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 치명적인 것들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 사랑은 당신이 사랑을 소유할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당신을 죽게 한다.
하지만 엄밀히 그건 맞는 말이 아니었다.
사랑은 형을 선고하는 자인 동시에 형을 선고 받는 자였다. 사형집행인. 칼날. 마지막 순간의 구원. 헐떡이는 호흡과 머리 위를 빙빙 돌아가는 하늘.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하는 기도.
사랑, 그것은 당신을 죽게 하고 또 동시에 살게 한다. <P.436>

 

'일곱번째 내가 죽던날'로 유명한 로렌 올리버의 신작 '딜러리엄(DELIRIUM)'

모든 사랑은 범죄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감시하는 가까운 미래의 통제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딜러리엄은 3부작 시리즈의 첫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통령과 컨소시엄이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한 지 64년, 그리고 과학자들이 그 치유책을 완성한 지 32년이 지났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치료과정을 마치고 질병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고 우리의 주인공 '레나'역시 95일 뒤 자신의 생일인 9월 3일에 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선 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그 치료를 받은 후 그녀는 평가자들이 선정한 파트너와 짝지워지게 된다. (치료야 그렇다 치지만 자신의 점수와 근접한 평가를 받은 상대 중에서 지적인 능력, 기질, 사회적 배경과 나이 같은 조건에 있어 큰 불균형을 이루지 않는 상대를 만나 정해진 직업은 물론 정해진 숫자의 자녀까지 낳는것은 좀 ㅠ)

안전하고 절대 고통같은 것은 받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되는 새로운 삶의 시작. 어머니가 자살한 후 사람들의 곁눈질과 소곤거림 속에서 외롭게 자란 레나의 소망은 하루 빨리 치료를 받고 국가의 관리 보호 대상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를 받던 날 연구소에서 만난 한 소년으로인해 그녀가 믿었던 세상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 . .

 

대략적인 줄거리에도 너무나도 큰 궁금증을 안겨준 이 책.
사랑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고, 사랑을 엄청난 질병으로 여기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세상 또한 상상할 수도,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더 그런 듯 ~
다이나믹 & 스펙타클하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사랑을 소재로 한 10대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이상하게도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다.
4배속 느린화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 감수성 가득한 표현력 덕분에 그렇게 느껴졌는데 오로지 나만 그렇게 느낀건 아니겠지 ??
그래서 생각지못하게 읽는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레나와 알렉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쉼없이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쉬 예측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인데도 이것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되는 나를 발견 !!!

 

가끔 나는 사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세상이 내 눈앞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펼쳐져 있도록 받아들일 때,

한순간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그 각도 그대로 얼어붙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면 영원히 살 수도 있는 거다 <p.168>

 

삶의 가장 신비한 점은 사적인 영역이 철저히 비틀리고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해 간다고 해도, 삶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혹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제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 계시던 부모님을 어느 날 갑자기 잃고 고아가 되어 버릴 수도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집이 있고 진로 또한 확실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거친 평야에 내던져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는 물론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차 깨닫게 된 레나.
흐르는대로 무작정 떠가는 건 진짜 삶이 아니라고.
중요한 단 한가지는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꼭 붙들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놓아 버리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된 레나.
그렇기에 두번째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 미래를 그린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생각났다.
오래전 영화라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이 책 덕분에 간만에 다시 보고싶은 생각이 물씬~
이완 맥그리거의 '아일랜드'까지 쭈욱 ~ 본다면 더 흥미진진 할 듯 싶어 행복해진다.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생각할거리를 품고 있는 이런 책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밀린책들.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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