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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호스피스의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맛보게 될지도 모르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미식가들의 전당이자 모든 요리사가 일하기를 꿈꾸는 고급 음식점에서 전도유망한 요리사였던 그는 남들이 꿈꾸는 성공의 길에서 내려와 이곳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로이히트포이어(등대불빛)라는 호스피스의 요리사로 일하게 된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을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던 그. 죽음을 앞두고 삶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식가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그의 임무인지라 건강에 좋은,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고파 이런저런 요리책도 구입하고 자신의 요리 경력을 살려 성게 테린느, 꿩 요리, 가재 요리 등 고급요리를 제공해 보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것은 평소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 집에서 즐겨 먹던 '보통 음식'임을 알고서 당황한다. 하지만 최고의 요리사답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금방 척척 만들어내는 그.
오전 10시 30분. 손님방을 돌며 그날의 메뉴를 소개하고 주문받기 시작하는 그. 매일 받는 것이지만 언제나 특별한 주문인 그 것.
프랑스 닭 요리 코코뱅, 순무 스프, 감자 크로켓은 물론 그가 만드는 애플 크럼블, 케이크등 맛있는 디저트에 관한 이야기들도 좋았는데 젊은 에이즈 환자가 케첩과 감자튀김을 곁들인 햄버거를 원했고, 당신이 만들어준 햄버거는 분명히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닐거예요. 내기할래요? 했을땐 당연히 질 수 밖에 없는 내기임을 알고선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이 들어있는 '햄버거 세트'를 사와 전해주는데 그런 자잘한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더라.
요리사가 사람들의 몸이 필요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이 필요로 하는 것도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신을 포기할 줄 아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기쁨이라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나에게까지 전해져오더라는 ~
"호스피스에 왜 요리사가 필요해?", "호스피스에서 요리하는 게 보람이 있어?" 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어짜피 죽을 사람들이 아니냐 하지만 인생에서 먹는 일만큼 즐거운 것이 있냐며 음식을 만들때 풍기는 냄새에 기대감이 샘솟고, 건강하고 평화로웠던 과거의 어느날이 떠오르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을 선사한다며 죽음을 앞둔 이가 상상했던, 그 요리를 대접할 수 있을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그.
죽음을 앞둔 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끝내줘요!' 라고 말할 때 정말 행복하다는 그가 너무나도 좋아진다.
수십년전부터 골동품을 수집한 토마스 베버. 세상을 하직하게되면 그 소중한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지 심히 걱정이 큰데 지인들은 별걱정을 다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구닥다리 물건이 좋은줄 모른다며 몇점은 집에 두고 몇점은 팔지 않지 않겠냐 한다. 골동품마다 인생의 에피소드가 있다는 얘기에 한두 점 호스피스에 가져다 놓으란 소리에 그럴 생각이 없다며 다 제자리가 있다며 원래 있던 곳에 있어야 하고, 집에 돌아가야만 다시 볼 수 있다 말하는 토마스 베버. 그 것이 뭘 얘기하는지 알겠기에 더 안타깝더라.
암 진단을 받은 아내가 겨우 회복되자마자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남편. 호르스트와 베아테 부부의 이야기는 어떻고 . . .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간암에 걸리고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폐암에 걸리기도 한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지?'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에요. 정말로 진심에서 하는 말이에요. 적절한 질문은 '나라고 그런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 있어?'하는 것이죠. <p.118>
인생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란 한번 지나가버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선물과도 같다.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에서는 호스피스에서 마지막 음식을 만들어온 요리사가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억지 눈물, 억지 감동은 사양. 진실된 이야기만이 전해줄 수 있는 잔잔한 울림에 책을 다 읽을때쯤엔 눈물한방울 흘릴지도 모를 일이다.
헬로우 고스트를 보면서 느끼기도 했지만 가족이라는 것이 뭔지 . . . 죽음이란 것이 뭔지 . . .
좋은분께 선물받아 읽어볼 수 있게 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12월, 한 해를 마감해야하는 시간. 이 책과 함께 하는건 어떨까 싶네요.
"네 삶을 소중히 여겨라. 생명은 단 하나뿐, 네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미루지 마라!"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