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대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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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토지'가 아닐까 싶다.
토지 완독 후에 읽는 박경리 선생님의
이야기는 또 어떤 울림을 줄까 궁금했다.

* 스스로를 사람이 아닌 바람이 키운
아이라고 생각하는 바람 같은 여인 하인애.
조실부모하고 큰아버지 댁에
군식구가 된 그녀는 시인이다.
시인 하인애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녹지대로 향했다.
우리가 아는 그 자연의 녹지대가 아닌
음악살롱 녹지대로.

* 그 녹지대에는 하인애와 같은
부류의 인간군상들이 있었다.
소설을 집필하거나, 인애처럼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예술 청년들의 아지트가
바로 녹지대였던 것이다.

* 노르스름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하인애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청년이었다.
친구의 슬픔을 위로할 줄도 알았고
지독한 사랑도 겪는 중이었다.
여느 남성에게도 지지 않는 하인애의
마음을 훔쳐간 이가 누구인지,
어떤 인물인지 꽁꽁 숨겨놓아
읽는 이는 오롯이 하인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보통 1960년 대 소설이라 하면
전쟁 직후의 상활을 처절하게
그려냈을 법도 한데 여기서는 오로지
방황하는 청춘과 황혼 빛으로 물들어 가는
이들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내심 '노르스름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하인애가 실로 그들과
다른 외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 관해 묻지 않았다.
어쩌면 21세기 현실의 나보다 그들이
매너가 더 좋았던가, 편견이 없었던가.

* '통금', '합승' 같은 단어를 통해서
시대를 살짝 엿볼 수도 있었다.
주인공들의 말투로 인해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인애의 하루를, 숙배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그때의 충격이란.....
도덕성은 없는 것이었나..........?

* 바람처럼 자유로운 하인애와
부잣집 깍쟁이 하숙배의 대비된 환경과
생각들을 통해 보다 더 풍부한
인간내면을 볼 수 있었다.
확실한 캐릭터 묘사와 시대극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들고다니기도 무거운 790페이지의 책이지만
작가가 '박경리'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 냥냥이의 수술과 퇴원,
회복 과정에서의 힘든 일정.
그 와중에 눈길에 접촉사고가 났던 나임에도
이 책만큼은 손에 꼭 쥐고 다녔었다.
긴 페이지에 읽는데 사실 일주일이
넘게 걸렸지만 막상 책을 덮고 보니
79페이지의 이야기를 읽은 듯한 기분.
오늘도 나는 '박경리'라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반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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