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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평점 :

*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제로의 늦여름, 제목과 맞게 초록빛이 가득한
색감과 살며시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성의 표지.
표지만으로는 쉬이 내용이 짐작가지 않았다.
* 하지만 뒤의 소개글을 보는 순간,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이 산뜻한 표지에 사신이라고라고라고라?
그것도 화가인데?
오호+_+ 무조건 재밌겠다! 생각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 우연히 후배를 통해 자신과 닮은 여성을
그린 그림을 본 카논.
화가의 이름은 제로, 그림의 제목은 늦여름이었다.
아~ 이래서 제목이 제로의 늦여름이구나.
싶은 순간!!!
이야기가 좀 묘하게 흘러간다.
* 어릴 적 선천적인 심장병으로 인해
수술과 입원을 했던 카논은
어린시절 자신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로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림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났다.
하지만 현실의 카논은 그림과는 거리가 먼
광고 회사 직원이다.
* 이 회사에서 억울한 소문에 휩쓸려
멋지게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나온 것 까지는 참 좋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도 된다.
그때 아는 이의 소개로 '그림과 시와 노래'라는
미술 잡지 회사에 면접을 본다.
* 하지만 면접관인 편집장은
카논이 한 눈에 반한 제로의 그림을 힐난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로를 옹호하던 카논은 결국 편집장의 사과와 함께
수습의 신분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 막연히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 화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자로서 인터뷰에 대한 스킬도 없다.
그저 맨땅에 헤딩 식으로 부딪혀보는 카논.
몇 번의 고비 끝에 우연히 '나유타'라는
화가의 특집을 맡게 된다.
* 뱅크시와 같은 얼굴 없는 화가.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성별도 모른다.
하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
여기에 나유타 그림 속 모델은 모두
죽는다라는 도시 전설도 생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논은 정신없이
나유타의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 나유타가 그린 그림 속 모델의 가족,
즉 유족을 만나 나유타에게 한걸음씩 다가간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함정이라는 생각이 드는걸까?
나유타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그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누군가가 일부로 카논을 그에게 보낸 것만 같다.
* 카논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는
읽는 독자로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대충, 나유타의 정체를 눈치 채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반전 투성이로 뒤통수를
톡,톡, 탁!!!!! 칠 줄이야.
* 책을 덮고 나니 여운이 참 길다.
그림이라고는 1도 모른다.
고흐와 뭉크도 구별 못하는 내가,
뱅크시가 누군지도 몰랐던 내가
그림에 관한 소설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화가'라는 직업은 늘 깐깐한 꼰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여서 또 좋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늦여름의 나른한 오후, 선선한 바람이
같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 그림을 그릴 줄도, 볼 줄도 모르지만
이 책에 나온 작품이라면 꼭 한 번은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논과 제로, 그리고 나유타와 함께 여서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