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답지 않은 아빠, 엄마다울 수 없는 엄마, 항상 언니를 배려하는 동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증오하면서 자신을 지켜 온 나.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고 후회하면서도 거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P.293]

 

가쿠타 미쓰요의 8일째 매미는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왕의 브런치 대상, 서점대상 베스트 등등의 상이 아니더라도 이 글을 조금이라도 읽어본다면 굉장히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숨소리도 크게 내쉬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있더라.

읽으면 읽을수록 굉장히 외롭고 쓸쓸한 이야기인데도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느낄수 있어 너무너무 신기했다.

이 책은 크게 0장, 1장, 2장으로 나뉘는데 0장은 여자 주인공이 불륜 상대의 6개월 된 아기를 몰래 훔쳐오는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다. 2장은 그 아이를 데려와 3년반 동안 도망 다니며 키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3장은 그 아이가 어른이 된 18년 후의 이야기를 이야기 하는데 개인적으로 0장, 1장의 전반부 보다는 2장의 후반부의 내용이 훨 재밌었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왜 이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의 주인공의 마음을 살짝 엿본것 같고 그제서야 살짝 비틀어진 것 같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왜 이렇게 거짓말만 하는 남자를 좋아했을까. 가와코도, 아내였던 엄마도,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려할 줄도 모르며 여자에게 야무지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기만 한 쓰레기 같은 남자를 두 여자는 어째서 포기하지 못했을까. 특히 가와코는 아내가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어 대는 데 그런 것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고, 고향집까지 쫓아다녔으면서 정작 아버지 장례식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 그런 인물을 어째서 잊지 못하는 걸까 하고 -

특별히 대단한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심각할 것도 없이 그냥 만나 할 일을 하고 케이크를 먹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그러다가 다시 만나면 잊혀 가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 . .상대방이 불성실하다든가 거짓말쟁이든가 하는 것도 이러한 시간의 흐름속에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그런 그녀를 이해하게 된 한 사람. 그런 자신을 또다시 혐오감을 느끼는 그녀의 작은 등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먹었어요

그녀를 데려가는 형사들을 향해 이 한마디 만을 크게 외친 그녀.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이젠 모든 것이 마지막인 순간에도, 그 여자는 아침밥 따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해주고 싶고, 인정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한껏 솟아나온다.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넘치고 넘쳐 이부분에서는 눈물이 펑펑 흘러내리더라.

 

8일째에도 살이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녀니 앞으로도 씩씩하게 일어서겠지.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 . 그 앞길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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