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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ㅣ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평점 :

* 책장을 하나 더 샀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토하는 요즘.
그래서 보관할 책과 이별할 책을
구분하느라고 책장 파먹기 중이다.
워낙 요괴, 귀신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관으로 분류할 것을 알면서도
골라서 읽은 책이다.
* 무서운 제목과는 다르게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지에
홀딱 빠진건 물론이고.
여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도 있고
반짝 빛나는 나비도 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인데
표지가 이렇게 나왔을까?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열어 보았다.
*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야모리 슈.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친척 집에서 지내다가
왕래가 없었던 할머니의 제안으로
돗토리현에 살게됐다.
그 동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할머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 그렇게 찾은 아야시 장.
노려보기만 하면 상대의 몸이 이상해지는
저주의 눈을 가진 슈이지만 그가 보기에도
여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이렇게 생겨 먹은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
그 너머에 있는 낡아빠진 목조 건물은
슈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가 하면
슈의 발 밑을 재빠르게 가로지르는
작은 그림자도 있다.
경고문이 붙혀 있는 철제문을
호기심에 열어본 슈는 곧 위화감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 겉으로 보기에는 코딱지만 한 민박집인데
철제문 안으로 들어서니
체육관만큼 넓은 대형 연회실이 있는가 하면
나무와 풀, 흙냄새가 선명히 느껴지는 숲도 있고
사막이나 설산도 있었다.
* 문만 열었다 하면 전혀 모르는 곳이
나오는 여기.
그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던 슈에게
작은 햄스터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근데 왜 햄스터가 일본말을 하지?
그것도 꽤 유창하게.
* 햄스터 코노스케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 나온 슈는 할머니 스에노에게
여기는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 이 집에는 코노스케 외에도
수호신 손츠루 님이 계시고
늘 요괴 손님들로 북적이며
가끔 사람 손님들이 오기도 했다.
할머니에게 눈의 힘을 못 쓰게 하는
안경을 받은 후 백만엔이라는
빚을 진 슈는 울며 겨자먹기로
민박집의 일을 돕기로 했다.
* 사람도 각자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죽어서 요괴가 되든, 태어날 때부터 요괴였든
이들에게 그 흔한 사연 하나 없으랴.
슈는 민박집 일을 도우면서 차츰
요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
* 교통 사고로 죽어서 올빼미 안에
혼이 갖혀 버린 어린 아이,
비 오는 날 딱 한번 마주쳤던 사내에게
반해 버려 고백을 하고 싶다는 요괴,
낡을 대로 낡았지만 또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우산 요괴 등
그들과 함께 하면서 슈의 마음과
행동도 차츰 변하게 된다.
* 마지막에 보이는 할머니의 큰그림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댔다.
요괴도 사람과 같다는 것을 알고
차츰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슈를 보면서
왜 내가 이렇게도 흐뭇한지 모르겠다.
* 슈의 눈에 얽혀진 비밀!
아직 많은 요괴가 남아 있기에
'다음 편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해 본다.
* 늘 무시무시하던 요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또 우리 집 상전 냥냥이가 보였다.
벌써 13살이나 되었기에 나는 또
'얘도 요괴가 되어서 내 옆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사연 없는 요괴도 없고
요괴도 나쁜 요괴, 착한 요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