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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의 섬
엘비라 나바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하얀색, 갈색, 얼룩 무늬 토끼가
섬을 가득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 표지가 의외로 어둡다.
잘못 짚은건가.......?
* 11편의 단편이 있다는 얘기도 궁금했다.
어떻게 글을 써야만 11편이나 되는 이야기를
한 책에 담을 수 있는걸까?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스페인 문학이라...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몽환의 숲으로 이끌었다.
'나뭇잎은 하늘색, 하늘은 연두색, 눈빛은 보라색,
오감의 현실과는 모든 게 다 정반대지만
너무나 몽롱한 영롱한'
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토끼들의 섬은
생각했던 것 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로 한 섬을 뒤덮은 새를
쫓기 위해서 토끼를 들인 남자.
하지만 세상은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 발이 귀에서부터 내려오는 여자의 이야기는
신비롭다기 보다는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히려 이 여자에게 다른 정신병이 있는건 아닐까?
끝까지 샅샅히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
* 한 남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와
천장에 둥둥 떠서 음식을 만드는 친구 할머니를
기억하는 여자의 이야기,
지도 난독증이 있는 여자와 새끼염소 고기,
사먼과 마약의 관계,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호텔의 옆방,
엄마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 아빠의 페이스북 계정,
신혼 여행 도중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편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 처음에는 낯설었다. 너무나.
하지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묘하게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문장들,
그러나 절대 대충 읽을 수 없는 단어들까지.
어렵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했다.
철학을 전공한 작가님의 이력 때문인지
자꾸만 그 안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그저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는 문장에서
헉! 하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기도 했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점심 먹은 뒤 쉬는 시간에 잠깐 읽기에도 좋았다.
절대 정신 차리고 읽을 수 없지만
아예 넋 놓고 읽을 수도 없는 책.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몽환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