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너희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p.24]

 

GO를 계기로 쫘르륵 읽게 된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즐거움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었다. 이 책 레벌루션 N0.3도 마찬가지 !! 읽고 가만히 덮어두긴 넘 아깝다. 캬~

이 책 레벌루션 NO.3는 내 남동생 같은 고등학생들의 '사소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총리 대신을 배출하거나 도쿄 대학 진학률이 어처구니 없이 높은데다 고급 관료를 줄줄이 배출한, 게다가 지체 높은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들만 모여있는 신주쿠 구에 존재하는, 총리 대신이나 고급 관료도 지체 높은 집안과도 전혀 무관한, 유일하게 존재하는 삼류 남자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다.

학교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밖에 안되는 요컨데 살아 있는 시체에 가까운 존재라하여 '좀비'라 부른다는 부분부터 폭소가 터져나온다.

레벌루션 NO.3, 런 보이스 런, 이교도들의 춤 이렇게 세가지의 에피소드를 연작으로 담고 있는데 그 어느것하나 평범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롤세~

남학생들이라면 다들 한번쯤 이런 생활을 꿈꿨을지도 모를일이다. 미안하지만 생판모르는 남의 일이라면 재밌다고, 대단하다고 웃겠지만 내 남동생 일이라면 좀 난감할지도 모를일 ;;;

 

첫번째 레벌루션 NO.3는 '더 좀비스'의 '세이와 여고'의 학원제 잠입 & 애인만들기 프로젝트와 그들의 정신적 지주 '히로세'의 이야기다.

세이와 여고는 양가의 자녀들이 수두룩하게 다니는 데다 학력도 높고 미녀도 많아 도내 남고생들에게 인기 있는 여고인데 남고생, 대학생, 중년 마니아 아저씨를 비롯해 심지어 탤러트 양성소와 각종 변태의 타깃이 되는통에 티켓제를 도입해 재학생 한명 당 세 장의 티켓을 주고 신분이 확실한 사람만 초대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고들자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40여명이 모여 더 좀비스란 그룹을 발족하고 매년 학원제때마다 잠입작전을 세우고 실행한다는 이야기다.

첫해엔 '주문 작전'을~ 메밀국수나 우동, 피자, 생선초밥 드의 음식을 세이와의 선생인 척하고 백인분씩 준비해 학원제가 진행되고 있는 학교에 배달시키자는 것.

한꺼번에 많은 음식이 배달되고, 구급차까지 도착해 무슨 일인가 당황해 허둥지둥할때 당당히 정문을 통해 들어간다는 계획은 결국 성공하지만 인명에 관계되는 구급차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나쁜 인상만 주게 된다. 다음 해엔 '아무렴 어때 작전'을~ 더 좀비스 전원이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라고 외치면서 춤을 추면서 교문으로 몰려가 돌파하는 것. 하지만 동지 중 한명이 적에게 붙잡히면서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아무렴 어때 작전은 궁상맞다는 이유로 세이와의 여학생들 사이에 평판이 나빠지고 만다.

그래서 올해 세번째 도전은 더더더 근사한 작전으로 꼭 성공시켜야 하는데 과연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

두번째 이야기 '런, 보이스, 런'은 정신적 지주였던 히로시가 급성 임파선 백혈병으로 죽고, 졸업을 앞둔 더 좀비스가 마지막으로 히로시의 무덤을 찾기 위해 오카나와에 가려고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 모은 여행자금을 빼앗기면서 그 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세번째 이야기 '이도교들의 춤'은 대학 법학부 4학년인 여대생 요시무라 쿄코의 스토커를 잡는 일화를 그리고 있다. 갠적으로 스토커 이야기보다는 해병대 중사였던 리틀 중사가 해준 이야기가 더더더 귓가에 남더라.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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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병실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현실이란 거, 대체 어디에 있을까.

나나코가 말하는대로 우리는 자신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시간이나 감각이나 관념에서 그녀를 떼어 내 '신천지'에 격리했어.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것 어쩌면 좀 더 큰 환상에 감싸여 있는지도 몰라. 전에 그녀가 코스모스를 산더미처럼 뽑아다 방 안에 내동댕이쳤을 때

나나코는 그녀의 비정상성을 인정하는 게 두려워서 미친 건 자신 쪽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렸지?

정상과 이상, 진실과 환상의 경계선은, 그런 식으로 애매모호한 것이라서 누구도 결정할 수 없는게 아닐까 ?" [p.124]

 

이 책 완벽한 별실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이다.

완벽한 병실, 호랑나비가 부서질 때, 식지 않는 홍차, 다이빙 풀등의 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그 어떤 이야기도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정상과 이상, 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아슬아슬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글들로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슬픔, 아픔, 고통도 어느것하나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표현한듯 안한듯 아리송 하기에 어떤 타이밍에 감정의 끈을 놔야할지 놓쳐버렸다고나 할까.

이렇게 적나라하게 적힌 감정의 홍수인 글속에서도 이런 감정을 표현하기 힘든것을 보니 . .

 

완벽한 병실은 죽음을 코앞에 둔 남동생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남동생을 간병하는 동안 병실에서 일어난 매우 투명하기마저 한 나날을 누나의 시선에서 그려 내고 있다.

달랑 둘뿐인 남매. 스물한 살 된 청년의 죽음. 그 속에는 부모님의 이혼, 강도사건에 휘말려 돌아가신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병실을 좋아하는 그녀. 그곳이 좋은 건 생활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다 남은 반찬 같은 것도, 기름때도 없고 먼지를 흠뻑 빨아들인 커튼도 없고 상하기 시작한 오이나 곰팡이 핀 오렌지 따위가 없는 완벽한 곳이라서.

누가 그녀에게서 생활을 뺏어간 것일까 . . .

"누군가가 죽으면 남겨진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과 관련된 온갖 후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건가 봐." [p.25]

 

호랑나비가 부서질 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게 되자 남자친구와 함께 요양시설 '신천지'에 할머니를 입원시키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죽은 날, 손을 잡아 주려는 사에(할머니)를 거부한 채 봉제 인형의 귀를 깨물며 슬금슬금 현관에 들어서던 날부터 내내 둘이서 살아왔던 집.

어머니는 아버지의 뇌에 종양이 생겼을 때, 아버지가 아닌 타인의 아이를 품고 있었다 (그게 나라는) 이야기도 함께 . . .

"떨어져 나간 건 그녀 쪽인데, 그럼 남은 부분인 내가 있는 장소가 정말 정상적인 현실인가 하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

그래서 똑같은 혼잣말을 싫증도 내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는 거야." [p.122]

 

식지 않는 홍차는 중학교때의 동급생, 교외의 바다와 가까운 죽은 동창생의 상갓집에서 재회한 동창생 K군과의 묘한 교류를 그려 내고 있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말로 표현하는게 어려워 상대를 썰렁하게 만들거나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침묵이 너무 길어 언제나 말하는 것이 안타까운 후회로 몰고 와 입술이 바짝 말라 버릴 만큼 오랜 시간 침묵하고 있던 나를 기억해주는 그. 그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진 지 얼마 후 그의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 그의 여자친구와도 어울려 지내는 행복한 시간.

'사자 죽이기'라는 식물이야기가 너무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리움 때문이지. 인간은 누구든 그리움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고향이나 모교에 찾아가 옛날 그대로의 풍경을 마나고, 그걸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즐기는 거야.

그렇다고 딱히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녀도 그리움이라는 그 마음을 좋아해." [p.210]

 

다이빙 풀은 고아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고아들과 함께 성장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신과 신자를 이어주는 교회 목사님이고 영광원 원장님이다. 영광원은 고아원으로 나는 영광원에서 태어난 유일하게 고아가 아닌 아이다.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나 키의 기록도 없고 먹물에 찍어 놓은 발바닥 모양도 없는 앨범. 우리 가족 세 사람의 스냅사진 한 장도 없는 앨범을 한없이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보여지는 듯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나에게 가장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 영광원이라 했을까. 오죽했으면 그들처럼 본인도 고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싶은 -

갠적으로 4가지 단편중 그나마 이해하기 젤 쉬었던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내가 영광원에서 태어난 뒤부터 날이면 날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장난질이며 싸움질, 웃음소리와 화난 고함 소리 틈새에서 반드시 누군가는 울었다.

나는 그 울음 소리를 열심히 사랑하려고 했다. 나는 누구도 양부모가 되어 주는 사람이 없는 고아였기 때문에.

영광원에서 나갈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고아였기 때문에. [p.249]

 

우리가 흔히 읽는 평범한 그런 대중소설과는 너무도 다른 침착함이 배어 있는 세련된 문장속 숨겨진 어두움.

읽으면 읽을수록 흠칫 거려지게 만드는 병적인 관심. 그리고 상실감이 주는 아픔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마음속으로 보고 있는 마음의 풍경이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다음엔 오가와 요코만의 맘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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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여름방학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있지, 스스무 군한테 어리광 피우게 해줘, 야마토. 따뜻한 추억은 마음을 지키는 무기가 되니까." [p.251]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끊어지지 않는 실, 치과를 배경으로 한 신데렐라 티쓰 이후 택배회사를 배경으로 한 세 번째 책 ’아빠의 여름방학’이 나왔다.

유쾌한 홈드라마 한편을 본 것만 같은 이 책에는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란 부제를 달면 딱일 것 같다.

 

갑작스러운 질문인데, 처음 보는 애가 아버지라고 부르면 당신은 어쩔 거야 ? [p.13]

아빠의 여름방학은 어느때와같이 호스트클럽에서 근무중인 ’야마토’앞에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스스무’가 나타나 ’아버지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조금은 황당하게 시작한다.

학교수업중 ’자신의 역사’라는 테마 때문에 모자수첩을 보다 우연히 사진 한장을 발견하게 됐고 그 사진속 주인공이 아버지란 사실을 첨 알게 된 스스무는 죽은줄만 알았던 아버지였기에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에 상관없이 만날 수 있다면 얼마간 같이 지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오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여름방학 동안 같이 살게 된다. 모자가정인지라 바쁜 엄마를 도와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엄마’라는 별명을 갖게 된 청소에서부터 음식만들기까지 아이답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스무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여름방학동안 반에서 제일 가는 인기남이 되는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되는데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손님에게 설교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손찌검까지 한 야마토가 호스트 일을 그만두고 재스민의 도움으로 ’허니비 익스프레스’라는 시내를 중심으로 근거리,저가격을 모토로 히트를 친 택배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너무나 완벽해 아들과 아버지의 역할이 뒤바뀐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 두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올바른 자리를 찾아가는 그야말로 한겨울 가슴속에 핫팩 하나 붙여놓은 것 처럼 마음 훈훈해지는 이야기가.

 

진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돼지고기 생강 양념 구이를 앞에 두고 밥을 먹을 것이냐, 맥주를 마실 것이냐로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과 절찬리 성황중인 인기남 학원의 이야기는 아기자기한 웃음을 전해주고, 택배회사를 다니게 된 야마토가 에콜로지 앤드 세이프티라는 이름 아래 받게 된 새로운 차가 ’리어커’였을때와 레벨업 되어 나온 버전 2가 리어커에 스쿠터가 붙어있는 모습뿐이었을때는 폭소가 ~

돌이킬 수 있는 일에는 화내지 않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용납 못하는 야마토. 돌이킬 수 있는 상황에서 되돌아오게 하는것. 이게 중요하다 말하는 야마토의 모습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 놀랍고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

별것 아닌 대화. 온 방에 떠도는 음식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다녀오셨어요?"하는 말.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있는 생활도 제법 괜찮은걸. [p.100]

철없는 아버지 ’야마토’는 너무도 어른스러워 아이라는 사실마져 잊게 하는 행동을 보여준 ’스스무’와 여름방학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삶의 목표를 찾게 된다. 그도 아닌척 숨겨왔지만 알게모르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보금자리를 간절히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신을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으로 너그럽게 감싸주고 포용해줄 그런 사람들이 있는 보금자리를 . . .

그런 그들이 보여줄 겨울방학 이야기가 기대된다.

 

"뭐든지 좋아. 지금 생각나는 걸 말하면 되는 거야."

서툴러도 괜찮으니까 일단 경험을 쌓는 것. 경험은 주저나 긴장 때문에 생기는 실패를 줄여주니까 말이야.

그것이 더욱 멋진 사나이가 되는 포인트라는 거야. 싸움도 그렇잖아?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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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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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답지 않은 아빠, 엄마다울 수 없는 엄마, 항상 언니를 배려하는 동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증오하면서 자신을 지켜 온 나.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고 후회하면서도 거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P.293]

 

가쿠타 미쓰요의 8일째 매미는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왕의 브런치 대상, 서점대상 베스트 등등의 상이 아니더라도 이 글을 조금이라도 읽어본다면 굉장히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숨소리도 크게 내쉬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있더라.

읽으면 읽을수록 굉장히 외롭고 쓸쓸한 이야기인데도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느낄수 있어 너무너무 신기했다.

이 책은 크게 0장, 1장, 2장으로 나뉘는데 0장은 여자 주인공이 불륜 상대의 6개월 된 아기를 몰래 훔쳐오는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다. 2장은 그 아이를 데려와 3년반 동안 도망 다니며 키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3장은 그 아이가 어른이 된 18년 후의 이야기를 이야기 하는데 개인적으로 0장, 1장의 전반부 보다는 2장의 후반부의 내용이 훨 재밌었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왜 이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의 주인공의 마음을 살짝 엿본것 같고 그제서야 살짝 비틀어진 것 같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왜 이렇게 거짓말만 하는 남자를 좋아했을까. 가와코도, 아내였던 엄마도,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려할 줄도 모르며 여자에게 야무지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기만 한 쓰레기 같은 남자를 두 여자는 어째서 포기하지 못했을까. 특히 가와코는 아내가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어 대는 데 그런 것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고, 고향집까지 쫓아다녔으면서 정작 아버지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 그런 인물을 어째서 잊지 못하는 걸까 하고 -

특별히 대단한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심각할 것도 없이 그냥 만나 할 일을 하고 케이크를 먹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그러다가 다시 만나면 잊혀 가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 . .상대방이 불성실하다든가 거짓말쟁이든가 하는 것도 이러한 시간의 흐름속에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그런 그녀를 이해하게 된 한 사람. 그런 자신을 또다시 혐오감을 느끼는 그녀의 작은 등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먹었어요

그녀를 데려가는 형사들을 향해 이 한마디 만을 크게 외친 그녀.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이젠 모든 것이 마지막인 순간에도, 그 여자는 아침밥 따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해주고 싶고, 인정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한껏 솟아나온다.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넘치고 넘쳐 이부분에서는 눈물이 펑펑 흘러내리더라.

 

8일째에도 살이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녀니 앞으로도 씩씩하게 일어서겠지.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 . 그 앞길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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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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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게 마음의 벽이 있을 겁니다.

모럴인지 감정인지, 아니면 동물적인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 높이나 두께나 다를 테지만.

넘어서는 안 될 벽이 있죠." [p.438]

 

벽장속의 치요, 내일의 기억,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유랑가족 세이타로, 엄마는 저격수, 유괴 랩소디 등등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와 따뜻한 유머가 숨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던 오기와라 히로시. 그랬던 그가 사이코 서스펜스이자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다니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공중그네, 인터풀 등의 엉뚱 발랄할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한 오쿠다 헤데오님이 '최악'이란 소설을 내놨을때의 기분이랄까 ~


 

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속닥거리는 여고생들의 재잘거림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만 같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컴사이트 회사를 통해 한밤중 시부야에서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가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다는 레인맨이라는 도시전설 캐릭터를 내세워 WOM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 낮은 '뮈리엘'이라는 브랜드의 향수 홍보를 시작하고 크게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레인맨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문은 현실이 되어 발목이 잘린 채 버려져 있는 시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살인사건보다는 그 '소문'이 퍼지고 그런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들의 현실에 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마음속으로 보고 있는 풍경이다. [p.115]

무엇이든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예요 [p.249]

이런 글귀들 또한 그런 우리들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겠는가.

 

"너 그 이야기 들었니?"로 시작되는 시부야 여고생들 사이에 퍼진 공포의 도시전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가 슈카와 미나토의 데뷔작 '도시전설 세피아' 속 도시전설에 매혹된 남자가 스스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연쇄살인으로 빠져든다는 올빼미 사내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라 그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 단편소설이 장편소설이 되어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졌다는 것을 빼곤 ~

어떤 이유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매스컴이 범인의 성장과정이나 사생활을 모조리 파헤치고 여러 사람의 이런저런 말을 통해 그 사람이 지닌 '마음속의 어둠'을 밝히려 한 들 정말 알 수 있을까? 다들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모르면서 . . .

 

놀라운 반전에 이르는 마지막 한 문장의 충격, 상상도 못한 결말에 보기 좋게 배반당하는 묘미

이 글귀에 크나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온통 결말 부분 내가 받게 될 충격만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런 충격이라면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이 글귀를 신경쓰지 않고 읽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좀 더 재밌게 즐기면서 읽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맘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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