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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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미 책탑은 높게 높게 쌓여져 있었고,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 안에
리뷰 작성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신청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이 책이 너무 좋다는 누군가의 단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래~ 게으름 피지 않고 읽어대면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신청했고, 그래서 받아볼 수 있었다.

* 잠들기 전에 잠깐 몇 페이지만
읽고 잔다는 것이 어느새 끝을 봤다.
한 번 펼치니 절대 덮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분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 곽부성을 닮은 한정철을 담임으로 둔 나는
이 반의 반장이었다.
'형제 축산'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형제 축산의 사장님은 내 또래의 딸을 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딸과 친하게 지내라고 윽박지르지만
엄마는 그 아이가 까졌다는 이유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 그 아이의 이름은 변민희.
엄마의 말처럼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을지언정,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일찍 갔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도중,
민희가 학교에 왔다.
미화부장이 잃어버렸다던 mymy를
돌려주러 온 듯 싶었다.

* 그런데 그 날로 민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담임인 한정철을 좋아했던 민희가
가출을 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정철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도 함께.
형제 축산이 있는 시장에서는 민희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른들의 소문은 아이들보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 경찰과 담임에게 불려가도 나는
민희와 한 약속을 지켰다.
못 본 척 해달라는 그 약속을.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도 민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회사에 다니던 그 때,
엄마의 가게 주변에서 아파트 단지
공사 이야기가 나왔다.

* 그 공사 현장에서 나온 하나의 시신.
변민희였다.
15년 전 사라졌던 그 친구는
그렇게 시체로 돌아왔다.
변민희의 시체가 나왔다는 소식이
뉴스로 도배 되면서 나도 경찰에 불려나가게 되었다.
민희를 목격한 마지막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때서야 15년 전 하지 못했던
진실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아, 물론 양심에 찔린다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엄마의 가게를 해주면서
나는 손대서는 안될 돈에 손을 댔다.
변민희의 시체가 나오면서 내 일은
묘하게 틀어져 버렸다.
회사에서도 짤리고, 5년을 만났던
남자와도 헤어지게 되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는 엄마 옆으로 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변민희와
또 다시 엮여야 했다.

* 변민희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살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뭐지?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째 이상하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았고
큰 거짓말은 더더욱 큰 거짓말을 낳았다.
혼자서 애쓰며 머리를 굴려본다.
'역시! 나는 이런 쪽으로는 재능이 있다니까~' 하고.

*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현재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
라는 한 문장만 머리에 뱅뱅 맴돌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은
공포까지 밀려왔다.

*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판 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가스라이팅인가 싶을 정도로,
이럴꺼면 대체 애른 왜 키우나 싶은
엄마의 언행도 불쾌했지만
그 밑에서 자란 나의 언행은 더 불쾌했다.

*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서 조금은 다정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 줄 알았는데
전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분명 이런 모녀 사이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속에
물 살이 빨라지고 회오리 치는 곳,
갑자기 뚝 떨어지는 바위를 밟은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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