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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게 마음의 벽이 있을 겁니다.
모럴인지 감정인지, 아니면 동물적인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 높이나 두께나 다를 테지만.
넘어서는 안 될 벽이 있죠." [p.438]
벽장속의 치요, 내일의 기억,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유랑가족 세이타로, 엄마는 저격수, 유괴 랩소디 등등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와 따뜻한 유머가 숨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던 오기와라 히로시. 그랬던 그가 사이코 서스펜스이자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다니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공중그네, 인터풀 등의 엉뚱 발랄할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한 오쿠다 헤데오님이 '최악'이란 소설을 내놨을때의 기분이랄까 ~
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속닥거리는 여고생들의 재잘거림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만 같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컴사이트 회사를 통해 한밤중 시부야에서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가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다는 레인맨이라는 도시전설 캐릭터를 내세워 WOM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 낮은 '뮈리엘'이라는 브랜드의 향수 홍보를 시작하고 크게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레인맨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문은 현실이 되어 발목이 잘린 채 버려져 있는 시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살인사건보다는 그 '소문'이 퍼지고 그런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들의 현실에 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마음속으로 보고 있는 풍경이다. [p.115]
무엇이든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예요 [p.249]
이런 글귀들 또한 그런 우리들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겠는가.
"너 그 이야기 들었니?"로 시작되는 시부야 여고생들 사이에 퍼진 공포의 도시전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가 슈카와 미나토의 데뷔작 '도시전설 세피아' 속 도시전설에 매혹된 남자가 스스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연쇄살인으로 빠져든다는 올빼미 사내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라 그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 단편소설이 장편소설이 되어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졌다는 것을 빼곤 ~
어떤 이유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매스컴이 범인의 성장과정이나 사생활을 모조리 파헤치고 여러 사람의 이런저런 말을 통해 그 사람이 지닌 '마음속의 어둠'을 밝히려 한 들 정말 알 수 있을까? 다들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모르면서 . . .
놀라운 반전에 이르는 마지막 한 문장의 충격, 상상도 못한 결말에 보기 좋게 배반당하는 묘미
이 글귀에 크나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온통 결말 부분 내가 받게 될 충격만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런 충격이라면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이 글귀를 신경쓰지 않고 읽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좀 더 재밌게 즐기면서 읽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맘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