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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인생은 두루마리 휴지 같은 거야.
처음엔 이걸 다 언제 쓰나 싶지만
중간을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가지.'
그렇다면 '두루마리 휴지'처럼 느껴지는 인생은
결국 '좋은 것' 아닐까?
힘들고 외롭고 괴롭기만 한 순간순간인 듯싶어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훌쩍훌쩍 흘러가 버린다는 것은
결국 '좋은 것'이기 때문 아닐까?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인생은 결국 좋은 것.
삶은 역시 살아볼 만한 좋은 것.
꼭,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두루마리 휴지 中에서
강세형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제목에 반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갠적으로 라디오 작가의 책은 재미없어도 절반은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두말없이 구입했는데 많은 글들에서 삭막해진 내 마음을 적시고 따스하게 위로를 받은 듯 !!
첨 라디오 작가의 글을 읽었던 때. 그남자 그여자에 푹 빠져 읽었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더라.
이 책은 방송을 위해 쓴 글을 책으로 엮어낸 것으로 테이의 뮤직아일랜드, 이적의 텐텐클럽, 스위소로우의 텐텐클럽에서 쓴 원고들을 모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이후 라디오를 멀리하게 되면서 셋 다 들은적이 없는 ;;; 그래서 더 재미나게 잘 읽었는데 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팬인 분들이 읽으신다면
맞아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아 하는 추억에 젖을 듯 ~
읽다보면 자신의 경험담은 물론 주위분들의 이야기나 책과 영화를 이용한 글들이 참 많은데 내심 이 영화는 뭘까? 이 책은 뭐지 ? 궁금했었는데
나의 이런 궁금증을 진작 눈치챘다는 듯 책 마지막엔 이렇게 떡하니 이 책에 나온 '어떤' 책, 노래, 영화가 빼곡히 적혀있다. 아 좋다 좋아 ~
내가 못 본 책이나 영화는 표시해뒀다가 꼭 한번 챙겨봐야겠다는 !!
우리를 어른스럽지 못하게 만드는 순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저녁 식사를 준비하시던 엄마가 손을 크게 베인 적이 있다.
엄마의 손에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나는 그만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렸다.
손을 베인 것도 엄마고 아픈 것도 엄마일 텐데
정작 울음을 터뜨린 건 나.
엄마는 그런 나를 달래느라 한참이나 나를 안고 토닥토닥.
"괜찮아. 괜찮아. 정말 괜찮아.
엄마는 하나도 안 아파."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웬만한 것에는 잘 아프지 않는 모양이라고.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아픔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걸 깨닫게 된 건
그러고도 한참 후의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픔을 잘 참아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니 아픔을 잘 참아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조금 더 후의 이야기.
쉽게 울어버려서도 안 되고
사소한 일에 엄살 부리고 투정 부려서도 안 되며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어린애 취급 받지 않고
'어른답다'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거 말이다.
화가 날 때 술로 그 화를 누르는 사람도 있고
게임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고
또 초콜릿 같은 달콤한 먹을 것으로 기분전환을 삼는 사람도 있고.
누구나 내 마음을 다독이는 비법 한두 가지쯤은 갖게 되는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술을 마셔봐도
아무리 운동을 해봐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달래봐도
도무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기운이 나지 않는.
도저히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할 수 없는 그런 순간.
어른이 된 다음에도 가끔씩 찾아오는
우리를 '어른스럽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순간'엔.
책 중간중간 보이는 일러스트가 넘 환상적이라 이분의 홈페이지까지 방문했는데 예쁜 작품들이 넘 많아 눈이 즐겁더라구요.
궁금하신분들은 한번 방문해보세요. 맘이 편안해지실거예요 ~
(표지.본문 일러스트 한승임 www.hanseung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