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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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에서 받아본 책이다.
절판 되었다가 복간 된 책이라는 점이
나를 궁금하게 했다.
해외 작품인데다가 인생책으로 꼽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함께.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이 책이
세상에 다시 나오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인걸까?

* 서평단 신청은 했지만, 너무 쟁쟁한 경쟁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셨다.
유화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이는
조개 줍는 아이들.
표지만 봐도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책이었다.

* 표지만 살살 쓰다듬어도 나도 몰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 났다.
나도 꼭 저 나이에, 이런 추억이 있었지~ 하고.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60대 할머니,
페넬로프에게로 데려갔다.

* 페넬로프는 세 자식을 둔 어머니로
얼마 전 심장 마비로 죽다가 살아났다.
비록 그녀는 그것이 별거 아닌 일인 듯,
의사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하지만 '살아있다' 라는 사실 자체에
기쁨을 느낀 페넬로프.
그렇게 이야기는 페넬로프와 그녀의 세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 페넬로프의 큰 아이 낸시.
낸시는 자신의 집을 소유한 기혼의 여성이었다.
낸시 또한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어머니를 걱정하는 장녀의 모습을,
그러나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동생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 페넬로프의 둘째 딸인 올리비아.
그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부까지 갖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페넬로프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자식처럼 보였다.

* 페넬로프의 아들이자 막내인 노엘.
페넬로프에 의하면 그는 제 아비를
꼭 닮은 모습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무신경함, 온갖 파티를 쫓아다니며
돈 많은 여성들만 골라 만나는 한탕주의.

* 어머니인 페넬로프부터 세 자녀들까지.
모두 개성 넘치고 자신의 주관과 특색이
또렷한 가족이었다.
이야기는 현재인 1980년대와 그들의 과거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아주 먼 과거로는 페넬로프가 태어나기도 전인
그녀의 아버지 로런스 스턴과 어머니 소피의 이야기부터
세계 제2차대전을 거쳐 페넬로프의 사랑이야기로,
가까운 과거는 올리비아가 이비자 섬에서 1년 동안
머물던 이야기와 그들의 현재까지 그려내고 있었다.

* 이 한 어머니와 세 자녀는
그녀의 아버지이자 그들의 외할아버지인 로런스 스턴의
그림 때문에 묘하게 꺼름칙한 관계가 되었다.
페넬로프는 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절대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낸시와 로엘은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작품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그림 값이 정점에 오른 지금,
그 그림을 팔아서 자신들이 나누어 가지는
꿈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오로지 올리비아만이 페넬로프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 여기에 새로운 친구이자 가족의 형태로
들어오게 된 안토니아.
그녀의 등장이 페넬로프의 인생에
어떤 전환점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식들보다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그 한 사람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그 방대한 분량에 대해 매우 놀랐다.
페넬로프를 통해서 그 시대의 음식과 의복 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는 물론이고
전시 현황과 그 시대에도 연령 별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즐겼던 오락거리, 읽었던 책도 흥미로웠고
그들의 정원과 그것들을 함께한 친구들을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 1권의 말미에 페넬로프는
전쟁 중에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을 잃었던
그 지점에 서 있었다.
이 일이 페넬로프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을
가지게 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1권이 과거를 중심으로 한 현재였다면,
2권은 본격적인 현재와 미래,
그리고 로런스 스턴의 작품의 행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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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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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우와, 두껍다.' 였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벽돌책.
거기에 필립 로스 형아 작품.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 '샤일록'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극 중 악역으로 나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악당.
그 이름을 딴 작전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 책장을 5페이지 쯤 넘겼을까.
이대로 읽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초록창을 켜고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했다.
'유대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탑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공부를 해 본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일들은
1988년 초에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주인공도 필립 로스이다.

* 친한 친구인 앱터로부터
그가 이스라엘에서 열린
존 데미야뉴크의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할시온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극도의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필립 로스.
그는 매일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만 생각한다.

* 정신이 무너진 필립은
기적적으로 할시온에게서 벗어나
뉴욕에서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여기서 오랜 친구인 아하론의 전화를 통해
그는 또 다시 그가 레흐 바웬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다.
그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든
진짜 필립 로스는 자기 하나뿐이고,
그는 가짜라는 사실을 필립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시온의 부작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그는 아내마저 속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꼭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로 가서 가짜 필립 로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 필립은 가짜 필립 로스를
모이셰 피픽이라고 부르며
그가 이런 일을 벌이는 목적을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그는 필립 로스였다. 유대인, 그리고 작가.
그것도 아주 저명한 작가이고
피픽이 벌인 일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디아스포리즘(유대인의 유럽 회귀)을 주장하는 작가.

* 그렇게 그는 공포의 이반이라고 불리는
데미야뉴크 재판을 방청하기도 하고
자신을 사람들이 피픽으로
오인하는 것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가 피픽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하고,
피픽의 애인인 반유대주의였던
징크스를 한 순간이나마 품기도 한다.

* 필립 로스가 모르는 필립 로스.
그리고 그 가짜 필립 로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할시온에 점령된 필립처럼 처음에는
글이 조금 정신없이 느껴졌다.
아마 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책을 뒤로 넘기고,
1장을 지나 2장으로 들어가면서는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책에 몰입하고 있었다.

* 나치에 의해 큰 피해와 고통을 받은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이 현재는
팔레스타인들에게 그 폭력을
그대로 행하고 있다.
아주 기나긴 대화 속에서
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 이와 더불어 내가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반유대주의 이다.
독일의 빌헬름 마르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단어는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악하며 열등하다고 여기는 일체의 태도와 행동'
이라고 정의한다.
꼭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말이다.

* 필립 로스의 이야기는 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졌다.
"아 쫌!! 제발!! 필립!! 가만히 좀 있어!!"
할 때도 있었다.
여기에 에필로그도 충격적이었다.
이걸... 이렇게 끝내신다구요....?
하지만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는
"네....? 뭐라구요?" 라고 물으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어떤 부분은 첩보 영화 같았고,
어떤 부분은 정신병에 걸린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부분은 쉽게 잘 써진
인문학 책을 보는 것만 같았고,
어떤 부분은 유대인의 역사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역사 공부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반드시 첫 장으로 돌아가는 책.
그래도 왠지 모르게 지식이 충만해 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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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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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3기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책은 일주일 전에 읽었는데,
냥냥이님 건강 이슈로 인해
리뷰는 이제 쓰고 있다.

* 같은 비채 서포터즈님들
피드에서 너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살짝 기대도 됐다.
하지만 걱정도 됐다.
하늘을 보는 것도, 노을도
너무 좋아하지만 산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 어렸을 적 발목을 크게 다쳐서
올라가고 싶어도 못 올라간다.
그래서 주로 '어차피 내려올 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나~'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많기도 해서 산 위에서 노을을
못 보는 것도 아니니까.

*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여성과 산을 주제로 삼고 있었다.
모두 전문 산악인은 아니다.
그저 고개를 돌리면 보일 법한
여성들이었다.

* 사별한 남편이 좋아했던 산을
뒤늦게 오르는 60대 여성부터
대학시절 추억을 가지고 오르는 여성,
사라져 버린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산을 오르는 친구들,
반대 했던 딸의 꿈을
응원해 주기 위해 산을 오르는 엄마,
오래 전 친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친구의 등산까지.

* 산을 오르는 그녀들을 보면서
발목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나도 산을 꽤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등산을 좋아했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이 났다.

* 왜 그렇게 힘들게 산을 오르냐고,
대체 산이 왜 그렇게도 좋냐고 묻는
내 질문에 선배는 그리운 것과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산이라고 얘기했다.

* 산 정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고
얘기 하면 꼭 그 사람이
들을 것만 같다고 얘기했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특히 혼자서 산을 타는 사람들은
하늘과 제일 가까이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거라고 했다.
그 그리운 것이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가까이서 보고싶어서라고.

*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의 에피소드에서
모두 그리움을 보았다.
그때 그 시절, 이렇게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운 뒷모습을 쫓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마음껏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스스로 위로를 찾는 모습이
참 경탄스러웠다.

* 나였다면, 내가 산에 올랐더라면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까?
나도 내 냥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산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까? 하는,
그동안 멀리했던 산이
참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껏 그리워 하고,
그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방법을 찾고.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향해
또 한 걸음씩 내딛었다.
나도 모르게 '잘했어! 수고했어!
앞으로도 응원할께!'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슴 저 밑바닥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뭉클함도 함께.

*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산들을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들꽃이나 풀 이름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책에 나온 산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랜선 등반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니,
나도 그들과 함께 숨쉬고 땀흘린 기분이었다.
상쾌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이번 주말은 비록 차로 하는 등반이지만
산에 가서 멋드러진 노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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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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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오카자키 다쿠마라고 하면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으로 유명하다.
나 또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 "좋은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라는, 그 책에 나왔던 문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읽으신 분들 모두 극찬에
극찬을 더했기에 매우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다.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590페이지의 벽돌 책을 펴들었다.

* 때는 2063년 8월,
소설가였던 무로미 교코가 살았던 집에
그녀를 담당했던 편집자와
그녀의 조카가 마주 보고 앉았다.
무로미 교코가 사망하고 유작으로 남은
작품의 출판을 위한 만남이었다.

* 그녀의 조카인 사쿠라바 레이는
유명한 추리 소설가이면서도 이모인
교코를 싫어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특히 유작인 <거울 나라>를 잃은 후
저울의 추가 기울듯이 확실히
이모를 싫어하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졌다.

* 마지막 점검을 위한 만남이었지만
편집자인 데시가와라 아쓰시는 레이에게
작품에 문제가 있음을 얘기한다.
현재는 출판만 남았는데 이제와서 문제라니.
설명을 요구하는 레이에게 그는
아주 사소하지만 편집자로서 넘어갈 수 없는
위화감들을 느꼈다고 얘기하며
이 작품을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거울 나라>에는
삭제 된 에피소드가 있는 것 같다고.

* 그렇게 소설 속에 소설이 시작되었다.
소꿉친구였던 가스미 히비키와 신카이 사토네,
기치세 이오리가 우연히 다시 만나고
여기에 히비키의 직장 선배인 구가하라 다쿠미가
합세하면서 거울 나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흘러갔다.

* '와우! 교코씨!
이래서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로 불렸군요!'
절로 이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어릴 적 히비키와 신카이가 당했던
사고의 진실을 둘러싼 추리와 함께
안면 인식 장애, 신체 이형 장애 등
정신 질환의 요소들도 함께 다루었다.

* 특히 소설 <거울 나라> 속에서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쉽게
예상이 갔지만 편집자가 느꼈다는
위화감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추리 소설 읽은 게 몇 년인데..
나는 정말 똥멍청이인가', 라는 회의감도 잠시
그냥 있는 그대로 소설을 즐기기로 했다.
위화감이고 뭐고 나는 못찾겠다 꾀꼬리!

* 그렇게 술술 넘어가던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즈음
여기가 진짜 클라이맥스예요!!
라는 듯 엄청나게 휘몰아치는 구간이 나왔다.

* 허허 참, 와우!
라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와, 이 책 미쳤네 진짜.
'책 뒷 표지에 책을 덮는 순간
당신도 외치게 될 것이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 정말 그걸
고대로 내뱉었다.
제대로 당했다. 교코에게.

*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페이지가 줄어가는 것이 아쉬운 책은 있었다.
하지만 페이지는 넘기는 그 찰나의 시간조차도
아까운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이 책은 미쳤다. 정말.
삭제 된 에피소드를 만나다면,
정말 당신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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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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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추리 소설이라서, 특히 요즘 피드에
꽤 많이 보여서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이렇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 타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 뜻을 짐작할 수 없어서
초록창에 친절히 '타오 뜻'이라고
검색해 봤다.
타갈로그어 사전에는 사람, 인간, 사람들
이라고 나왔고
일본어 사전에는 중국의 민족 종교인
도교의 근본 교리라고 나왔다.

* 중국어 사전에는 덧씌우다, 혹은 거듭하다
라는 명사와 함께
정벌하다라는 동사도 있었다.
아마 한자에 따라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달라지나 보다.
스와힐리어 사전에는 굽음, 굴곡,
독일어 사전에는 철학과
종교(노자, 도교의)도라고 나왔다.

* 같은 발음의 한 단어이지만
왠지 나라별로 뜻이 묘하게 통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인가...?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왜냐고? 책 뒷표지에 '이슬람 사원'이라고
나와있었으니까!

* 검색한 단어를 머리 속에 새겨 넣고
책을 펼쳐 들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생사를 달리하는 여인을 지나
나는 형사과장인 오지영 옆으로 갔다.

* K대학교 부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
골목길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대학교 교수로 이슬람 사원 건립 당시
교회와 주민들의 반대에 맞선 사회학자이다.
오과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건이 흐지부지 되나 싶었을 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 교수의 살인 미수 사건으로부터
한달 뒤, 비오는 날.
다문화교류연구원의 자문 변호사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경찰의 무능과 함께
종교 갈등을 조장하며 오형사를
궁지로 몰아 넣게 된다.

* 애타는 속도 모르고 비오는 날 밤만 되면
새로운 시체가 발견 된다.
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이슬람 사원을 둘러싸고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정도....?

* 언론은 개떼처럼 물어뜯고,
서장이란 놈은 천지분간도 못하면서
자꾸 기자회견을 하자고 한다.
그러는 사이 형사들은 K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이슬람이든
그래도 한국까지 유학을 올 정도라면
집이 어느 정도 부유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을 하고,
졸업 후에는 쌩하니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외국인 불법 취업과 함께
그래도 그들은 꿈을 가지고 한국에 왔을 텐데,
라고 생각하니 입안에 씁쓸했다.

*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녔지만 실마리는 단 하나도 쥐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오형사의 눈에 들어온 한 단어.
이 단어를 파헤치면서 서서히
사건의 진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그래도 아,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여러 외국인 유학생들과 지내다 보면
그 안에서 갈등도 있고, 우정도 있을 것이다.
본국 집의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불법 취업, 나쁘지만 오죽하면,
타국에서 길거리에 나앉을 수는 없으니까,
하고 이해했다.

* 하지만 그 이면에 보여지는
추악한 한국 사회.
낯부끄러웠다.
그들을 낳은 한국도 원망스러웠고
한국에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특히 외국인 여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 비 오는 날 밤 섬뜩한 살인으로 시작된 책은
마지막에 눈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교 다녔을 때 배웠던 것들이 생각났다.
문화 상대주의와 문화 사대주의가 생각났고,
다문화 교류와 여성, 종교와 문화 수업도 생각났다.
대학을 졸업한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좁혀질 수 없는 이 문제들.

* 그러면서 나는 과연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한 번이라도 내민적이 있는가?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손길을
뿌리친 적은 없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전공 수업들의 제목과 함께
아주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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