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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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플라자에서 받아본 책이다.
'해리포터 팬들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마법 판타지'
라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해리포터와 견주는 이야기라는데
어찌 감히 모른 척 할 수 있으리오.

* 잔뜩 기대를 품고 열어본 책은
나를 마법이 깃든 세상으로 안내했다.
점잖은 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자신의 외할머니로부터 집을 받게 된 메릿.
습지로 이루어진 섬 한복판에
그 집이 있었다.
마법에 걸린 그 집이.

* 집은 메릿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식당은 그의 지갑을 먹었으며,
화장실은 벽을 움직여 그를 뭉개려 했다.
당장 갈 곳이 없었던 메릿은 그래도
이 집에서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은 메릿을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문을 굳게 닫은 채, 메릿을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했다.

* 그렇게 집에 갇힌 메릿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헐다.
헐다는 보스턴 마법 부동산 관리국,
일명 바이커 소속의 가정부로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고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 마법에 걸린 집은 길들일 수 있다.
같이 해보자 라는 헐다의 제안에
메릿은 헐다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 '좌충우돌' 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맞는 팀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그들의 하루하루는 늘
시끌벅쩍했다.
그들은 '집'이 가져다 주는 이상현상과
그들 사이의 포근함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그 익숙함이 묘한 감정으로 싹을 틔울 때,
헐다는 그를 보았다.
헐다의 옛 고용주 사일러스.
헐다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을
그 어둠의 마법사를.

* 메릿과 헐다를 보면서 미소 지으면서도
시시각각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어둠의 손길에 맘 졸여야 했다.
능글 맞으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메릿을,
모태솔로인 헐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책 페이지는 순식간에 휙휙 넘어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울컥하며
왜 이 책이 해리포터 팬들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고, 나 또한 사로잡혀 버렸다.

* 파란 지붕과 노란 벽을 가진,
습지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마법의 집.
이 집은 오늘도 시끌벅쩍한 웃음과 함께
행복한 에너지를 뿜고 있지 않을까?
마음 편하게 웃고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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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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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토지'가 아닐까 싶다.
토지 완독 후에 읽는 박경리 선생님의
이야기는 또 어떤 울림을 줄까 궁금했다.

* 스스로를 사람이 아닌 바람이 키운
아이라고 생각하는 바람 같은 여인 하인애.
조실부모하고 큰아버지 댁에
군식구가 된 그녀는 시인이다.
시인 하인애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녹지대로 향했다.
우리가 아는 그 자연의 녹지대가 아닌
음악살롱 녹지대로.

* 그 녹지대에는 하인애와 같은
부류의 인간군상들이 있었다.
소설을 집필하거나, 인애처럼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예술 청년들의 아지트가
바로 녹지대였던 것이다.

* 노르스름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하인애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청년이었다.
친구의 슬픔을 위로할 줄도 알았고
지독한 사랑도 겪는 중이었다.
여느 남성에게도 지지 않는 하인애의
마음을 훔쳐간 이가 누구인지,
어떤 인물인지 꽁꽁 숨겨놓아
읽는 이는 오롯이 하인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보통 1960년 대 소설이라 하면
전쟁 직후의 상활을 처절하게
그려냈을 법도 한데 여기서는 오로지
방황하는 청춘과 황혼 빛으로 물들어 가는
이들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내심 '노르스름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하인애가 실로 그들과
다른 외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 관해 묻지 않았다.
어쩌면 21세기 현실의 나보다 그들이
매너가 더 좋았던가, 편견이 없었던가.

* '통금', '합승' 같은 단어를 통해서
시대를 살짝 엿볼 수도 있었다.
주인공들의 말투로 인해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인애의 하루를, 숙배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그때의 충격이란.....
도덕성은 없는 것이었나..........?

* 바람처럼 자유로운 하인애와
부잣집 깍쟁이 하숙배의 대비된 환경과
생각들을 통해 보다 더 풍부한
인간내면을 볼 수 있었다.
확실한 캐릭터 묘사와 시대극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들고다니기도 무거운 790페이지의 책이지만
작가가 '박경리'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 냥냥이의 수술과 퇴원,
회복 과정에서의 힘든 일정.
그 와중에 눈길에 접촉사고가 났던 나임에도
이 책만큼은 손에 꼭 쥐고 다녔었다.
긴 페이지에 읽는데 사실 일주일이
넘게 걸렸지만 막상 책을 덮고 보니
79페이지의 이야기를 읽은 듯한 기분.
오늘도 나는 '박경리'라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반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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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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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에서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주황색 하리보 젤리의 노란 표지,
약하디약한 우리를 표현하는 글귀와
알 수 없는 제목까지.
밤이 어떻게 노란 밤일 수 있을까?
밤은 보통 검은, 칠흑 같은, 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 알 수 없는 그 밤에 달리기라니,
책 뒤표지의 문장들도 쉬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문구들뿐이었다.
그래서 비채에서 받은 책 중에
가장 마지막에 집어들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청년 예술가 휴일에게 안내했다.
남자를 사랑하는 아빠,
그런 아빠 때문에 나를 버리고 떠난 엄마,
버려진 나를 거둬 키워준 할머니 복순씨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애인 엘을 둔 사람.

* 책 속에서 '나'로 표현 되는 휴일은
어떻게 보면 안쓰럽고, 어떻게 보면 찌질했다.
현재의 애인 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간 전여친의 SNS를 염탐하는 사람.
그러나 또 한발짝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온통 생채기와 상처로 가득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 휴일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내 곁에 있었다면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가서 마카로니와
무릎을 내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작은 맥주잔과 함께.

* 청년 예술가, 가난하고 창작에 골머리를
앓을 것 같은 그 직업을 가진 휴일은
역시나 그랬다.
친구들과 지원금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한다.

* 어두운 과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닌 휴일은 그 이야기들을 담담히
툭 털어놓는다.
엘과 만나는 연극 같은 일상에서,
친구들과 지원금을 타기 위해 노력하는 현실에서,
때로는 꿈을 통해서 그 불안감과
외로움, 고독을 표출해 낸다.

* 이런 모습은 책 속의 휴일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에
빗대어지고, 어렵고 힘들던
나의 20대를 떠올리게 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사랑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사랑만으로도 살 수는 없다.
간혹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
의리를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평범한 일상을
휴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매우 특별하게 그려냈다고 본다.

* 지극히 현실적인 휴일에게
지극히 비현실적인 옐로우와 핑크스핑크스 같은
장치를 통해 환상문학 같은 느낌도 들게 했다.
현실임을 직시하면서도,
현실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그 묘한 것.
이게 이 책을 나타내는 나의 총평이다.

* 때로는 손으로 꾹꾹 눌러 써서
고이 보관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가 하면,
읽으면서 몰래 킥킥 웃게 만드는 문장도 있었다.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도
꽤 흥미로웠다.
지금 휴일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방황하는 20대 후반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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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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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제로의 늦여름, 제목과 맞게 초록빛이 가득한
색감과 살며시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성의 표지.
표지만으로는 쉬이 내용이 짐작가지 않았다.

* 하지만 뒤의 소개글을 보는 순간,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이 산뜻한 표지에 사신이라고라고라고라?
그것도 화가인데?
오호+_+ 무조건 재밌겠다! 생각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 우연히 후배를 통해 자신과 닮은 여성을
그린 그림을 본 카논.
화가의 이름은 제로, 그림의 제목은 늦여름이었다.
아~ 이래서 제목이 제로의 늦여름이구나.
싶은 순간!!!
이야기가 좀 묘하게 흘러간다.

* 어릴 적 선천적인 심장병으로 인해
수술과 입원을 했던 카논은
어린시절 자신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로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림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났다.
하지만 현실의 카논은 그림과는 거리가 먼
광고 회사 직원이다.

* 이 회사에서 억울한 소문에 휩쓸려
멋지게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나온 것 까지는 참 좋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도 된다.
그때 아는 이의 소개로 '그림과 시와 노래'라는
미술 잡지 회사에 면접을 본다.

* 하지만 면접관인 편집장은
카논이 한 눈에 반한 제로의 그림을 힐난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로를 옹호하던 카논은 결국 편집장의 사과와 함께
수습의 신분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 막연히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 화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자로서 인터뷰에 대한 스킬도 없다.
그저 맨땅에 헤딩 식으로 부딪혀보는 카논.
몇 번의 고비 끝에 우연히 '나유타'라는
화가의 특집을 맡게 된다.

* 뱅크시와 같은 얼굴 없는 화가.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성별도 모른다.
하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
여기에 나유타 그림 속 모델은 모두
죽는다라는 도시 전설도 생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논은 정신없이
나유타의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 나유타가 그린 그림 속 모델의 가족,
즉 유족을 만나 나유타에게 한걸음씩 다가간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함정이라는 생각이 드는걸까?
나유타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그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누군가가 일부로 카논을 그에게 보낸 것만 같다.

* 카논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는
읽는 독자로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대충, 나유타의 정체를 눈치 채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반전 투성이로 뒤통수를
톡,톡, 탁!!!!! 칠 줄이야.

* 책을 덮고 나니 여운이 참 길다.
그림이라고는 1도 모른다.
고흐와 뭉크도 구별 못하는 내가,
뱅크시가 누군지도 몰랐던 내가
그림에 관한 소설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화가'라는 직업은 늘 깐깐한 꼰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여서 또 좋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늦여름의 나른한 오후, 선선한 바람이
같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 그림을 그릴 줄도, 볼 줄도 모르지만
이 책에 나온 작품이라면 꼭 한 번은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논과 제로, 그리고 나유타와 함께 여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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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의 섬
엘비라 나바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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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하얀색, 갈색, 얼룩 무늬 토끼가
섬을 가득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 표지가 의외로 어둡다.
잘못 짚은건가.......?

* 11편의 단편이 있다는 얘기도 궁금했다.
어떻게 글을 써야만 11편이나 되는 이야기를
한 책에 담을 수 있는걸까?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스페인 문학이라...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몽환의 숲으로 이끌었다.
'나뭇잎은 하늘색, 하늘은 연두색, 눈빛은 보라색,
오감의 현실과는 모든 게 다 정반대지만
너무나 몽롱한 영롱한'
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토끼들의 섬은
생각했던 것 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로 한 섬을 뒤덮은 새를
쫓기 위해서 토끼를 들인 남자.
하지만 세상은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 발이 귀에서부터 내려오는 여자의 이야기는
신비롭다기 보다는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히려 이 여자에게 다른 정신병이 있는건 아닐까?
끝까지 샅샅히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

* 한 남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와
천장에 둥둥 떠서 음식을 만드는 친구 할머니를
기억하는 여자의 이야기,
지도 난독증이 있는 여자와 새끼염소 고기,
사먼과 마약의 관계,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호텔의 옆방,
엄마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 아빠의 페이스북 계정,
신혼 여행 도중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편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 처음에는 낯설었다. 너무나.
하지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묘하게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문장들,
그러나 절대 대충 읽을 수 없는 단어들까지.
어렵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했다.

철학을 전공한 작가님의 이력 때문인지
자꾸만 그 안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그저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는 문장에서
헉! 하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기도 했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점심 먹은 뒤 쉬는 시간에 잠깐 읽기에도 좋았다.
절대 정신 차리고 읽을 수 없지만
아예 넋 놓고 읽을 수도 없는 책.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몽환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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