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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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비 출판사에서 서평으로 받아본 책이다.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것은
띠지 속의 이야기였다.
1991년 12월 발생한 아동 동시 유괴사건,
그로부터 30년 후 풀어지는 이야기.

* 아동 유괴 사건은 지금은 쉬이 보기 힘들지만
8-90년 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사건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의 유괴 사건은 어떨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30년이 지난 후에야
그 비밀이 풀어지는 걸까,
궁금증을 안은 채 책을 펼쳐 보았다.

* 1991년 12월 11일, 불멸일의 밤.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다치바나 아쓰유키가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시청과 현경의 인원들이 모여서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 그로부터 하루가 채 안된 시간,
12월 12일 오후 2시 27분,
경찰서에 또 하나의 신고가 접수된다.
현경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태,
아동 동시 유괴 사건이었다.

* 둘째 날, 납치된 아이는 4살의 나이토 료.
외할아버지인 시게루의 재산을 노린 듯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치나바 아쓰유키는 발견되어 돌아왔다.

* 하지만, 몸값을 건네는 것도,
범인을 잡는 것도 실패했던 경찰과
료의 가족은 나이토 료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3년 뒤,
료의 외할머니 도코는 초인종을 누른 아이가
3년 전 사라졌던 자신의 손자임을 확인했다.

* 3년 만에 돌아온 료는 스스로 초인종을 눌렀고,
7살로 성장해 있었다.
그는 스스로 여기서 키워달라고 하며
다시 기지마 부부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아이가 돌아왔으니 곧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어린 아이의 한계였던 것일까?
아니면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료는 끝까지 범인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하고
보호자였던 기지마 부부도 협조적이지 않아
그렇게 사건이 묻혀버렸다.

* 유괴된 아이의 공백의 3년은
비밀로 남아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일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의외의 곳이었다.
주간지 <프리덤>의 기사에 실린 한 화가,
기사라기 슈가 30년 전 유괴사건의
피해자였던 나이토 료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였다.

* 친한 형사의 조문을 갔던 몬덴은
그의 동료로부터 이 주간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은 이 사건을
포기한 적이 없었음을.

* 그렇게 늙은 기자의 신분으로
오랜만에 데스크를 벗어나 조사를 시작하는 몬덴.
사실화 화가로서의 기사라기 슈와
유괴사건 피해자였던 나이토 료가
꽁꽁 숨겨왔던 그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 공백의 3년이 가진 비밀을 풀려고
애쓰는 몬덴을 보면서
나도 그와 같이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미술계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재밌었다.

* 3년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왜 내 눈이 이렇게 흐려지는지....
새벽 감성과 더해져서 훌쩍이며 읽었다.
마지막 장면은 너무 영화같이 아름다웠고.

* '사실화'라는 장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미스터리에 사회적 문제와 함께
감동, 인간애까지 모두 담은 책이었다.
여기에 로맨스까지 한스푼 얹어주시다니~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혀도
부족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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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불가마
정소정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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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작년 한 해는 내 최악의 해였다고 할 수 있었다.
반려 동물의 암수술과 재수술,
기나긴 회복 기간과 나를 덮친 교통사고.
여기에 비상계엄령과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까지.
심장이 몇 번이나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 특히 작년 12월 한 달은 아침에 눈 뜨면
뉴스로 시작해서 뉴스로 끝나는 일상이었다.
지쳐갔다. 사고 희생자와 그 유족 분들에게
비할 바는 못되지만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만 갔다.
그때, 구원처럼 이 책을 만났다.
삶에 지친 당신에게 보내는 한 장의 목욕권.
불가마에서 무슨 위로를 받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지친 나는 동앗줄처럼 이 책을 집어들었다.

* 29살, 안주연.
삶의 주인공이 되라는 뜻에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이었던 날들이 더 많았던 인생이었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에 떨어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값싼 월세방 뿐이었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했지만 수도관 파열.
세상은 주연이한테 무슨 억한 심정이 있길래
이렇게 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 그때 전 주인이 남기고간 목욕권을 발견하고
여기서라도 씻자고 생각한 주연은
여성전용 불가마 미선관이라는 낡은 간판과
천 년은 묵은 듯한 낡은 벽돌 건물과 마주한다.
잠시 머뭇거리는 찰나, 머리 위를 맴도는
까마귀 떼 덕분에 안으로 발을 들이 밀었다.
"막하러 오셨어요?" 라는
카운터에 앉은 늙은 여자의 말을 시작으로
주연의 인생은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다.

* 미선관에는 주연 말고도 여러 언니들이 있었다.
미선관의 주인인 대장 언니와 카운터를 맡고 있는
카운터 언니, 이 외에도 강남 언니, 액세서리 언니,
손님으로는 이쁜 언니와 얼음 언니 등이 있었다.
같이 땀을 흘려서일까...?
이들은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전우애로
똘똘 뭉친 무리처럼 보였다.

* 속내는 잘 털어놓지 않지만, 누구든 부담없이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들어줬다.
때로는 해결책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도와주며
그들은 그렇게 불가마의 막에서 오래 묵은
때도 벗기고, 상처도 씻어내며
단단한 도자기로 거듭날 준비를 했다.

* '막' 하는 법을 배우면서 뿔 언니라는
별명이 생긴 주연.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이별 이야기인데도
이들을 바라보는 게 어찌나 흐뭇하던지.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걸
느끼는 요즘, 오랜만에 미소가 띄워지는 책이었다.

* 사실 나는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인해 몸에
큰 수술 자국이 몇 개 있다.
때 빼고, 광낸 후에 엄마가 쥐어주는
바나나 우유가 좋아서 따라다녔었는데
내 몸은 오지랖 넓은 아줌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 '어린 애가 무슨 수술 흉터가 이렇게 있대~' 라며
예고도 없이 만져대는 손길과
딸을 지키지 못했다라는 죄책감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떨구던 엄마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목욕탕은 쳐다도 안봤다.
그래서인지 찜질방도 가본 적이 없다.

*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찜질방도 목욕탕도 가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시원한 식혜 한 사발 앞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떠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천국을 맛 본 기분이었다.
언젠가는 꼭! 이 책을 들고 목욕탕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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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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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블루홀 식스에서 받아본 책이다.
연말 연초를 좋아하는 소설과 함께 하고 싶어
받아본 책이었는데 여객기 사고가 났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와 겹쳐져서
책을 읽으면서도 뉴스를 보고,
뉴스를 보면서도 책을 읽게 되었다.

* 어렸을 적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은 다카기.
형의 사고가 있을 때부터 다카기는
무의식 중에 '불가능'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형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니까.' 였다.
형의 사고 이후 마음이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편도 2시간 거리의 회사로 출퇴근 하는 다카기.

* 드론 회사 직원으로 교육 강사도 하고 있던 그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하 도시 프로젝트 WANOKUNI에서
또 다시 재난을 마주하게 된다.
지하에 모든 기반 시설과 드론 물류 유통망이
존재하는 스마트 도시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 예기치 못한 대형 지진은 도시를
곧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이때 다카기의 회사 선배가 드론을 조종해
사람을 구해달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다카기가 구조해야 할 이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재난 구조용 드론 SVR-Ⅲ를 이용해서
구조자를 구해야 하는 시간은 단 6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안에
극한으로 몰린 여성을 구해내야만 했다.

* 사실 '드론'을 이용한 이야기라고 하길래
엄청 딱딱하거나, 고구마 답답이, 혹은
부산행에 김의성 아저씨 버금가는 빌런이 있거나,
셋 중 한 장면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나?

* 다카기의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하며,
군더더기 없이 딱 깔끔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줘!', '기운내! 할 수 있어!' 라고
같이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온통 간절한 생각 뿐이었다.

* 책에서도, 뉴스를 보면서도
'제발 무사해줘!'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거의 비슷하게 둘의 결말을 확인했을 때는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책을 핑계 삼아, 뉴스를 핑계 삼아
목 놓아 울어버렸다.
하..... 역시,
이번에도 블루홀6가 블루홀6했다.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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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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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이라니.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에 '셔닐'이라는 천에 대해
먼저 검색을 해봤다.
두툼하면서도 짧은 보풀, 가방이나
카펫, 침구에도 종종 쓰이는 천이다.
아,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이게 셔닐 천이구나. 하고 기억하며 책을 읽었다.

* 젊다고 하기엔 많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해 보이는 50대 후반.
80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다미코 집에
리에가 당분간 머물게 되었다.

* 리에는 오랜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면서
친구인 다미코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기로 한 것이다.
리에가 들어온 다미코의 일상은 순식간에
그녀의 모든 틀을 깨버렸다.

* 방이 아닌 거실에 누워서 자게 되고,
평소에 누워 지내는 공간이 아닌 곳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저녁형 인간에서 슬며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늘 투닥거리던 어머니와
살가운 리에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한다.

* 리에와 다미코, 그리고 사키는
대학 시절 늘 셋이 붙어 다녀서 쓰리 걸스라고 불렸다.
그로부터 거의 40여 년이 지난 시간,
사키는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이고
다미코는 소설을 쓰는 싱글,
리에는 은퇴를 한 돌싱이다.

* 전혀 다른 세 사람이 대학시절의 인연으로
'친구'라는 이름에 묶여있다.
이들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관계들과
그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듯이 갈등과 화해,
위기도 있고 아주 작은 행복도 있다.

* 서로 만나지 않을 때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때때로 서로가 잘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상하게 만나면 그들은
처음 만났던 그 시절, 그 나이로 돌아가고
40년의 시간의 공백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 어쩌면 너무 작고 소박한 일상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고민으로
독자에게 몰입감을 주고 공감을 끌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누구와 가장
비슷한 타입인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떨 때는 리에의 모습이 가장 나답기도 했고,
어떨 때는 다미코의 모습이,
또 다른 때는 사키의 모습이 가장
나랑 닮아보이기도 했다.

* 나도 제일 친한 친구가 대학 때 친구여서 인지,
이들이 느끼고 있는 시간의 공백에 대해
심하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아직도 20살, 그 나이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어떻게 벌써 40줄을 바라보고 있는지.
내심, 쓰리 걸스를 보면서 나와 내 친구의
또 다른 20년 후도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 살아가다 보면, 과거 내가 상상했던 대로
살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나의 미래는 꼭 내 상상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것에 대해 실망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나는 최선을 다 했고,
그 결과 값이 이것이라면 그걸로 만족한다.

* 쓰리 걸스를 보면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서글픔도 많이 줄어들었다.
20년 후에, 나는 내 친구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놀고 있을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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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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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흥미를 끌었다.
한 소년과 두 마리의 기린은
어떤 연유로 서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을까?

* 모래 폭풍과 가난으로 여동생과
부모님을 모두 잃은 우드로 윌슨 니켈.
보통 우디라고 불린다.
우디는 가족을 잃고 먼 친적을 찾아
고향을 버리고 떠났다.
하지만 여기서도 허리케인을 만나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 마저 잃어야 했다.

* 집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우디의 눈 앞에
기적의 기린들이 나타났다.
바다에서 만난 허리케인을 뚫고
무사히 육지에 상륙한 두 마리의 기린
걸과 보이였다.
다리를 다쳐서 누워 있는 걸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 순간, 우디는 자신의 갈색
암말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 그리고 곧 그는 기린을 실은 트럭이
가난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인
캘리포니아로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디는 무작정 그 트럭을 따라가기로 한다.
길에서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서.

* 하지만 단 1센트도 없는 우디는
오토바이 기름도 살 수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싶은 찰나,
트럭 운전수가 내빼는 것을 보게 된다.
오른손이 불편한 라일리 존스씨는
운전을 할 수 없어 보였다.
걸의 다리는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그래서 우디는 아주 작은 거짓말을 보태서
자신이 운전을 하고 캘리포니아까지
갈 수 있다고 라일리 존스씨를 설득한다.

* 라일리 존스에게 세상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린들의 안전한 이송이었다.
기린들이 다치지 않고, 빠르게 캘리포니아까지
갈 수 있다면 그는 사람도, 아니 심지어
자기 자신도 죽였으리라.
그런 그가 우디의 제안을 승낙한 순간,
기린 두 마리와 소년, 그리고 영감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 걸과 보이, 영감과의 동행은 생각처럼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때는 1938년이었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소년에게는 하루하루가 아니,
1분 1초가 고난과 역경이었다.
잠이 들면 몰려오는 악몽과 싸워야 했다.
기린들이 뒤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운전을 해야 했으며,
자신을 궁금해 하는 영감에게 과거를
털어놔야 하는지 아닌지도 고민해야 했다.

*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와
여자임에도 바지를 입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녹새 패커드로 기린 트럭을 쫓아오는
여자도 매우 신경이 쓰였다.
이 와중에 산 길에서의 교통사고,
기린을 원하는 강도, 홍수 같은 자연재해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당시에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독 선명하게 자리 잡은
기억들이 있다.
나는 이것들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휘발되고,
기억에서 삭제되고 남은 그것.

* 그러나 때로는 이것 하나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디에게는 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그랬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살면서도
마치 어제 일처럼 우디의 마음 속에서,
머리 속에서 살아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 다친 기린과 손이 불편한 영감,
떠돌이 고아인 소년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코 끝이 찡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럽게도
기린도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통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면
북극곰이나, 코끼리 등만 떠올렸었는데
기린도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니.....
조금 더 멸종 위기 동물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 책으로 읽어도 좋지만
영화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년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린과 영감, 빨간 머리의 여자와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해가는 그의 성장,
기린과 함께 하는 그들의 우정이
눈물나게 찬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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