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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바버라 데이비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6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책 애호가들을 위한 그냥 문학 미스터리도 아니고
매혹적인 문학미스터리라니,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 경쟁력이 어마어마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약 600페이지의 긴 책이지만
막상 펼쳐보니 밤을 새서 읽게 되었다.
* 열두 살 때, 책에 손을 대면
책들의 감정이 느껴지는 애슐린.
그녀는 그것을 책의 메아리라고 불렀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그를 치유하고
위로해 준 것은 단 하나.
책이었다. 책방의 주인인 프랭크 아저씨도.
* 재능을 숨기고 홀로 책들의 메아리를 듣는 애슐린에게
의문의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책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
폐허가 된 심장이 느껴지는 그 책의 제목은
<후회하는 벨> 이다.
지은이도, 출판사도 없고 판권지도 없다.
* 그리고 그와 꼭 맞는 짝이라고 생각되는 책이
또 우연히 애슐린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이란 제목이다.
<후회하는 벨>을 남자가 썼다면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여자가 썼다.
* 여자는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인
벨이라고 불렀다.
더 세인트 레지스 호텔의 무도회장,
벨의 약혼 축하 파티에서 둘은
첫눈에 반하게 된다.
* 남자는 영국인 기자로, 당시는 전쟁 중이었다.
작가를 꿈꾸고 있으며 잘생긴 외모지만
부도, 명예도 없는 그런 남자.
헤밍웨이의 헤미라고 불리는 그 남자를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은 그 여자도 몰랐다.
* 1941년에 있었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 애슐린은 거의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며,
등장인물들은 다 실존 인물이라고.
* 하지만 책에는 그 어떤 단서도 없다.
그들은 철저하게 본명을 가리고 애칭을 썼으며,
그 주변인들 조차도 그러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
이 글을 누가 썼는지, 정말 있었던 일인지에 대한.
* 그러나 애슐린의 그 호기심은
그녀를 묘한 곳으로 이끌어갔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최대한 알아보고,
책을 가져다 준 사람을 만나도 보고.
그렇게 애슐린은 한 쌍의 책이 끝나가면서
그 진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독자까지도.
* 책은 1984년 애슐린의 시점,
1941년 벨과 헤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게 된다.
벨과 헤미의 시점은 한 쌍의 책 속의 본문이고
애슐린의 시점은 그 책을 읽고
그녀가 느낀 점이나, 새로 알아낸 것들,
그리고 그녀의 과거와 그녀가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 반짝이는 첫만남을 시작으로
눈이 부시다가 나중에는 그들의
배신과 분노, 이별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경악과 감탄을 내뱉는다.
* 벨이 누구인지는 거의 처음부터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헤미의 정체는 정말이지...... 아휴......
도파민 뿜뿜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또 읽다 보면
"여기에 내가 있어"라는 한 문장으로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다.
* 벨과 헤미.
애슐린과 이선.
시간과 세대를 넘어 계속 되는 사랑을 보며
서글퍼지기도 했고, 잔잔한 미소를 띄게도 했다.
한 쌍의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
수수께끼를 푸는 한 여자의 추리,
아리고도 찬란한 로맨스까지.
감정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나의 인생책이 되었다.
애슐린을 오래된 책들의 치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좋았고,
시점이 열릴 때 마다 위에 적힌 문장드도
너무 좋았다.
애슐린의 희귀본 서점 이름인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처럼
절대 일어날 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