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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
가쿠타 미츠요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스무명이 있으면 스무 가지 사랑이 있고 스무 가지 실연이 있다. 다들 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사랑을 했다.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서 시작한 사랑도 있다. 비슷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사랑도 있고 너무 달라서 좋아하게 된 사랑도 있다.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시작된 사랑도,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해서 시작된 사랑도 있다. 다들 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상대와 필요한 사랑을 했다.
손에 넣기도 하고 손에 넣지 못하기도 했다. 지키려고 발버둥 치기도 하고 결국 지키지 못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관계는 끝난다. 필요하던 것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아마도 양쪽 모두에게. <p.360>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소노코에게 찾아온 곰돌이 티셔츠를 입은 남자와의 이야기 '구마 짱'
구마 짱이었던 히데유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유리에와의 만남을 그린 '아이돌'
유리에가 동경했던 아이돌 마키토와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승부 연애'
전직 뮤지션이었던 마키토와 단란주점 아르바이트생 기마코와의 불완전한 관계를 그린 '박쥐'
히사노부가 보고 있던 세계, 그가 틀어박혀 있던 작업실등 그의 모든것을 동경해 좇지만 결국 그와 헤어지고서 모든걸 다 잃어버린 기분으로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기마코의 이야기를 그린 '부평초'
히사노부와 그의 빛이었던 친구 분타와의 이야기를 그린 '빛의 아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가와 상관없고 미래에 무엇을 할 건인가와 상관없이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미래로 이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따끔한 충고가 맘 깊이 와 닿는 이야기로 갠적으로 정말 좋았던 !!
남편과의 이별 후 자신이 줄곧 차이기만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충격을 받는 고즈에는 실연당한 여자들이 상처를 서로 어루만져주는 웹페이지 소녀상담실을 찾게 된다 '소녀상담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도 부러움의 시선이 모이는 것. 내게 사랑이란 말은 항상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너무 아름답고 찬란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영화속 한 장면일 뿐이라고 해도 세상 모든 사랑은 반짝반짝 빛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 굿바이 마이 러브는 사랑도 실연의 아픔도 너무나 빠르고 아무렇지 않게 진행된다. (정작 본인들에게 결코 쉽지도, 내 말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는 이야기ㅎㅎ)
조금은 뻔하고, 조금은 구차해보이고 때론 구질구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 그럼에도 그 어떤 책속의 사랑이야기보다 백배 공감이 가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
실연의 아픔을 일곱개의 연작소설로 그려냈는데 각 단편 모두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이면서 끝나고~
이별을 고한 인물은 다음 단편에서는 이별을 당하는 주체가 되는 이제껏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조금은 신기한 소설이다보니 왜 이별을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쪽 저쪽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공감대가 컸던 것 같다. 새삼 삶과 사랑 그 어디에도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건 말이죠. 스스로 눈앞에 있는 걸 하나하나, 스스로 선택해서 과감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p.311>
성공뿐만이 아니라 사랑 역시 그래야 하지 않을까 ?
동정도 필요해서도 아닌 그 어떤 이유들 앞에서도 스스로 당당하게 선택하고 과감하게 결정하며 나아가야 누구앞에서건 떳떳할 수 있는게 아닐까.
사람의 감정을 자로 재듯 딱 잘라 얘기할 수도 없고 내 사랑 역시 그렇게 똑똑했다 말할 순 없지만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 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마음만 갖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될 수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별의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곱 가지 이야기 인지라 황홀함 보다는 한숨이, 자신감 보다는 패배감이, 희망보다는 절망의 냄새가 풍기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할지 모른다며 지레짐작으로 이 책을 집어들기 꺼려진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오히려 아픔은 치료되고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