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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카브레 - 자동인형을 깨워라!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뜰boo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기계든지 만들어진 목적이 있다는 거 알아 ?" 위고가 이사벨에게 물었다.
"여기 이 태엽 쥐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만들어졌고,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또 자동인형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야.
고장난 기계를 보면 내 마음이 불편한 것도 그 때문이야. 왜냐하면 기계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거니까."
이사벨은 태엽 쥐의 태엽을 다시 감은 뒤 내려놓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만일 네가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 . . 너도 고장 난 기계나 다름없어." <p.382>

영화 <휴고>의 원작 소설이자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 수상작이기도 한 위고 카브레 !!
소설을 읽으며 이런저런 수상작들에 대해 알아가듯 동화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칼데콧 상에 대한 명성을 듣게 됐는데 칼데콧 수상작을 많이 접한 건 아니지만 접하면 접할수록 묘한 매력이 있어 금새 반하게 됐다. 그림도 예쁘지만 내용 또한 너무 유치하지도 가볍지도 않은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은 게 특징인 듯 ~
때마침 만나게 된 이 작품은 영화 휴고의 원작이라 더 호기심있게 읽게 됐는데 읽고나서 이 작품을 더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림과 이야기가 혼연일체가 되어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니 +_+
시계점을 운영하면서 부업으로 유서 깊은 박물관에서 시계를 관리했던 아빠. 아빠로부터 자동인형에 대해 얘기를 들은 그 날부터 그 인형은 위고에게 있어 삶의 전부가 된다.
마술사 중에는 시계공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있고,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는 데 사용하려고 만든 것일지 모른다는 짐작 뿐 자동인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솜씨 좋은 아빠로부터 이 인형을 제대로만 고친다면 팔을 움직여 글씨를 쓸 거란 얘길 들은 위고는 이 인형이 뭐라고 쓸지, 그 모습을 보고픈 욕심은 나날이 커져만간다.
하지만 박물관 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클라우드 삼촌을 따라 역에서 살면서 기차역의 시계를 관리하며 살아가게 된 위고. 그 후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벽 속에서 시계 점검하는 일을 하게 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벽을 타고 올라가 사람들 몰래 시계를 수리하는 것에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삼촌이 사라지고 얼마안되 잿더미 속에서 아버지가 고치다 만 자동인형을 찾게 되고 자동인형을 고치면 고칠수록 자동인형이 써내려갈 글에 대한 상상 역시 커져만간다.
장난감 가게에서 훔친 부품으로 수리하면서 지내던 어느날,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 할아버지에게 들켜 수첩을 빼앗기고 만다. 수첩을 돌려받기 위해 장난감 가게에서 일하게 된 위고.어쩌면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자동인형에게 쓰도록 기계 부품을 갈아 끼웠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된 위고는 하루바삐 할아버지한테서 수첩을 되찾아와 자동인형을 완벽하게 고치고 아빠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는데 . . .
위고는 자동인형을 고칠 수 있을까 ? 자동인형은 위고를 위해 어떤 글을 써줄까 ? 그것은 위고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해주려나 ~~
그렇게 우리의 주인공 위고가 잿더미 속에서 아버지가 고치다 만 자동인형을 찾아 수리하면서 그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야기를 담은 '위고 카브레'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지만 연필로 그린 그림 역시 너무나도 근사하기만 하다.
사실적인 표현에 시선을 뗄 수가 없다는 !!
내가 또 하나의 시계가 되어, 자동인형이 되어, 위고의 친구 이사벨이 되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들 게 만들었던 그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이야기에 집중하면 할 수록 작품 속에 등장하는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기는데 실존인물이면서 세계 최초의 종합 촬영소를 세웠던 프랑스 영화 감독인 그.
그를 통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하게 되는지를 다시 한번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이 책은 동화책인지 그림책인지 위인전인지 모를 만큼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삼박자를 갖춰 나가는데 마술사가 영화감독의 또다른 이름이 될 수 있었단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금은 어느정도 익숙해진 3D, 4D 영화들도 이렇게 시작됐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 정말 대단하다 느낄수밖에 없는 ~
그림과 함께 이야기의 흐름을 쫓다보니 자연스레 '영화'와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인물로의 과거 여행까지 하고 말았다. 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가능케하기에 읽을때마다 감탄하게 되고 반하게 되는 것 같다. 부모에게는 잊혀졌던 꿈에 대한 추억과 열정을,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한 도전정신과 용기를 선사하는 책이 될 위고 카브레.
영화 <휴고>와 함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