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 빈센트 람 소설
빈센트 람 지음, 이은선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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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빈센트 람의 기적은 '의학소설'이고 열두편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요즘 글을 쓰는 분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글만 쓰지 않고, 현직경찰, 현직의사, 현직 변호사 등등 능력있으신 분들이 본인의 경험담을 그대로 토해놓는 얘기들을 쓰셔서 읽기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좋다.

평소 병원24시, 닥터스 등등의 의학관련 프로를 즐겨찾아 보는지라 이 책이 그런 내용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냉큼 선택해 읽었는데 역시나 ~

이책의 처음 100여페이지 정도는 의과대학에 입학하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밍, 피츠, 천, 스리라는 의사가 되고파 열심히 공부하고 결국 의사가 된 네명의 젊은이의 모습을 그리고 나머지 삼백여 페이지는 산부인과, 항송 이송 담당의, 응급의가 되어 각 분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면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의무와 양심,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덕성을 표현하는등 의료현실을 리얼하게 꼬집어내고 있다.

현직 의사가 쓴 글이라 그런지 병원 안, 밖 상황이 굉장히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내가 응급 상황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전문용어가 흘러 넘치지만 내용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던지 ~

 

12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몇가지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는데 일단 내 자신이 여자라 그런지 남편도 없이 급박하게 출산을 해야하는 상황을 그린, 생명의 귀중함과 탄생의 기쁨이 함께인 이야기 '집요한 파도'와 뇌졸중 환자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생긴일을 그린 '야간 비행' 속 라파엘과 니키, 피츠의 대화가 잊혀지지 않고, 사스SARS 환자를 치료하다가 역시 사스에 걸리기도 하고, 죽음을 맞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접촉자 추적'은 신종인플루엔자로 고통받는 지금도 너무도 비슷한 상황인지라 안타까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2년전 추석 명절에 자전거타다 다쳐 응급실에 상처를 꿰매러 간 적이 있었다. 별 상처는 아니었는데 응급실에서 상처부위 소독을 꼼꼼히 안해준 바람에 바이러스 감염에 걸려 한달이 넘겨 입원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 처방해준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보통 약을 처방하면 15일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다시 새로운 항생제를 투여해 경과를 지켜보느라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상처부위가 무릎부분인지라 잘못했으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을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단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그 때 한달이 넘도록 꼬박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기억때문에 지금도 누가 아프다고 연락 해오면 무심히 넘기지 않고 병문안은 꼬옥 ~ 가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그때의 일이 생각나 건강한 내 몸, 건강한 내 가족에게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니키가 질문을 읽는다

" 당신은 1년 동안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1년 동안 당신은 바라던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꿈꾸던 모든 환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만족스럽겠죠.

그 1년이 지나면 당신은 고통 없이 급사하게 됩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마커스가 대답한다.

"교묘한 문제네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 거잖아요."

라파엘이 묻는다.

"기장님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교묘한 문제에는 답변을 거부하겠습니다."

마커스가 이렇게 대답하자 니키가 야유를 보낸다.

"알았어요. 지금처럼 사는 쪽을 선택하겠어요. 살면서 모든 꿈을 이루고 건강하게 늙을 생각이니까. 그렇게 길고 가늘게 살고 싶어요.

1년동안 모든 걸 이룰 필요가 없잖아요?" [p.293 야간비행 中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인상깊에 다가온 글귀다.

매일 대박을 꿈꾸고 로또 1등의 행운을 꿈꾸긴 하지만 그것이 1년으로 제한된다면 과연 ???

나 역시 가늘고 길게 살면서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하나하나 욕심없이 천천히 이뤄가고 싶다. 학창시절엔 막연하게 빨리 어른이 되고팠는데 조금씩 나이가 먹기 시작하니 10대엔 10키로 20대엔 20키로 30대엔 30키로로 내달린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 . . . 점점 삶의 체감 속도가 빨라지는걸 온몸으로 느낀다.

빨리 달리면 빨리 도착해 좋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매 순간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못보고 지나치지 않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까.

하나하나 해답을 찾아갈 수 있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장 특수한 공간에서 뽑아낸 가장 보편적인 감동. 책 '기적'이 주는 묘한 여운에 센티멘탈한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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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 중
김네몽 지음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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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싸이월드 최고의 인기 만화가라는데 난 이 책을 통해 첨 알았다는 ~

다음에서 연재되는 강풀의 만화는 다 좋아서 열심히 챙겨봤는데 다른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편인 것 같다. 그래도 책으로 읽은 작품들은 꽤 되는듯 ~

그렇게 만나게 된 파페포포시리즈, 포엠툰, 박광수씨의 책들, 하루일기 등등등

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 中은 가볍게 잘 읽힌다. 책이 절반으로 나뉘어져있어 앞쪽 절반에선 김네몽'S 그림일기 2를 만나볼 수 있고, 뒤쪽 절반에선 더 지혜롭게 사랑하고픈 당신을 위한 메시지 사랑中 에피소드 6편을 만날 수 있다. 어느쪽으로 읽어도 책읽기가 가능한 이런 독특한 책은 첨인 것 같은데 신선하더라.

책에서 양면타이틀은 흔하게 만나볼 수 없으니까. 만화책읽듯 술술 읽히다보니 페이지에 비해 내용이 넘 작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

그림일기를 읽다가 티벳버섯에 대해 알게 됐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오밤중에 당장 티벳버섯 무료로 분양해주는 카페도 가입했다는 사실 ;;

티벳버섯은 종균버섯이라서 우유를 부어놓으면 알아서 발효를 시키는 것인데 그 우유나 요플레가 변비에 아주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티벳버섯이 정성들여 키우는 그 즐거움이 애완동물이나 식물 키우는 재미랑 비슷할 것 같아서 건강도 찾고 맘도 다스리는데 좋을 것 같아 조만간 분양받아 키워볼 생각이다.

 

1. 사랑은, 상대의 좋은 점을 더 크게 봐주는 것.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는데 내 것이기 때문에 나쁜 점만 보이고,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점만 보이게 되는 것.

비교하지 말고 내 사람의 좋은 점을 더 크게 봐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자.

2. 사랑은,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나 역시 너무도 부족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는 쉽게 실망하고 불평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맞춰가려는 노력. 상대가 먼저 해주길 바라기보다 자신이 먼저 베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3. 사랑은, 바뀐다기보다 보완되어 가는 것.

연애초기 그 사람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것들이 연애기간이 길수록 단점화 된다.

바꿔줬으면 하는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한순간에 그걸 확 바꾸는게 쉽지많은 않다.

바꿀수없고, 잘 안바뀌지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보완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기다림을 알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 작은 변화를 알아채주는 센스쟁이가 되자.

4. 사랑은, 상대의 언어를 배워가는 것.

사로다른 환경에서 사고방식과 표현방식도 다른게 정상. 타인의 행동과 사고를 내 틀에서만 맞춰 생각하니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마음도 필요할 듯 ~사랑하고 생각하는 그 마음에 집중하자.

5. 사랑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면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는 것.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데 '나'만 생각하다보면 문제가 되는 것들. 좀 멀찍이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6. 사랑은, 본질이 아닌 것들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것.

 

갠적으로 소소한 일상을 그린 그림일기도 참 좋았지만 연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지만 알기 쉽게 그려놓은 사랑中이 참 맘에 들더라는 ~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연애를 생각하니 그 사람에게 미안해지고, 앞으로 잘 해줘야지 반성하고, 사랑이 주는 그 순수한 기쁨에 잊고 지낸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좋은 점을 더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기 요 두 개에 집중해야겠다.

이분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곳으로 ~ http://www.kimnem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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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줄리아 - 서른 살 뉴요커, 요리로 인생을 바꾸다
줄리 파월 지음, 이순영 옮김 / 바오밥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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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정부기관의 농땡이 비서, 밤에는 변절한 미식가.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 나이가 먹었고,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너무 젊으며, 다른 것을 하기에는 냉소적인 줄리 파월은 도전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줄리&줄리아 프로젝트'라는 도전을 찾아냈다. 결혼과 일과 고양이의 행복을 걸고 불안한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365일 동안 524가지의 요리를 한다는 프로젝트.

한 여자와 초라한 변두리 아파트의 주방. 이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진행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스물아홉살 줄리 파월이 남편 에릭의 권유로 전설적인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을 보며 524가지의 요리를 1년 안에 완성하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진정한 자아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만 끓일 줄 아는 주부라면 누구나 그 책 한권쯤은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도 있을만큼 유명한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이라는 그 책은 그릇은 대책없이 구식이고, 요리시간은 터무니없이 길며, 버터와 크림의 사용은 도를 넘고, 판세타나 천일염이나 고추냉이는 아예 나오지도 않아 모험심 많은 식도락가들에게 오랜세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불구하고 줄리의 시선을 끌게 되 결국 엄마의 책을 가방에 숨겨들고 오게 되고 첫번째로 포타주 파르망티에를 만들면서 시작된다.

 

책을 내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수많은 주부들을 안다. 그 주부들의 모든 시작은 블로그였다. 인터넷을 이용해 일을 찾고 가장 자신있지만 아무 도움 안될줄 알았던 살림 솜씨라는 최고의 장기을 살려 돈버는 주부들의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책 속 주인공 줄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도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이게 될때면 너무도 특별하게 다가오면서 짜릿하지 않나~ 아무 목적없이 흘러가듯 그렇게 사는 것이 잠시동안은 좋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것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 줄리에게는 요리가 아니었나싶다. 내앞에 열린 수많은 문 중에서 특별한 것 한가지를 찾는일이 쉽지만은 않다는걸 알기에 그녀의 '요리'가 너무다 대단하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고나할까 ~

나도 나에게 딱 맞는 그 무엇을 찾아야할텐데 ~ 여러가지 기회가 있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이봐, 줄리. 너는 버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생기 없는 비서일 뿐이야. 그게 다야.

하지만 그만둘 수가 없었다. 요리를 하지 않으면 줄리&줄리아 프로젝트의 창조자가 더 이상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직장과 남편과 고양이들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또다시 예전의 그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프로젝트를 계속 하지 않는다면 나는 삶의 목적도 없이 비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머리가 허옇게 세고 담배나 연신 빨아대는 노인네가 되겠지.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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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누구나 다 배우는 비즈니스 이메일 영어
김광훈 지음 / 미래BIZ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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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중국 공장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좀 한가해지려나 했는데 한국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시면서 본의아니게 LA 쪽으로 이메일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중국과 거래를 할때는 직원분이 한국말도 잘 하셨고, 팩스나 전화통화를 많이 이용해 편했었는데 LA 쪽과는 이메일을 많이 쓰다보니 일본어 공부좀 해볼까? 하고 교재를 펼칠때쯤엔 본의아니게 다시 영어공부에 돌입 ;;;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이란 생각에 냉큼 신청해 당첨된 책. 쉽게 누구나 다 배우는 비즈니스 이메일영어 !!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에 두께도 얇지만 인사법에서부터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까지 알짜배기로만 구성된 듯 하다.

단락마다 팁이 적혀있어서 그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더라.

책이 도착하자마자 컴터 옆에 놔두고 생각날때마다 펼쳐봤더니 사장님께서도 공부하나보다 내심 대견한 눈으로 쳐다봐주시고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이시더라는 . .

부끄러운 실력이라 여전히 말하고, 듣는데는 약하다. 문법에도 엄청~ 약한것도 사실. 그래도 영어를 못해도 영어가 무섭거나 그러진 않는데 뭘 하나 작성할때마다 옆에서 꼬치꼬치 따지고, 수정하려는 사장님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실수나 지적이면 감사한데 그거랑 전혀~ 상관없는 부분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살짝 무시하듯 얘기할땐 정말 답답하더라는 ~

그래서 이건 아니죠~라는 정확한 설명과 증거가 제시되야 할 것 같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나보단 사장님께 더 필요할 듯 ㅋ

거래처이긴 하지만 40여년이 넘는 오랜 ~ 이젠 가족같은 곳이기에 양해를 구하고 건너뛰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더라는~

 

효과적인 이메일 작성에 관련된 팁!!

제목은 본문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 초점을 잃지 말고 읽기 편하게 쓴다.

즉시 대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만족할만한 답을 제시할 수 없을 경우엔 그 이유와 소요시간을 알려준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별하고, 개인적인 감정 (분노를 표출하는건 X)표현을 자제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반드시 스펠링과 어법 체크를 하기. 

철자가 틀리면 내용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어딘가 성의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용어, 어휘선택에 신경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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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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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장정된 총으로써 계속 살 수 있는 존재인가.

어느 시점에서 총을 버리든지, 인간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번제 p.168]

 

미미여사의 책에는 유난히 초능력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염력 방화 능력, 즉 불을 지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여성 '아오키 준코'가 등장하는 초능력 미스터리 크로스 파이어가 그렇고, '모방범'사건으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평온한 삶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사건의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한 중년 여자가 찾아와서 죽은 아들 히토시에게 예지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낙원이 그렇고, 보통 사람에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느끼는 신비한 힘을 가진 16세 말괄량이 소녀 오하쓰의 이야기가 담긴 흔들리는 바위가 그렇고, 남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지의 이야기가 담긴 '용은 잠들다'가 그러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구적초-비둘기피리꽃>은 중단편집으로 스러질 때까지, 번제 燔祭, 구적초-비둘기피리꽃- 이렇게 세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갑작스런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유품을 정리하다 잃어버린 과거를 더듬어 가며 특별한 능력을 찾게 되는 아소 도모코, 한 자루의 장전된 총으로 살아가는 아오키 준코(크로스 파이어의 원형이 된 작품),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형사 혼다 다카코등 초능력을 지닌 세 명의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스러질 때까지의 아소 도모코는 교통사고로 봉인된 기억이 풀리면서 잊었던 능력을 찾아가는 이야기고, 번제 에서의 아오키 준코는 본인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는 이야기고, 구적초에서의 혼다 다카코는 능력이 사그라들면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단계에서의 두려움과 불안감등 심리적 갈등이 담겨 있다보니 각각의 이야기마다 주인공과 사건은 다르지만 평범한 사람과는 너무도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의 파란만장을 인생을 그대로 옮겨놓는 모습과 닮아 장편소설 한권을 읽은 느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법이 아닌 초능력을 이용해 개인을 응징하는 장면에서의 괴로움, 남에게 말 못 초능력자의 심리적 고통이나 심경변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소설속 주인공처럼 초능력자가 되어 수많은 고민과 갈등,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찌릿찌릿 하더라.

특히나 세번째 이야기 구적초에서의 혼다 다카코는 직업이 형사인지라 특별한 능력이 큰 도움이 됐는데 '보이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는' 특별한 힘이 사그라들면서 자기의 존재가치마저 희미해져가는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점점 약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이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꽃이지만 노래를 할 수 있는 구적초처럼 그녀 역시 얼른 건강해져서 혼다 다카코만의 매력을 맘껏 발산했음 좋겠다.

 

나에게도 특별한 초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순간이동'을 ㅋ

영화 '점퍼'를 보면 주인공이 런던의 빅뱅에서 야경을 보고, 피지에서 서핑을 하고, 스핑크스 위에서 점심을 먹는등 우리가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었는데 그때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던 기억이 나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회사를 탈출해 떠나고 싶은 곳은 너무너무 많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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