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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 비채에서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주황색 하리보 젤리의 노란 표지,
약하디약한 우리를 표현하는 글귀와
알 수 없는 제목까지.
밤이 어떻게 노란 밤일 수 있을까?
밤은 보통 검은, 칠흑 같은, 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 알 수 없는 그 밤에 달리기라니,
책 뒤표지의 문장들도 쉬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문구들뿐이었다.
그래서 비채에서 받은 책 중에
가장 마지막에 집어들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청년 예술가 휴일에게 안내했다.
남자를 사랑하는 아빠,
그런 아빠 때문에 나를 버리고 떠난 엄마,
버려진 나를 거둬 키워준 할머니 복순씨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애인 엘을 둔 사람.
* 책 속에서 '나'로 표현 되는 휴일은
어떻게 보면 안쓰럽고, 어떻게 보면 찌질했다.
현재의 애인 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간 전여친의 SNS를 염탐하는 사람.
그러나 또 한발짝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온통 생채기와 상처로 가득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 휴일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내 곁에 있었다면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가서 마카로니와
무릎을 내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작은 맥주잔과 함께.
* 청년 예술가, 가난하고 창작에 골머리를
앓을 것 같은 그 직업을 가진 휴일은
역시나 그랬다.
친구들과 지원금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한다.
* 어두운 과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닌 휴일은 그 이야기들을 담담히
툭 털어놓는다.
엘과 만나는 연극 같은 일상에서,
친구들과 지원금을 타기 위해 노력하는 현실에서,
때로는 꿈을 통해서 그 불안감과
외로움, 고독을 표출해 낸다.
* 이런 모습은 책 속의 휴일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에
빗대어지고, 어렵고 힘들던
나의 20대를 떠올리게 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사랑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사랑만으로도 살 수는 없다.
간혹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
의리를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평범한 일상을
휴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매우 특별하게 그려냈다고 본다.
* 지극히 현실적인 휴일에게
지극히 비현실적인 옐로우와 핑크스핑크스 같은
장치를 통해 환상문학 같은 느낌도 들게 했다.
현실임을 직시하면서도,
현실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그 묘한 것.
이게 이 책을 나타내는 나의 총평이다.
* 때로는 손으로 꾹꾹 눌러 써서
고이 보관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가 하면,
읽으면서 몰래 킥킥 웃게 만드는 문장도 있었다.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도
꽤 흥미로웠다.
지금 휴일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방황하는 20대 후반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