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소녀
빅토리아 포레스터 지음, 황윤영 옮김, 박희정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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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구에게도 인생에서 얻기 쉬운 것은 없단다. 네가 걷는 모든 길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그걸 빨리 배울수록 더 좋단다.
네가 가는 방향을 문제 삼지 마. 그곳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 있을 거니까. 넌 그냥 그 둘과 함께하는 것을 배우기만 하면 돼" <p.82>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가는 동안 매일 똑같이 자신들의 땅을일구며 조용히 살아가는 로랜드 마을의 매클라우드 부부.

늘 순리대로 살아온 그들에게 순리적이지 않는 일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베티 매클라우드의 임신 소식이다. 결혼후 25년동안 아이가 없었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여자가 아닌데 임신을 했고 예쁜 딸을 얻게 된 것. 그 아이가 '파이퍼'다.

부모의 나이도 많고, 형제자매도 없으니 아이가 괴상한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 뒤따랐는데 걱정과 다르게 파이퍼는 보통의 아이들과 같았다.

하지만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자 파이퍼에게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보여졌고, 그것은 바로 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홉살이 될 때까지 학교도 못다니고 친구 하나 없는 생활을 계속하던 파이퍼는 부모님의 배려로 7월 4일 독립기념일 소풍 행사에 참가하게 되는데 제발 잠자코 있어달라는 엄마의 부탁과 다르게 야구 게임을 하다 하늘을 날아버린 파이퍼는 무성한 소문과 함께 거침없는 매스컴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곧 리티샤 헬리언 박사의 도움으로 사건은 무마되고 그녀 자신은 자신과 똑같은 초능력자들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염력을 쓰는 '릴리'와 엑스레이 같은 눈을 갖아 강철조차도 투과해 볼수 있는 '스미티'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소녀 '데이지'와 반에게 가장 어리고, 무슨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 잊어버린 '재스퍼'와 대장 노릇을 하며 반의 골칫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콘래드' 등등의 아이들과 만나게 되는데 . . .

 

해리 포터의 우정, 빨강머리 앤의 감성, 엑스맨의 초능력이 결합한 판타스틱 성장소설 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띠지의 글귀에는 100% 공감한다는 ~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엑스맨'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온갖 초능력을 갖은 아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고 그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 등등 여러모로 엑스맨의 이야기와 닮은 과정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보다는 훨씬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긴게 아닌가 싶다 ^^

 

우리는 언제나 모든것과 다른 사람을 만나 생활하고, 또는 모든면에서 닮은 사람과 만나 생활하면서 살아간다.

새롭고 독특한 것 보다는 비슷하고 평범한 것 사이에서 안도감을 찾는 사람에게 '개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사이좋게 살아기가 이렇게 힘든 것일까 ?

이 책을 읽는 내내 개성보다는 평범함을 추구하는 내가 개성 강한 사람을 어찌 바라봤는지를 ~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다르다'를 '틀리다'로 생각하고 행동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다르다'가 '틀리다"로 느껴진다면 이전보다 꼭 두 배 배려하는 마음을 갖으라는 말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우리 엄마는 인생에서 가치 있는 일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어.

엄만 내가 길을 걸어갈 때마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씀하셨지.

하지만 엄마가 말씀해 주시지 않았지만 내가 이곳에 와서 배우게 된 사실이 하나 있어.

나 스스로 걸어갈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조만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그 선택을 할 거란 거야.

그래, 어쩌면 머틀이 옳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존재가 되도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

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는 거야.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런 모습으로 만드셨는데, 우리가 스스로를 저버리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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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
박솔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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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무슨무슨 상을 수상한 작품들에 시선이 가더라. 갠적으로 문학동네 작가상, 소설상등 다양한 상들로 인해 좋은 책을 많이 읽은 경험 때문인 듯~

그래서인지 제1회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내 시선을 잡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 책 굉장히 읽기가 어렵다. 글이. .  문장이 . . 어려운 것은 아닌데 왜케 어렵게 느껴지는지 ㅠㅠ

 

노을이 이민주를 '민주'하고 불렀듯이 이민주도 노을을 '을'이라 불렀다. 노을에게 이민주가 여전히 민주이듯, 이민주에게 노을은 을이다.

다만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지 못할 뿐이다. 이민주는 방을 떠났고 노을은 그것을 허락했다.

책 내용은 한마디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장기투숙자들을 위한 작은 호텔에서 방. 그곳에서 을과 민주, 윤과 바원, 프래니와 주니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얼마만큼 이해했을까 -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가슴이 이해못하는 것과 가슴으론 이해가 되는데, 머리가 이해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백지장 한장 차이일까 -

새롭고 낯선 소설.

나에겐 너무 낯설어서 신기하고 좋은게 아니라 거부감이 드는 그런 종류의 책이랄까 ? 200페이지의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데 엄청 고생했다는 ~

나는 상업영화 취향인데 폼잡고 독립영화 한 편 보고서 내 취향이 아니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기분이 들어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쓸데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설속에서 을이 민주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참 재밌더라. 참 냉정하구나 싶으면서도 현실적이랄까 ?

을은 민주가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남에게 강요하는목소리를 내지 않고, 유들유들한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면서 민주는 침묵의 행간을 짚어낼 줄 안다고 . . 공평하고 사려깊고 또 그것은 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한 공평함이라 얘길하는데 내심 그런 사람이 어딨어?라는 의구심이 들때쯤 그 모든것이 민주의 무관심, 공평한 무관심이란 것을 알게 됐다. 무관심이 사려깊음으로 변하고 그것은 곧 예의 바름이 되는 것. 을은 민주의 그런 점이 미덕이라 생각하는데 요즘의 우리네들. 현대인들이 모두 갖고 있는 미덕이 이런것이 아닐까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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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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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상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야.

외로운 아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하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떠나야 해.

지금까지 늘 그래 왔고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건 . . .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거야." <p.41>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는 굉장히 독특한 로맨스 소설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한 채 성장한 '제인'이 그녀의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였던 소년 '마이클'을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의 유명 제작자로 항상 바쁜 엄마 '비비엔 마고' 때문에 언제나 혼자였던 여덟살 소녀 '제인'에게는 '마이클' 이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맛있는 뉴욕 세이트레지스 호텔의 아이스크림 선디를 먹으며 마이클과 '제인과 마이클 놀이'에 푹 빠진 제인에게 마이클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제인의 눈에만 보이는 '상상의 친구'

아홉 번째 생일날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많은 축하를 받아야 하지만 엄마는 제인의 생일도 모른채 일하느라 바쁘고, 아빠는 그녀가 갖고픈 살아있는 강아지 대신 보랏빛 푸들 인형만 안겨준채 2분도 되지 않아 연인과 함께 낸터켓으로 떠나버려 생일을 맞아 행복해야 할 소녀는 방에 들어가 펑펑 울게 된다.

그런 제인을 달래준 마이클이지만 그런 그도 오늘만큼은 제인에게 제일 힘든 이야기를 꺼내야만 한다. 상상의 친구가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헤어질 준비도 안됐고 죽기보다 싫은 일이지만 어쩔수 없는 일인지라 그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얘기하며 절대 잊지 않겠노라 말하는 제인.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 제인은 엄마의 도움으로 자신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게 되고, 그 연극 <고마워요, 하느님>은 흥행 성공해 영화로도 만들 준비를 하게 되고 연극에서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 '휴 맥그래스'와 사귀게 되지만 여전히 혼자다.

모든 것을 다 가졌으면서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서른 두살의 여자. 남들이 보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부유하고 성공한 엄마가 있지만, 엄마는 어린애 다루듯 대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고, 멋진 애인도 있지만 그 애인은 프로포즈를 빌미로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뽑아달라며 거래를 제안한다. 행복은 커녕 외롭고 슬프고 불쌍한 그녀에게 어린시절 상상의 친구였던 마이클과의 재회로 많은 변화를 갖게 되는데 ~

 

상상의 친구를 기억하는 아이는 없다고, 혹 떠올린다고 해도 그건 마치 꿈처럼 아련하게 느껴질거란 마이클의 말과 다르게 제인은 언제 어디서나 '마이클'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상상의 친구의 도움을 받은걸 밑걸음삼아 제대로 성장했다면 그녀 또한 다른 아이들처럼 그를 떠올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녀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지 ?

책읽는 내내 제인이 많이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더라.

상상의 친구가 등장하는 책과 영화가 많다. 그 중에서도 '황홀한 영혼 프레드'란 영화가 있는데 큰 틀은 이 책과 거의 비슷한 듯 ~

주인공들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크게 한뼘 자란 느낌이다.

어떻게, 얼마나 '상상의 친구'란 일을 하게 되었으며, 사랑의 열병을 앓고 심장이 뛰는 등 사람으로서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 요소에 대한 설명등등 - 물론 그것이 사랑의 힘이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책 페이지를 늘려 상상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넣었다면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란 타이틀을 벗고 더 공감가는 이야기를 만들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느낄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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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5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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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맷 도너기

머리좋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완벽주의자다.

 

못생긴 소녀 어슐러 릭스

로키리버 최고의 운동선수 가운데 한명으로 뚱보에다 가무잡잡한 피부, 잔뜩 엉킨 머리카락에 사교성도 젬병인 못생긴 편이 아니라 못생긴 소녀 그 자체인 소녀.

 

1월의 어느 화요일 오후 맷 도너기는 그의 단막극이 봄학기 예술축제 때 상연작으로 선정되길 기대하며 교실에서 자율 학습 중에 덩치큰 두 형사에게 끌려가고 만다. 라이벌 태리타운과의 시헙 경기를 엉망으로 마친 어슐러는 친구들로부터 학교를 날려버리고 무작위 사람들을 죽여 버리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게 맷 도너기라는 말도 안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잠깐의 헤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로키리버 고등학교에 폭탄 테러와 인질극이 시도 되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되지도 않은 채 신문, 뉴스를 통해 공개되고 모두가 외면해버리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게 된 맷을 위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증언을 해주기로 결심한 어슐러.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농담 한마디 잘못 했다가 학교 폭파 테러리스트로 몰린 맷과 그를 위해 증인으로 나선 어슐러가 주변의 시선과 아픔을 이기고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는 '빅 마우스 앤드 어글리 걸'. 그 과정이 허무맹랑하게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이라 좋았던 것 같다.

정학이 풀리고 모든 일이 오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생각만큼 현실은 녹록치않다.

모두들 그의 슬픔을 이해한다 말하면서도 이미 끝난 일이니 무조건 빨리 용서하고 잊으라는 말뿐.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도 안된 상태에서 진실은 저 멀리~ 떠나버리고, 소문만 무성한 상태에서 우리들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믿고자 하는 것만 믿으려한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어슐러를 통해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는 ~

 

어른스럽고 책임감있게 행동하며, 맷을 위해 변호한 유일한 사람. 모든 파벌을 초월한 아이 어슐러. 정말 너무나도 특별한 소녀라는 ~

자신을 못생겼다 자책하지만 내눈엔 너무 이뿌고 사랑스러워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 !!!

누구나 한번쯤 고민할법한 외모에서 오는 열등감은 물론 학교, 친구, 부모님사이에서의 갈등 그 모든것들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실감나게 표현해 지루할 틈 없이 푹 빠져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진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것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최고의 책,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 책으로 선정된 책답게 지인들에게 무조건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라는~ 
 

인생은 사실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실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찮은 사실과 중요한 사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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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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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빨래를 너는 일 하나에도 온갖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집. 집세가 비싼 도쿄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고, 가나가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출퇴근이 문제, 빨래 너는 일 하나 때문에 근처 고만고만한 방으로 옮기는 것도 의미없는 것 같아 5년째 살고 있는 이 집. 여기서 평생을 마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지라 마흔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이곳을 나가리라 다짐하게 된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현관은 나서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허리를 다친 마리는 여기서 죽는것만은 싫다면서 이사는 둘째치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회사 사장이자 사촌인 유키코에게 얘기하게 되고, 그녀의 발빠른 주선으로 이런저런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토모코 이모가 이즈에 있는 실버타운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맨션을 마리에게 준다는 얘길 듣게 되면서 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한노우의 땅을 떠올리며 본격적으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자 하나도 변변히 못 찾는 여자가 집이라니 ~ 그녀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

 

그럼, 당사자라면, 여기에 어떤 집을 짓고 싶은데요?

세 자매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글쎄 . . . 하며 모두 표정이 변하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라도 좋으니 말해보라고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라면." 토모코 이모가 부지를 둘러보며 말했다.

북유럽 풍의 난로가 있는 집이면 좋겠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멋있게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마감하고, 대면식 주방과 공기 방울 욕조가 있는 집이 좋다는 노리코 이모, 엄마는 염색 같은 것도 할 수 있게 아틀리에가 딸린 집을 전부터 갖고 싶었단다. 유키코는 지중해 풍의 하얀 벽에 앤티크 창호가 붙어 있는 등 세세한 부분에 공을 들인 집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집은 아무래도 좋지만 퍼터 연습을 할 수 있는 잔디밭이 필요하다며 아버지가 매듭을 지었다.

한 바퀴 발표하고 나자 다섯 명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각자 자신의 집을 그려보고 있는지, 진지하게 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집을 짓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꿈인 것이다. 인간이 품는 희망 중에서도 최고의 것인지 모른다. 일부러 다들 두 시간씩이나 찾아 온 것도, 한가하거나 내가 걱정된다거나,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기대하고 와 있는 것이다. 비록 남의 집이어도, 꿈이 있으니까. <P.138>

 

나카지마 타이코의 지어도 돼?는 직장 생활도 재미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삼십대 여자 '마리'의 행복한 집 짓기를 잔잔한 문체로 써내려간 책이다.

집을 짓는다니 참 팔자좋은 소리구나 싶지만 책을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에 놓인 마리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집이래봤자 오래된 집이거나, 마당 딸린 연립주택을 토막낸 집정도. 크기가 괜찮으면 거리가 멀고 또 살고 싶을 만큼 센스있는 집이 없어 고민하던 그녀가 작아도 내 것이라는 만족감, 내가 있을 곳이라는 막연한 기분을 쫓아 집을 지을 생각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공감이 갔다고나 할까.

집을 갖고 싶다. 그 말을 입밖에 내버린 그 날 밤부터, 그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는 마리. 그녀의 그 맘을 ㅎ

양복을 만들때 우선 그 사람의 신체치수를 알기 위해 치수를 재듯이 집을 짓는 경우에도 그 사람을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가족 구성원, 내진성, 유행양식이 아니라 '어떤 인간인가'하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후쿠시마 씨의 집짓기 스타일도 넘 맘에 든다. 이 부분에서는 결혼못하는 남자의 건축가 구와노 신스케씨가 생각나더라. 집을 지을때 주방에 비중을 많이 두는 그의 스타일이 나랑 잘 맞았던 기억이 나서 ~

책을 읽는 내내 마리의 집짓기 프로젝트에 맞춰 나의 상상도 끝없이 펼쳐지는 게 나에게도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을 받으며 넓디넓은 주방에서 맛난 음식 실컷 해먹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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