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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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이라니.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에 '셔닐'이라는 천에 대해
먼저 검색을 해봤다.
두툼하면서도 짧은 보풀, 가방이나
카펫, 침구에도 종종 쓰이는 천이다.
아,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이게 셔닐 천이구나. 하고 기억하며 책을 읽었다.

* 젊다고 하기엔 많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해 보이는 50대 후반.
80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다미코 집에
리에가 당분간 머물게 되었다.

* 리에는 오랜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면서
친구인 다미코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기로 한 것이다.
리에가 들어온 다미코의 일상은 순식간에
그녀의 모든 틀을 깨버렸다.

* 방이 아닌 거실에 누워서 자게 되고,
평소에 누워 지내는 공간이 아닌 곳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저녁형 인간에서 슬며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늘 투닥거리던 어머니와
살가운 리에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한다.

* 리에와 다미코, 그리고 사키는
대학 시절 늘 셋이 붙어 다녀서 쓰리 걸스라고 불렸다.
그로부터 거의 40여 년이 지난 시간,
사키는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이고
다미코는 소설을 쓰는 싱글,
리에는 은퇴를 한 돌싱이다.

* 전혀 다른 세 사람이 대학시절의 인연으로
'친구'라는 이름에 묶여있다.
이들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관계들과
그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듯이 갈등과 화해,
위기도 있고 아주 작은 행복도 있다.

* 서로 만나지 않을 때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때때로 서로가 잘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상하게 만나면 그들은
처음 만났던 그 시절, 그 나이로 돌아가고
40년의 시간의 공백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 어쩌면 너무 작고 소박한 일상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고민으로
독자에게 몰입감을 주고 공감을 끌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누구와 가장
비슷한 타입인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떨 때는 리에의 모습이 가장 나답기도 했고,
어떨 때는 다미코의 모습이,
또 다른 때는 사키의 모습이 가장
나랑 닮아보이기도 했다.

* 나도 제일 친한 친구가 대학 때 친구여서 인지,
이들이 느끼고 있는 시간의 공백에 대해
심하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아직도 20살, 그 나이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어떻게 벌써 40줄을 바라보고 있는지.
내심, 쓰리 걸스를 보면서 나와 내 친구의
또 다른 20년 후도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 살아가다 보면, 과거 내가 상상했던 대로
살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나의 미래는 꼭 내 상상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것에 대해 실망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나는 최선을 다 했고,
그 결과 값이 이것이라면 그걸로 만족한다.

* 쓰리 걸스를 보면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서글픔도 많이 줄어들었다.
20년 후에, 나는 내 친구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놀고 있을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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