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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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이치하면 아직도 ZOO에서의 SEVEN ROOMS 이 생각난다. 첫번째 이야기였던 만큼 충격 100배였다는 ~

그랬기에 이 책 어둠 속의 기다림도 공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조금은 쓸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라 의외였다는 ~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의 책 '쓸쓸함의 주파수'를 읽고난 느낌과 비슷한 것도 같다.

 

형광등이 침침한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별 느낌은 없었는데 조만간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선고를 받았다. 파란 신호에 길을 건너다 신호를 무시한 자동차에 치이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힌 것 말고는 아무 상처도 없었는데 빛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철이 들 무렵 어머니가 사라지고 줄곧 아버지와 둘이서 의지하며 산터라 아버지 인생의 족쇄가 될까봐 죄책감에 걱정이 컸는데 작년 6월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혼자 살게 된 미치루.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지금은 친구 카즈에의 도움으로 이런저런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쫓기던, 경찰의 추적을 피해 그녀의 집에 몰래 잠입한 아키히로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는 미치루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 . .

 

어둠 속의 기다림은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와 그 여자 집에 몰래 숨어든 살인범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라는 타이틀 아래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만나지만 불시에 공포의 존재로 변하게 되는 어둠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갖은 사람들의 불편함과 소외감에 대해서, 편하지만 언제든 크나큰 사고의 현장이 될 수 있는 대중교통 '지하철 사고'에 대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미치루에게 남은 건 집과 그 안에 가득한 어둠 뿐. 다른것은 아무것도 없는 혼자만의 작은 세계. 집이 달걀 껍데기, 어둠이 흰자, 미치루가 노른자였던 그런 날들.

항상 어둠 속에 있게 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통에 온갖 일이 떠오르는데 싫은 기억만 넘쳐난다는 미치루.

카즈에, 아키히로등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도서관에서 점자책도 빌리고, 혼자 걷는 연습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생활이 시작되겠지? 분명 괜찮을거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당신에게 한 짓을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는 모르겠어. 몸에 팔을 두르고 끌어난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 주면 좋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하다못해 나는 당신을 위해 울겠어. 슬퍼하는 일로 상처입은 당신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치유된다면, 얼마든지 눈물을 흘리겠어.

내가 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 그러니 더 이상 아무도 상처 입히지 말아 줘. 원망하지도 말고.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르지만, 당신에게 나쁜 짓을 한 이 세상을 용서해 줘. [P.274]

 

미처 죽지 못한 파랑에서 잘라낸 에피소드가 아까워 어둠 속의 기다림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했다는데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을 빌려서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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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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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의 강렬한 통증에 눈을 뜬 한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데려다 주고 출산 예정일이 2주나 남아있는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뿐인데 왜 엘리베이터 바닥에 누워있는건지 당췌 생각이 안나 당황스럽기만 하다. 눈을 떠보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양복을 입은 중년, 오타쿠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 까만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등의 낯선 얼굴과 마주하게 되지만 웬지 그들은 그와 다르게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 같다.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아도 무용지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기소개, 끝말잇기, 비밀이야기 털어놓기등 재미난 상황이 연출된다. 불륜 상대의 아파트 알리베이터 안에, 자살 희망자인 여자와 초능력자, 그리고 빈집털이범과 갇히게 된 오가와. 과연 그들의 정체는 ??

 

술술 읽히다보니 재밌네~ 가벼운 맘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예상치못한 전개로 인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너무도 예상치못한 전개에 놀라 별점이 줄어들었을정도.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 일본 서점가에 '악몽' 열풍을 불러왔던 악몽 3부작(악몽의 엘리베이터, 악몽의 관람차, 악몽의 드라이브)의 첫번째 이야기다. 첨 들어보는 작가다 싶었는데 이 작품이 처녀작이라고 ~

이미 일본에서는 30만 부가 넘게 팔려 나갔고 연극,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2009년 가을에는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단대단 !!!

갠적으로는 영화보다는 연극으로 보는게 참 재밌을 듯 ~ 

 

너무도 현실 가능성있는 이야기라 그런지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이 조금 더 무서워 지더라 ;;;

정말 계단을 이용할까 ;;; 9층을 어찌 ;;;
해설을 보면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차례대로 읽기를 강력히 권하고 있다. 읽어가면서 "앗, 그런거였어?"하며 놀라기도 하고 "와, 이렇단 말이지!" 하고 감탄을 거듭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니 부디 흐름에 맡겨 달라고 ~ 나 역시 결말이 궁금해 끝장부터 읽는건 말리고 싶다 ㅎ 연극적인 소설인지라 프롤로그에서부터 제 1장 오가와의 악몽, 제 2장 마키의 악몽, 제 3장 사부로의 악몽, 에필로그까지 차례대로 읽어야만 가장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아아, 신이시여, 이 엘리베이터를 부숴 주십시오.

 

이 멘트만큼 이 책을 잘 표현한 글귀도 없을 것 같다. 

악몽의 엘리베이터의 책 내용을 잘 표현한 앞과 뒤를 연결시키는 표지. 노오란 띠지를 벗겨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것 또한 이 책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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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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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갠적으로 슈카와 미나토 라는 사람을 알게 된건 '꽃밥'이라는 작품 때문이랍니다. 그러고보니 세 작품이 모두 단편집이긴 하네요 ~

제가 단편집을 별로 안좋아해요. 재밌구나 싶을때쯤 이야기가 끝나버려 자꾸만 아쉬움이 남기 때문인데 이상하게 이 분의 작품은 단편 하나하나가 장편 소설을 읽고 난 후만큼이나 여운이 커서 그런 아쉬움은 없더라구요.

꽃밥 이후 새빨간 사랑까지 읽었는데 구입해놓고 읽지도 않았던 도시전설 세피아를 이런 기회를 통해 읽게 되어 좋네요.

 

새빨간 사랑과 도시전설 세피아. 책을 읽으면서 살펴보니 두 책이 몇개월 사이 출간 되었더군요. 표지만 보자면 블루와 레드라 말할 수 있지만 그 내용만큼은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쓸쓸하고 안타까운 진한 여운이 가득한 이야기책이라는 것!!

갠적으로 저도 도시전설 세피아가 더 제 취향이기는 하더라구요. 예측되지 않는 결말들로 인해 책읽는 재미가 더 크다고나할까.

새빨간 사랑이 파격적인 소재에 가려져 슈카와 미나토란 사람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도시전설 세피아에선 이야기꾼 그대로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새빨간 사랑속 이야기들에 실망한 분이 계시다면 도시전설 세피아를 읽어보라고 권해줄 정도 ~

사실 도시전설 세피아가 새빨간 사랑풍의 표지였다만 진작 읽었을 것 같아요. 표지만 봐서는 단편 '올빼미 사내'의 이미지가 넘 강해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죽어버리는 것 같아요. 새빨간 사랑처럼 또다른 모습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말이죠.

 

새빨간 사랑에서 시체의 사진을 찍어 그 영혼을 사진 속에 가둔다는 장의사에게 동생의 장례를 의뢰하는 이야기 '영혼을 찍는 사진사'가 최고였다면

도시전설 세피아에서도 도시전설에 매혹된 남자가 스스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연쇄살인으로 빠져든다는 '올빼미 사내'가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인터넷이란 편리하지만 무서운 세상으로 인해 주위에 이런 사람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만큼 주인공의 멘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표지가 그 책의 대표작을 말해주는 듯 싶구나 싶어 이내 고개 끄덕여졌지만 정작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던 이야기는 친구의 목숨을 구하러 하루 전날의 공원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신비로운 이야기 '어제의 공원' 이었던 것 같아요. 도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더욱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게 나비효과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애니메이션도 생각나더라구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속 사소한 일들이 모두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이런 이야기 넘 좋아요. 이 이야기를 계기로 잃어버렸던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도 인생이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아는 것은 있다.

죽음은 마치 구멍가게 앞 뽑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당첨되고 만다. 좋은 사람이라고, 아직 젊다고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나쁜 짓을 해서 남을 괴롭히고도 오래오래 사는 사람이 있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던 사람이 일찍 죽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오렌지씨앗 다섯 알.

그것을 받으면 잠자코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도시전설 세피아 [어제의 공원] 중에서

 

서정적인 느낌의 드라마를 보는 것도 같고, 오싹오싹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같고, 반전의 재미가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도 같은 여러가지 재미가 있는 슈카와 미나토님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그 속에 '사람' 이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수은충도 단편집으로 알고 있는데 슈카와 미나토님의 장편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장편소설로도 만나뵙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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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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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파헤치지 않는 게 좋은 장소,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은 장소란 것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장소라면 반드시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p.310]

 

주말에 신나게 읽어내려간 온다리쿠의 어제의 세계는 도쿄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던 남자, 이치가와 고로가 상사의 송별회 자리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그 1년 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탑과 수로의 고장 M마을, 이 마을의 물이 없는 강에 걸쳐진 다리, 미나즈키 다리에서 복부를 찔린채 쇼크사한 살인인지 사고인지 모를 사건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펌한, 눈을 떼자 마자 금세 기억의 바닥에 매몰되어 잊어버릴 얼굴이지만 한 번 봤던 것을 카메라처럼 기억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은 사람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이 마을의 역사를 가르쳐 달라고 했던 남자. 회사를 퇴사하고 이 마을에 정착해도 됐을텐데 사라지듯 가명을 쓰면서까지 그곳에 살면서 그가 알아내려고 한 것들이 무엇인지 그의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이 마을 찾은 당신. 그는 왜 그렇게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왜 죽였을까 등등 과거와 현재 번갈아가며 밝혀지는 남자의 행적. 

커피숍 여주인, 모닥불 피우는게 취미인 고등학생, 역무원, 전직 고등학교 교사인 향토사,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쌍둥이 할머니, 전직경찰등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되다보니 점점 이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도에 흔적도 없는 세 개의 탑을 둘러싼, 이 마을 사람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이 마을의 특별한 비밀같은 존재에 대한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리고 마는것이 큰 특징인 듯~ 그녀 스스로 '내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책'이라 말할 만큼의 자부심이 물씬 묻어나올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연이은 살인사건 속 하나 둘 밝혀지는 마을의 비밀. 그리고 진짜 범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것이 너무나 의외라 살짝 김빠지기도 했지만 세상 모든일이 사실은 그렇듯 평범한데 받아들이는 우리네들의 마음속 이기심이 그렇게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보고픈대로, 생각하고 싶은대로 ~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 '나비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옛날 드라마 내용이라며 싸움에 지고 도망친 여덟 명의 무사가 어떤 마을을 찾아가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 갖고 있던 돈과 칼과 갑옷을 빼앗기 위해 서로 짜고서 환대하는 척하며 그들을 방심하게 만들어 살해한 다음 비밀로 한다는 명탐정에 의해 밝혀지는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내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을 이야기한 것이라 신기하더라.

 

비밀이란 희한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비밀이어도 다른 누군가 에게는 비밀이 아니기도 하다. [p.272]

 

줄거리만 따지자면 정말 별 것 아닌 내용을 500여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온다리쿠.

이번 책 역시나 신비롭고 오묘한 온다리쿠만의 세계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오늘이라는 새로운 하루만큼, 어제까지와는 다른 '온다리쿠'만의 새로운 세계가 막 시작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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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 펠레 레인보우 북클럽 10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 정해영 옮김, 최창훈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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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북클럽 10번째 '정복자 펠레'는 꿈과 희망을 찾아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한 소년의 성장이야기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유럽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골든글러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빼어난 영상미와 인간의 삶에 대한 예리한 시각, 휴머니즘적 감성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는데 난 첨 들어보는 책 제목이고 영화 제목이었다는~ 그래서 이 책에 건 기대가 무지 컸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막상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니 내가 생각한 정복자 펠레와는 너무도 먼 이야기라 어리둥절 하더라.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라는 거지 ? 내가 잘 못 읽고 잘 못 이해한걸까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마지막장 정복자 펠레 들여다보기 - 작가 깊이 보기를 통해 이 책이 네개의 큰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고 고향을 떠나 보른홀름 섬의 농장에서 지낸 펠레의 유년기 이야기가 1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그럼 그렇지 ~

 

1877년 5월1일

스웨덴 위스타드 지구의 토멜릴라에서 온 라세 칼손과 그의 아들 펠레는 왜소한 체구에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과 여덟살이나 아홉 살 정도 되는 소년일 뿐이다.

십여년전 이 섬에 온 적이 있는 라세 칼손은 지금보다 젊었고 혈기왕성했으며, 절대로 떨어져선 안 될 조그만 소년의 손도 잡고 있지 않았다. 소가죽을 팔아 마련한 크로네 은화 두 닢을 가지고 보른홀름에 왔고 가을에 그가 돌아갔을 때 먹여 살려야 할 입은 셋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의 손엔 겨울을 날 돈 100크로네가 있었다. 그랬기에 식량이 부족할 때마다 그는 모든 것을 팔아치우고 영원히 보른홀름으로 떠나겠다 말하곤 했는데 노산 이후 아내 벵타의 건강이 악화되고 8년간 시름시름 앓다 봄에 세상을 떠날때까지 속수무책으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 벵타의 혼수였던 초록색 궤짝에 소지품을 비롯한 소소한 물건 몇가지를 챙겨넣고 건너온 이곳은 벌이가 좋고 어떤 곳에서든 빵에 고기와 치즈를 곁들여 먹을 수 있으며 노동자에게 줄 물이 없어 항상 맥주가 제공된다 할 정도로 환상적인 꿈의 공간이다. 일자리도 못잡고 절망적일때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일꾼을 한 사람도 고용하지 못한 농장감독과 마주치게 되고 소를 칠 사람을 찾고 있다며 일년에 100크로네를 줄테니 펠레까지 허드렛일을 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일자리를 잡게 되지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고된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 힘겨운 상황이지만 부지런히 소떼를 몰고 학교를 다니는 펠레는 자꾸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시골에서는 그럴 가능성도 없고 온종일 소나 쫓아다닐 것이 뻔해 도시로, 어쩌면 더 멀리 바다 건너 코펜하겐까지 갈 생각을 하고 거대하고 넓은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다.

 

늘 즐겁게 노래를 하고 다니고, 모든 것에 손재주가 있고, 성격이 좋아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펠레.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물이 무서워 바다에서 멱을 감아본적도 없는 펠레가 마을에서 제일 활동적이고 덩치도 크고 수영도 최고였으며 학교 역사상 최고의 개구쟁이인 페테르 풍크가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맥주병'이란 별명을 떼어내기위해 방파제에서 몸을 던진 장면이었다. 헨리가 단숨에 뛰어들어 살려내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붙여진 맥주병이라는 별명을 완전히 떼어내고 용감한 소년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사건이었으니 !!!

이탈리아에서 겪은 시련들이 다루어지는 2부, 신발제조공장 조합장이 된 펠레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위해 투쟁하는 이야기가 담긴 3부, 폭동의 주동자로 투옥된 펠레가 감옥에서 나와 아내와 함께 농촌에서 새 삶을 개척하는 과정을 담은 4부로 막을 내린다는데 이 다음내용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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