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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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3권은 많은 이들의 죽음과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먼저, 최참판댁 당주를 시해했던

김평산과 귀녀, 칠성은 결국 죽게 되었다.


* 귀녀의 뒤늦은 후회와

강포수 아재의 헌신적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처연하던지.

강포수 아저씨의 살아갈 희망은

이제 귀녀에서 그녀가 낳은

아들로 옮겨가는 듯이 보였다.


* 서울에서 다시 내려온 조준구는

최참판댁 사랑에 다시 눌러 앉았다.

귀객이면서도 귀객이 아닌듯,

은근히 받는 무시와 멸시를 모르는 척

넘어가고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었다.


* 조준구의 검은 속내가 속속 들어나고 있는

와중에 용이 아재는 월선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지만 찾지를 않는다.

용이는 임이네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결국 월선과 용이 다시 재회하기는 하지만

그드르이 뒷이야기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서희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윤씨부인은 늙어간다.

길상이에게도 꽃피는 봄이 오고,

봉순이도 서희와 함께 자라난다.


* 그렇게 평화로울 것만 같던 평사리에

호열자가 들이닥치게 되었다.

호열자가 한 번 휩쓸고 간 평사리에는

죽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죽었고,

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이 살았다.


* 호열자로 인해 강청댁의 죽음과 동시에

용이의 아들이 태어난다.

귀녀의 아들 또한 어미의 죽음과 함께

태어났으니 이건 무슨 운명인가 싶다.


* 윤씨부인이 죽은 최참판댁에는

어린 아기씨와 하인들,

조준구의 가족들만이 남았다.

그렇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조준구의 세상이 온 것이다.


* 다행히 수동아재와 길상,

윤보 아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서희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결코 조준구의 위세를 누를 수는 없었다.

서희가 얼른 커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 3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죽음,

그리고 탄생이 있었다.

슬쩍 세대교체가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4권에서는 용이의 아들도,

강포수가 데려간 귀녀의 아들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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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2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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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에서 받아본
'조개 줍는 아이들 2권'을
바로 읽어보았다.
전쟁과 함께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페넬로프는 그 후로 더 늙어버린
아버지와 피난민이었던 도리스 가족과 함께
포스케리스 콘월에서 그대로 살게 되었다.

* 전쟁은 그녀의 삶에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나마 페넬로프의 삶은 나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가족과 친구,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그들은 전처럼 풍요롭게 마시거나 먹을 수 없었다.
마음대로 옷을 살 수도 없었으며,
신발 하나도 쉽게 살 수가 없었고
기름이 없어서 자동차를 세워둬야만 했다.

* 그러나 페넬로프에게 그 전쟁의 시간은
끔찍하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없을 단 하나의 사랑,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리고 충만한
그 사람이 있었으니까.

* 과거의 회상에서 벗어난 페넬로프는
세 자식에게 모두 콘월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들은 각자 저마다의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특시 낸시와 로엘은 어째서 로런스의
작품을 팔지 않느냐며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 즐거운 동행자가 함께하길 원했던 페넬로프는
결국 안토니아와 데이너스를 데리고
자신이 오래도록 그리던 그 곳,
콘월로 향하게 되었다.
남에게 거액의 돈을 쓴다며 낸시와 노엘은
그녀를 비난했지만.

* 페넬로프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면서
한 사람에 얽힌 많은 이야기에 혀를 내둘렀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의,식,주의 형태는 물론이고
페넬로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상황도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 페넬로프의 남편과 그녀의 단 하나의
사랑을 통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억에 사랑을 더하면 추억이 된다던데....
페넬로프에게는 누가 기억이고, 누가 추억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그 단 하나의 추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내가 아는 그 어느 누구보다 지혜로웠고
자유분방했으며, 그 누구보다 사랑을 알았고
그것을 베풀 줄 알았던 단 하나의 여인 페넬로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 이대로 그녀를 보내기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손을 잡고
조금만 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고 떼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다고 해서 결코 그녀는 돌아볼 리 없겠지만.

* 이야기가 페넬로프를 중심으로 흘러가기는 하나,
그 안에 있던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책이었다.
작가는 누구 하나 소홀히 만들지 않았고,
먼 세월을 돌고 돌아 결국은 만나게 되는
인연들을 그려냈다.

* 낸시와 올리비아, 노엘의 갈등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기도 했고,
영화 같은 페넬로프의 사랑 이야기에 설레기도 했다.
어떤 때에는 할머니가 머리 맡에 앉아서
도란도란 해주는 옛날 이야기 같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내가 페넬로프가 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 분노와 사랑, 우울과 찬란함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빠져나오자 깊은 상실감과 함께
또 다른 후련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왜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는지,
이 책이 절판되었다가 왜 다시 복간되었는지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내 삶은 어떤 방향으로든 현재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그녀의 이야기에 지금이나마
귀 기울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인생 책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책의 제목을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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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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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에서 받아본 책이다.
절판 되었다가 복간 된 책이라는 점이
나를 궁금하게 했다.
해외 작품인데다가 인생책으로 꼽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함께.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이 책이
세상에 다시 나오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인걸까?

* 서평단 신청은 했지만, 너무 쟁쟁한 경쟁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셨다.
유화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이는
조개 줍는 아이들.
표지만 봐도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책이었다.

* 표지만 살살 쓰다듬어도 나도 몰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 났다.
나도 꼭 저 나이에, 이런 추억이 있었지~ 하고.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60대 할머니,
페넬로프에게로 데려갔다.

* 페넬로프는 세 자식을 둔 어머니로
얼마 전 심장 마비로 죽다가 살아났다.
비록 그녀는 그것이 별거 아닌 일인 듯,
의사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하지만 '살아있다' 라는 사실 자체에
기쁨을 느낀 페넬로프.
그렇게 이야기는 페넬로프와 그녀의 세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 페넬로프의 큰 아이 낸시.
낸시는 자신의 집을 소유한 기혼의 여성이었다.
낸시 또한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어머니를 걱정하는 장녀의 모습을,
그러나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동생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 페넬로프의 둘째 딸인 올리비아.
그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부까지 갖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페넬로프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자식처럼 보였다.

* 페넬로프의 아들이자 막내인 노엘.
페넬로프에 의하면 그는 제 아비를
꼭 닮은 모습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무신경함, 온갖 파티를 쫓아다니며
돈 많은 여성들만 골라 만나는 한탕주의.

* 어머니인 페넬로프부터 세 자녀들까지.
모두 개성 넘치고 자신의 주관과 특색이
또렷한 가족이었다.
이야기는 현재인 1980년대와 그들의 과거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아주 먼 과거로는 페넬로프가 태어나기도 전인
그녀의 아버지 로런스 스턴과 어머니 소피의 이야기부터
세계 제2차대전을 거쳐 페넬로프의 사랑이야기로,
가까운 과거는 올리비아가 이비자 섬에서 1년 동안
머물던 이야기와 그들의 현재까지 그려내고 있었다.

* 이 한 어머니와 세 자녀는
그녀의 아버지이자 그들의 외할아버지인 로런스 스턴의
그림 때문에 묘하게 꺼름칙한 관계가 되었다.
페넬로프는 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절대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낸시와 로엘은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작품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그림 값이 정점에 오른 지금,
그 그림을 팔아서 자신들이 나누어 가지는
꿈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오로지 올리비아만이 페넬로프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 여기에 새로운 친구이자 가족의 형태로
들어오게 된 안토니아.
그녀의 등장이 페넬로프의 인생에
어떤 전환점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식들보다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그 한 사람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그 방대한 분량에 대해 매우 놀랐다.
페넬로프를 통해서 그 시대의 음식과 의복 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는 물론이고
전시 현황과 그 시대에도 연령 별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즐겼던 오락거리, 읽었던 책도 흥미로웠고
그들의 정원과 그것들을 함께한 친구들을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 1권의 말미에 페넬로프는
전쟁 중에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을 잃었던
그 지점에 서 있었다.
이 일이 페넬로프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을
가지게 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1권이 과거를 중심으로 한 현재였다면,
2권은 본격적인 현재와 미래,
그리고 로런스 스턴의 작품의 행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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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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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우와, 두껍다.' 였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벽돌책.
거기에 필립 로스 형아 작품.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 '샤일록'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극 중 악역으로 나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악당.
그 이름을 딴 작전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 책장을 5페이지 쯤 넘겼을까.
이대로 읽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초록창을 켜고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했다.
'유대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탑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공부를 해 본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일들은
1988년 초에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주인공도 필립 로스이다.

* 친한 친구인 앱터로부터
그가 이스라엘에서 열린
존 데미야뉴크의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할시온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극도의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필립 로스.
그는 매일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만 생각한다.

* 정신이 무너진 필립은
기적적으로 할시온에게서 벗어나
뉴욕에서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여기서 오랜 친구인 아하론의 전화를 통해
그는 또 다시 그가 레흐 바웬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다.
그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든
진짜 필립 로스는 자기 하나뿐이고,
그는 가짜라는 사실을 필립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시온의 부작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그는 아내마저 속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꼭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로 가서 가짜 필립 로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 필립은 가짜 필립 로스를
모이셰 피픽이라고 부르며
그가 이런 일을 벌이는 목적을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그는 필립 로스였다. 유대인, 그리고 작가.
그것도 아주 저명한 작가이고
피픽이 벌인 일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디아스포리즘(유대인의 유럽 회귀)을 주장하는 작가.

* 그렇게 그는 공포의 이반이라고 불리는
데미야뉴크 재판을 방청하기도 하고
자신을 사람들이 피픽으로
오인하는 것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가 피픽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하고,
피픽의 애인인 반유대주의였던
징크스를 한 순간이나마 품기도 한다.

* 필립 로스가 모르는 필립 로스.
그리고 그 가짜 필립 로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할시온에 점령된 필립처럼 처음에는
글이 조금 정신없이 느껴졌다.
아마 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책을 뒤로 넘기고,
1장을 지나 2장으로 들어가면서는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책에 몰입하고 있었다.

* 나치에 의해 큰 피해와 고통을 받은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이 현재는
팔레스타인들에게 그 폭력을
그대로 행하고 있다.
아주 기나긴 대화 속에서
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 이와 더불어 내가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반유대주의 이다.
독일의 빌헬름 마르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단어는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악하며 열등하다고 여기는 일체의 태도와 행동'
이라고 정의한다.
꼭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말이다.

* 필립 로스의 이야기는 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졌다.
"아 쫌!! 제발!! 필립!! 가만히 좀 있어!!"
할 때도 있었다.
여기에 에필로그도 충격적이었다.
이걸... 이렇게 끝내신다구요....?
하지만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는
"네....? 뭐라구요?" 라고 물으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어떤 부분은 첩보 영화 같았고,
어떤 부분은 정신병에 걸린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부분은 쉽게 잘 써진
인문학 책을 보는 것만 같았고,
어떤 부분은 유대인의 역사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역사 공부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반드시 첫 장으로 돌아가는 책.
그래도 왠지 모르게 지식이 충만해 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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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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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3기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책은 일주일 전에 읽었는데,
냥냥이님 건강 이슈로 인해
리뷰는 이제 쓰고 있다.

* 같은 비채 서포터즈님들
피드에서 너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살짝 기대도 됐다.
하지만 걱정도 됐다.
하늘을 보는 것도, 노을도
너무 좋아하지만 산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 어렸을 적 발목을 크게 다쳐서
올라가고 싶어도 못 올라간다.
그래서 주로 '어차피 내려올 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나~'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많기도 해서 산 위에서 노을을
못 보는 것도 아니니까.

*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여성과 산을 주제로 삼고 있었다.
모두 전문 산악인은 아니다.
그저 고개를 돌리면 보일 법한
여성들이었다.

* 사별한 남편이 좋아했던 산을
뒤늦게 오르는 60대 여성부터
대학시절 추억을 가지고 오르는 여성,
사라져 버린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산을 오르는 친구들,
반대 했던 딸의 꿈을
응원해 주기 위해 산을 오르는 엄마,
오래 전 친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친구의 등산까지.

* 산을 오르는 그녀들을 보면서
발목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나도 산을 꽤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등산을 좋아했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이 났다.

* 왜 그렇게 힘들게 산을 오르냐고,
대체 산이 왜 그렇게도 좋냐고 묻는
내 질문에 선배는 그리운 것과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산이라고 얘기했다.

* 산 정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고
얘기 하면 꼭 그 사람이
들을 것만 같다고 얘기했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특히 혼자서 산을 타는 사람들은
하늘과 제일 가까이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거라고 했다.
그 그리운 것이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가까이서 보고싶어서라고.

*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의 에피소드에서
모두 그리움을 보았다.
그때 그 시절, 이렇게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운 뒷모습을 쫓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마음껏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스스로 위로를 찾는 모습이
참 경탄스러웠다.

* 나였다면, 내가 산에 올랐더라면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까?
나도 내 냥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산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까? 하는,
그동안 멀리했던 산이
참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껏 그리워 하고,
그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방법을 찾고.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향해
또 한 걸음씩 내딛었다.
나도 모르게 '잘했어! 수고했어!
앞으로도 응원할께!'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슴 저 밑바닥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뭉클함도 함께.

*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산들을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들꽃이나 풀 이름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책에 나온 산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랜선 등반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니,
나도 그들과 함께 숨쉬고 땀흘린 기분이었다.
상쾌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이번 주말은 비록 차로 하는 등반이지만
산에 가서 멋드러진 노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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