.
일기로 '독'을 뿜어내 정화를 하는
나오미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다.

* 지극히 평범하다고 하면 평범할 것 같은 나오미는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였던 이오리를 만나
인생이 확 바뀐 케이스이다.
부잣집 사모님의 이오리에게
묘한 질투심과 자격지심을 느끼는 나오미.

* 이오리에게 들은 '수요일의 편지'를
써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나의 수요일을 알리는 일.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지칠대로 지치고 지긋지긋한
일상에 치여 있는 주부에게는.

* 수요일의 편지를 쓰면서
어린 시절 이루고 싶었던 꿈이 생각난 나오미.
프리랜서인 친구를 동경하며
질투하는 마음을 가진 이마이.
약혼자를 핑계로 자신은 현재에
안주해야 된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수요일이겠지만
서로의 편지를 받은 두 사람에게는
'나를 바꾼 수요일'이 된다.
타인의 수요일을 보며 힘을 얻고
자신감을 얻는 일.
그것이 수요일의 편지였다.
그리고 그들이 바뀔 수 있었던 건
'누군가의 말'이었다.

* 평일 5일의 한 중간이 수요일.
수요일이라고 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지만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만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나의 수요일은 어땠지?'라는
의문도 가져 보았다.

* 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저 큰 사고 없이 무난히 넘어간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부러워 하는 날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갖는 날로 기억 될 수도 있고.

* 책 중에 사람이 행복해 지기 위한 법칙이 있다.
찬찬히 읽어보고 생각하니,
'응. 맞아. 참 행복한 일이지.' 라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 책이 가진 힘은 참 대단했다.
어릴 적, 편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펜팔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서울에서 지냈고
우리는 통화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친척의 결혼식이나 일이 있을 때
서울에 가게 되서 만난 적도 있었고.

* 서로 선물도 주고 받았었고,
그렇게 계속 이어갈 인연일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연락이 끊겨버렸는지.
문득 그 언니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쩌다가 연락을 이어오게 됐는지는
더더욱 생각도 안나고.

* 어쩌면, 이 책이 나의 미래도 바꿀 수 있을 지 모른다.
오늘부터 최선을 다해 그 언니를 찾아볼 거다.
그럼 이제 나는 수요일만 되면
이 책이 생각이 날 테고,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수요일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 사람의 말과 글이 가진 힘.
감정이 묻어 나오는 글을 보며
느끼는 사람의 감정 변화를
잘 나타낸 책이었다.
조금 더 길었어도 좋았을 테지만,
나오미와 이오리의 관계,
이마이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혹시 미뤄둔 꿈이 있으신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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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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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HK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드는 생각은
'도서관이 야식도 먹을 수 있는 곳이야?' 였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늘 조용하고,
정중하고, 침착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그런 도서관에서 야식?
직원들만 쓸 수 있는 건가, 손님들도 쓸 수 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야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에
도서관 문이 열려 있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100만 독자의 하나가 나다!' 라는
당당한 외침과 함께 내 손에 들어온 책.
책을 펼치자 마자 나는 '밤의 도서관'에 들어갔다.

* '밤의 도서관'은 흔히 생각하는 도서관이 아니다.
작가의 사후 장서를 받아 정리, 진열하고
작가를 좋아했던 팬들, 기리고 싶은 가족,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찾아 온다.
살아 있는 작가의 책은 없는 이 곳.
여기에 막 신입으로 취직한 사람이 히구치 오토하이다.

* 문학 소녀였던 어머니가 작가 히구치 이치요에서
따온 이름으로 늘 자기 소개를 할 때
몇 가지 질문을 들어야 했던 사람.
서점에서 일하다가 책과 함께 하는 일을
놓칠 수 없어서 밤의 도서관에 취직한 사람이다.

* 이야기는 신입인 오토하의 시점에서,
또는 오토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그들 과거를 볼 수 있는 전개였다.
그들이 왜, 이 도서관을 택했는지,
각자 마음 속에 숨겨둔 비밀들을
독자에게 내비쳤다.

* 다양한 연령에 다양한 사람이 일하는
밤의 도서관은 회에 입장료 천 엔을 받는다.
월간 이용권이나 연간 이용권을 끊을 수도 있다.
운영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물론 직원들은 오후 4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에 퇴근한다.

* 조금은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낭만 있는
이 도서관에서는 10시가 야식 타임이다.
식당으로 올라가서 기노시타 씨가 만든
'오늘의 요리'를 먹게 된다.
메뉴는 요일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책에서 나온 음식을 실제로
만들어서 먹는다.

* 시로밤바의 카레, 마마야의 당근밥,
빨간 머리앤의 빵과 버터와 오이 등
최대한 책에서 나온 방법으로
연구하고 맛을 낸다.
덤으로 책에서 나오는 음식이 있는 장면을 들을 수 있다.

* 내가 아는 거라고는 '빨간 머리 앤'뿐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었다.
읽은지 너무 오래됐고, 기록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잊어버린 듯 하다.

*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는 오토하와 닮았다.
그리고 나도 책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꼭 사서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늘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 '오너가 나한테도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를
생각하던 무렵, 속속이 나오는 직원들의 과거,
혹은 숨겨둔 비밀들.
어쩌면 책과 함께 해서 그 마음들을
숨기고, 달래면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 기회가 된다면, 꼭 밤의 도서관에 찾아가 보고 싶고,
밤의 도서관에서 일 해 보고 싶고,
오늘의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이 나와서 밤에 읽기에 매우 힘들었다.
자꾸만 나도 야식 생각이 나서
배민으로 향하는 내 손을 붙잡을 수 없었다.
떡볶이와 튀김과 함께 읽으니 더 맛있는 소설!
꼭 배부를 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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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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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하나 더 샀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토하는 요즘.
그래서 보관할 책과 이별할 책을
구분하느라고 책장 파먹기 중이다.
워낙 요괴, 귀신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관으로 분류할 것을 알면서도
골라서 읽은 책이다.

* 무서운 제목과는 다르게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지에
홀딱 빠진건 물론이고.
여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도 있고
반짝 빛나는 나비도 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인데
표지가 이렇게 나왔을까?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열어 보았다.

*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야모리 슈.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친척 집에서 지내다가
왕래가 없었던 할머니의 제안으로
돗토리현에 살게됐다.
그 동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할머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 그렇게 찾은 아야시 장.
노려보기만 하면 상대의 몸이 이상해지는
저주의 눈을 가진 슈이지만 그가 보기에도
여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이렇게 생겨 먹은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
그 너머에 있는 낡아빠진 목조 건물은
슈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가 하면
슈의 발 밑을 재빠르게 가로지르는
작은 그림자도 있다.
경고문이 붙혀 있는 철제문을
호기심에 열어본 슈는 곧 위화감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 겉으로 보기에는 코딱지만 한 민박집인데
철제문 안으로 들어서니
체육관만큼 넓은 대형 연회실이 있는가 하면
나무와 풀, 흙냄새가 선명히 느껴지는 숲도 있고
사막이나 설산도 있었다.

* 문만 열었다 하면 전혀 모르는 곳이
나오는 여기.
그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던 슈에게
작은 햄스터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근데 왜 햄스터가 일본말을 하지?
그것도 꽤 유창하게.

* 햄스터 코노스케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 나온 슈는 할머니 스에노에게
여기는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 이 집에는 코노스케 외에도
수호신 손츠루 님이 계시고
늘 요괴 손님들로 북적이며
가끔 사람 손님들이 오기도 했다.
할머니에게 눈의 힘을 못 쓰게 하는
안경을 받은 후 백만엔이라는
빚을 진 슈는 울며 겨자먹기로
민박집의 일을 돕기로 했다.

* 사람도 각자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죽어서 요괴가 되든, 태어날 때부터 요괴였든
이들에게 그 흔한 사연 하나 없으랴.
슈는 민박집 일을 도우면서 차츰
요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

* 교통 사고로 죽어서 올빼미 안에
혼이 갖혀 버린 어린 아이,
비 오는 날 딱 한번 마주쳤던 사내에게
반해 버려 고백을 하고 싶다는 요괴,
낡을 대로 낡았지만 또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우산 요괴 등
그들과 함께 하면서 슈의 마음과
행동도 차츰 변하게 된다.

* 마지막에 보이는 할머니의 큰그림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댔다.
요괴도 사람과 같다는 것을 알고
차츰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슈를 보면서
왜 내가 이렇게도 흐뭇한지 모르겠다.

* 슈의 눈에 얽혀진 비밀!
아직 많은 요괴가 남아 있기에
'다음 편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해 본다.

* 늘 무시무시하던 요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또 우리 집 상전 냥냥이가 보였다.
벌써 13살이나 되었기에 나는 또
'얘도 요괴가 되어서 내 옆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사연 없는 요괴도 없고
요괴도 나쁜 요괴, 착한 요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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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첫사랑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5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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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을 쓴
작가님의 최신작!!!!
청소년 소설인데 표지가 너무 상큼했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심쿵하게 웃고 있는 두 남녀.
그런데 제목도 '일곱 번째 첫사랑'이다.

* 사실, 첫사랑이라고 하면
늘 '처음 하는 사랑'이라고 정의했던
나로서는 제목이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첫사랑의 새로운
정의가 탄생한건가?' 싶어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 좋게 붙었다.

* 표지의 상큼함 만큼이나 상큼한 나이의
열 일곱 살 마소이.
단짝에게 마이소이라고 불리며
눈치 없다고 욕도 먹지만
10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는 집 안의 사랑둥이다.

* 언니 마소윤은 속도위반으로 임신 중이고,
소이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단짝인 자영과 함께 호기심에 해 본
올해 행운의 숫자.
신기하게도 소이에게는 늘 '7'이란 숫자가 나왔다.

* 그렇게 행운의 숫자를 시험해 보던
소이는 이내 그 숫자가 진짜!!
본인의 행운의 숫자임을 알게 된다.
숫자 7에 집착 하다 보니 소이는
자신의 지나간 첫사랑들이 떠올랐다.
지나간 첫사랑은 총 6개.
모두 첫사랑은 '하나'라고 외치지만
소이에게 그 사랑들은 모두 소중한
첫사랑이었다.

* 초등학교 4학년 때 첫사랑,
5학년 때 첫사랑 등 소이에게는
그 시절 아름답고도 아프게 남아있는
첫사랑들이었다.
지나왔던 첫사랑들이 여섯 개인 것도
신의 계시인 것만 같은 소이.
일곱 번째 첫사랑이 자신의 진정한
첫사랑이라는 생각에
할친손(할머니 친구 손자) 반호준과 함께
시절 첫사랑 반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 오해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다.
언니가 미워지는 사랑도 있었고
언니 덕분에 시작한 사랑도 있었다.
지나간 소이의 사랑을 지켜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할친손 반호준과의 케미 또한
책을 읽는 쏠쏠한 재미였다.

* 생각해 보면 나도 소이 같은 시절이 있었다.
내 첫사랑과 소이의 시절 첫사랑 중에
닮은 모습도 발견했다.
내 첫사랑은 쌍둥이였다. 일란성 쌍둥이.
외모, 성격과 취향, 식성까지 모두 판박이인 쌍둥이여서
처음엔 구분하지 못해 애를 먹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다름을 구분했었다.
목소리 톤도 다르고, 얼굴에 있는
점의 위치도 달랐다.

* 소이의 시절 첫사랑에 내 첫사랑을 대입해서 보니
세상에나!!!! 나한테도 시절 첫사랑이 있었네?
내 첫사랑을 만난 것은 19살 봄이었다.
그런데 처음 만났던 남자친구는 아니었다.
근데 왜!!!! 나는 이 개차반을 첫사랑이라고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었을까?

* 그러면서 뾰로롱 하고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첫사랑은 '그 당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고 나서 알아채는 것이 아닐까?
나이를 먹고, 몇 번의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한 지금.
'걔가 내 첫사랑이었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보니 첫사랑을 단번에 알아챈
소이와 호준이 너무 대견한걸?ㅎㅎㅎ

* 풋사과 같은 상큼한 여름 소설 말미에는
소이의 사랑에 도움을 준 이가 누구인지 나타난다.
'오모나~ 세상에나!!!!!
이런 일이 있었고만~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해!' 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 청량한 과즙미 뿜뿜하는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
장마로 후덥지근한 날씨에
한줄기 솔바람처럼 가슴에 콕 박혔다.
나에겐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게 됐던 책.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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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콰트로스 - 내전편
우석훈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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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추천작,

류승완 감독의 추천작으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서평단 모집에 신청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고ㅎㅎㅎ
감사하게도 마케터님이 제안을 주셔서
읽어볼 수 있었다.

* 사실, 이 책이 유독 읽고 싶었던 이유는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이유였다.
'인간의 수명을 4년으로 제한한다.'라는
이 문구 하나 때문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내 수명을 정해?'라는
분노에 찬 발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 호모 사피엔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창궐로
4년생들이 태어났다.
수명은 4년이지만 이들도 늙어서 죽는다.
임신 기간은 두 달, 태어난 지 한달이 넘으면
컵라면 정도는 끓여 먹을 수 있는
어찌보면 진화한 존재들이었다.

* 울산 게토를 중심으로 일구어진
울산공화국은 4년생들의 국가였다.
AI에 의지하기는 하나,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도 구축하게 되었다.
다만 호모 사피엔스처럼 오래 살지 못하니
직업은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고,
음악이나 다른 손기술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지어 농사까지도.

* 집에 사는 고양이나 강아지가 더 오래 살고,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던 그들 사이에
세 친구가 있었다.
김다익, 피천수, 이소영은 울산 학교
졸업자로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 오랜 친구이고 단짝인 그들에게
미묘한 상황 변화가 생긴 것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4년 밖에 살지 못하는 이들의 삶을
그려냈기에 전개는 굉장히 빨랐다.
자칫 딴 생각하면 어느 새 훌쩍 커버리니까.

* 울산 공화국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
김다익과
서울 국민당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 피천수.
죽고 못 사는 친구였지만 그들의
사상과 이념적 대립은 상상을 초월했다.

* 4년을 살기에 우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라는 피천수는 2년을 더 살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이걸 무기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6년을 살아도 사람의 욕심은 똑같기에,
호모 사피엔스랑 다를게 무엇이냐는
울산 공화국의 전통성을 가지고 출마한 김다익.
그 둘은 양 끝에서 첨예한 대립을 했다.

* 그들의 우정에 사랑이 더 해졌지만
결국은 배신으로 치닫는 그들.
'무력 제압'을 보면서 역사의 반복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혁명에 성공하게 되면, 또 다른 혁명자가 나타나고
혁명에 실패하게 되면, 발전은 없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그 어느 누구 편에도 서지 못했다.

* 둘을 좀 적당히 섞어 놓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수명 연장은 인간의 욕구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어느 새 100세 시대가 되었고,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모두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지극히 호모 사피엔스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 오늘 행복하다고 내일도 행복하라는 법은 없고,
오늘 불행사다고 내일도 불행하라는 법은 없다.
엄청 어려운 책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혔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4년생들의 정치, 문화와 역사를 지켜보다 보니
언젠가는 진짜 이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우석훈 작가님은 미래를 내다본 작가님이 되지 않을까?ㅋㅋㅋㅋㅋ

* 영화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눈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세세했다.
다큐, 액션, 곳곳에 멜로까지
정말 개성 넘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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