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종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날짜, 시간, 정황. 하지만 이것도 끝이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걸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목소리가 많은 걸 알려 줍니다. 가끔은 시시한 것들, 가끔은 끔찍한 것들. 재미있지 않습니까 ?
믿지 않는군요. 당연히 그럴 겁니다. 저한테 1분만 더 주시면 당신의 모든 의심을 씻어 버릴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지금부터 36년 168일 14시간 뒤인 2010년 6월 15일 동부표준시 3시 44분에 해왕성 근처 카이퍼 벨트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이 히로시마 원자 폭탄 283,824,000개의 폭발 에너지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지금도 지구 종말론이란 검색어를 치면 무수한 정보가 쏟아져나온다. 그것을 내가 얼마나 믿느냐가 관건인데 음 ~
세상 사람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거라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지는 않다보니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 남자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한다는 말을 못하겠다. 이런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을뿐더라 주인공처럼 소수 몇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해도 듣는 순간 정신나간 사람으로 볼 건 뻔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그렇게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이해못할 일 투성이다 !! 세상을 달관한 듯한 사람 같은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데도 그것마저 이해못하는 사람들 뿐이니 ~
그랬던 그가 모든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재미나게,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진지하게 펼쳐진다.
주니어의 입장 뿐만이 아니라 데비, 존, 로드니, 에이미 등등 모든 사람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다보니 내용이 굉장히 방대해지면서 그 사람들 각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고 그래서 지루하다 느껴질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형의 마약 중독, 재활 과정의 내용에서는 제프 헨더슨의 나는 희망이다가 생각나고, 에이미가 메사추세츠 주 어딘가의 버려진 농장에서 미친 정부 요원의 손에 죽을 뻔했던 사건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생각나기도 하는등 나의 상상은 끝도없이 이어졌으니까 ~
중반을 넘어서면서 무서울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가족의 시선에서 사라져 소여와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의 병에 대해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 주니어의 모습은 정말 ㅠㅠ
아버지를 살리기위해 밤낮 먹는것도 자는것도 잊고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약의 힘으로 버텨온 주니어가 약을 더 먹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약 없이는 일을 계속할 수가 없고, 그러면 아버지는 틀림없이 죽고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때는 읽는 나도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 역시 아버지를 살리려고 아들이 죽기를 바라진 않을 테지만 아들 역시 나 살자고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으니 ~
그렇게 죽음의 위험을 무릎쓰고 만든 약으로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병을 이겨내지만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셨을때는 내가 다 허망하더라 ~
사랑하는 여인 에이미 역시 그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이주 등록소에 가서 서명을 하려는데 등록소가 폭파되는등의 가슴아픈 사건들. 지켰고, 지켰다 믿어의심치 않았던 그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불행의 연속들속에서 나 또한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오직 그가 어떻게든 슬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만. 나약하고 또 나약한 사람이 나인 것만 같은 무력감이라니.
그래서 한없이 슬펐다가 또다른 삶을 살게 된 주니어의 모습에서 다시금 위안을 받는다.
모든 것에 끝이 있고, 그래서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
너와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끝날 지라도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네가 가진 모든 것 - 네 아내의 입술, 네 딸의 눈, 네 형의 심장, 네 아버지의 뼈, 그리고 너 자신의 슬픔 - 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현명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슬픔 속에서 의미를 찾고, 지금 이 순간부터 끝까지 절대로, 절대로, 단 한 번도 외면하지 마라.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 똑같고, 깊이를 헤어릴 수 없으며, 무시무시한 다른 길보다 무한히 바람직한 길이기 때문이다.
힘없이 주저앉고 마는 끝이 아닌 주저앉은 곳에서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열정을 가르쳐준 이야기.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들, 미래를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이야기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 순간'
갠적으로 묵직한 여운이 주는 전율과 함께 너무도 깊은 생각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책이었다.
내가 주니어라면 어떤 삶을 선택해 살고 있을까 ~
슬픔 속에서 의미를 찾고, 끝까지 외면하지 않기. 현명하게 받아들이기. 춤추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다니며 느긋하게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갖을수 있기를 . . . 시작과 끝은 언제나 맞닿아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