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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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우와, 두껍다.' 였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벽돌책.
거기에 필립 로스 형아 작품.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 '샤일록'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극 중 악역으로 나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악당.
그 이름을 딴 작전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 책장을 5페이지 쯤 넘겼을까.
이대로 읽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초록창을 켜고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했다.
'유대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탑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공부를 해 본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일들은
1988년 초에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주인공도 필립 로스이다.

* 친한 친구인 앱터로부터
그가 이스라엘에서 열린
존 데미야뉴크의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할시온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극도의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필립 로스.
그는 매일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만 생각한다.

* 정신이 무너진 필립은
기적적으로 할시온에게서 벗어나
뉴욕에서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여기서 오랜 친구인 아하론의 전화를 통해
그는 또 다시 그가 레흐 바웬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다.
그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든
진짜 필립 로스는 자기 하나뿐이고,
그는 가짜라는 사실을 필립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시온의 부작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그는 아내마저 속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꼭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로 가서 가짜 필립 로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 필립은 가짜 필립 로스를
모이셰 피픽이라고 부르며
그가 이런 일을 벌이는 목적을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그는 필립 로스였다. 유대인, 그리고 작가.
그것도 아주 저명한 작가이고
피픽이 벌인 일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디아스포리즘(유대인의 유럽 회귀)을 주장하는 작가.

* 그렇게 그는 공포의 이반이라고 불리는
데미야뉴크 재판을 방청하기도 하고
자신을 사람들이 피픽으로
오인하는 것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가 피픽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하고,
피픽의 애인인 반유대주의였던
징크스를 한 순간이나마 품기도 한다.

* 필립 로스가 모르는 필립 로스.
그리고 그 가짜 필립 로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할시온에 점령된 필립처럼 처음에는
글이 조금 정신없이 느껴졌다.
아마 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책을 뒤로 넘기고,
1장을 지나 2장으로 들어가면서는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책에 몰입하고 있었다.

* 나치에 의해 큰 피해와 고통을 받은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이 현재는
팔레스타인들에게 그 폭력을
그대로 행하고 있다.
아주 기나긴 대화 속에서
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 이와 더불어 내가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반유대주의 이다.
독일의 빌헬름 마르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단어는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악하며 열등하다고 여기는 일체의 태도와 행동'
이라고 정의한다.
꼭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말이다.

* 필립 로스의 이야기는 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졌다.
"아 쫌!! 제발!! 필립!! 가만히 좀 있어!!"
할 때도 있었다.
여기에 에필로그도 충격적이었다.
이걸... 이렇게 끝내신다구요....?
하지만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는
"네....? 뭐라구요?" 라고 물으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어떤 부분은 첩보 영화 같았고,
어떤 부분은 정신병에 걸린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부분은 쉽게 잘 써진
인문학 책을 보는 것만 같았고,
어떤 부분은 유대인의 역사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역사 공부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반드시 첫 장으로 돌아가는 책.
그래도 왠지 모르게 지식이 충만해 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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