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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 이야기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다. 결코 그 사람을 우리 인생 속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 <P.243>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에 이은 사랑을 찾아 나선 두 번째 바보 이야기, 마르탱 파주의 <아마도 사랑이야기>
광고회사에 다니는 만 31세의 비르질은 어느날 자동응답기 메시지를 통해 클라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나야, 클라라. 미안해. 하지만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 그만 헤어져. 비르질. 당신을 떠나기로 했어."
결별만큼 고통스러운 경험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르질은 알지도 못하는 여자. 확실히 단 한번도 사귀어보지 않은 여자가 그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차였다는 충격을 절절히 경험함과 동시에 사건의 비현실성을 파악하게 되는 비르질.
알지도 못하는 여자로부터 받게 된 이별통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걸 보니 실수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 누군가가 그에게 장난을 쳤던걸까 ?
곰곰히 생각한 끝에 한달 전, 모드네 집에서 파티가 열렸고 그 날 한 여자를 소개 받은 사실을 기억해내고 그녀가 클라라였음을 기억해내는 비르질. 하지만 비르질은 클라의 얼굴도, 그녀와 나눴던 대화도 기억하지 못한다. CT촬영을 앞두고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죽음을 준비하기도 하는등 엉뚱한 반응을 보이지만 이내 아무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 클라라를 언급하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 클라라를 찾아나서기로 하는데 . . .
프랑스 영화나 소설을 읽다보면 예술성, 작품성이 너무 강해 이해하기도 힘들고 난해해 졸음이 쏟아지기 일보직전이라 다가가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요즘의 프랑스 문학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밌고 활기 넘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 또한 너무도 편하게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이 작품은 예술성과 난해함의 딱 중간에 드는 그런 소설인 것 같다.
이해할 듯 말듯 아리송한 그런 ;;
갠적으로 마르탱 파주의 작품은 처음이라 이렇다저렇다 확고히 정의 내릴 순 없지만 다 읽은 지금, 첨 읽을때 생각했던 것 만큼 최악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든다.
비르질이란 캐릭에 익숙해지기 너무 힘들었기에 ;;;
평생 주목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 남자. 그런 남자에게 찾아온 이별통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일은 그에게 너무나도 획기적인 일이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인간은 행복해질 수도, 그렇다고 살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래서 고통을 피하자고. 남들 눈에 띄지 말자고. 그러니 움직이지 말자고 결심했던 비르질이 그런 시대는 끝났다며 자신의 인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움직이기로 결심했으니 . . 그것만으로도 모든게 잘된것이 아닐까 ??
그녀 덕분에 여태 몰랐던 사실. 바로 살 수 있다는 것. 자신도 행동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클라라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고, 그녀가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게 된 사연이 너무 궁금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르질 만큼이나 나 역시 그것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때의 쾌감. 이런 뒤늦은 깨달음을 얻으려고 때로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책을 읽다 맘에 드는 글귀를 적어놓은 것.
- 친구들이 성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기뻐할 일만은 아니었다. 이는 곧 당신의 삶에서 친구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가장 단단한 관계를 갖고 있는 친구 집단은 감정적 실패 혹은 일의 실패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P.146>
- 관광의 발전과 사귀는 횟수의 증가 사이에는 놀랄 만한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사랑을 한다.
짧은 시기 동안 미리 준비된 여행 경로를 따라 가며 사랑을 한다. 추억을 만들고 편지를 받고, 여러 감정을 컬렉션하고, 우리 눈에 새로운 색깔을 부여하기 위해 사랑에 빠진다.
회사 사람들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아니면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
사랑과 여행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P.157>
- 아르멜은 오랜 상처 위에 붙여 놓았던 반창고를 떼어버렸다. 하지만 비르질은 그 반창고에 전이 들었고, 반창고 없이 살았던 삶을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타인에 의해 받은 상처와 내가 나 자신에게 낸 상처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이 인생이다. 언젠가 우리는 알게 된다. 두 상처는 모두 같은 것임을. <P.167>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