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그먼트

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워렌 페이의 프래그먼트를 받았을때 나는 우연찮게도 로스트 랜드란 영화를 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빈정거림 속에서도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릭 마샬박사는 어느날 그의 연구조수인 홀리 칸트렐 및 멍청한 모험가 윌 스탠튼과 함께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사라지는데 이 3인조가 도착한 곳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문명의 흔적을 배경으로 공룡과 익룡, 그리고 걸음걸이가 엄청 느린 파충류등 온갖 기괴한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위험천만한 이 이상한 세계에서 3인조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것은 꼬마 유인원 차카 뿐인 유치(?)한 코미디물인 이 영화가 갑자기 스케일 큰 소설이 되어 나타났을때의 황홀한 기분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워렌 페이의 프래그먼트를 읽는 순간 너무도 흥미진진한 내용에 푹 빠져들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프래그먼트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태평양의 외딴 헨더스 섬에 대한 이야기다.

1791년 영국인 헨더스 함장에 의해 발견됐지만 섬에 상륙하려고 하는 순간 정체불명의 악마(?)에 의해 인명사고만 난채 그대로 잊혀진 곳인데 지구상의 가장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진 장소를 찾는 트라이던트호의 1년에 걸친 세계 일주 여행을 담은 방송, 케이블 TV의 리얼리티 쇼인 '시 라이프(Sealife)일행이 방송을 위해 이동하던중 조난신호를 받고 항로를 변경해 미지의 섬을 방문하면서부터 모든일이 운명처럼 벌어진다. 새로운 종을 발견할 생각으로 한껏 들뜬 넬, 이제껏 탐사된 적 없는 섬에 상륙하는 것은 물론 그것이 조난신호를 받고 벌이는 구조활동이라는 것에 TV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기회라며 들뜬 신시아, 지루한 항해에서의 탈출등의 이유로 탑승객 모두는 잔뜩 들뜨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생물들에게 차례차례 학살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은 전 세계로 방송되는데 . . .

영화의 연장선상에서 책속 배경 하나하나, 동식물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에 깜짝 놀랐을 정도다. 너무나 특이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존재들에 대해선 친절하게 삽화가 들어가 있어서 백과사전을 들춰보며 책을 읽는 기분을 맛보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신선한 재미를 주었던 소설 '프래그먼트'

미지의 세계를 방문해 지적인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 .이 모든게 기적 그 자체라며 박수치며 좋아할까 아니면 세상 다른 사람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그들을 제거하는데 멀찍이 지켜만보고 있게 될까 ?

새로운 동식물을 발견해 자기만의 이름을 지어주는 학자들이 너무너무 위대해보이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을거란 다분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평생을 바친분도 계실테니 ~

아직도 지구상엔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생물들이 있을텐데 내이름을 딴 무엇인가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책을 읽을때만해도 생물학적 스릴러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 난감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 작가의 또다른 소설을 빨리 만나고 싶단 소망뿐이다. 이런류의 소설이라면 좀 더 즐길수 있을 것 같은데 금방 식상해지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