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장정된 총으로써 계속 살 수 있는 존재인가.

어느 시점에서 총을 버리든지, 인간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번제 p.168]

 

미미여사의 책에는 유난히 초능력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염력 방화 능력, 즉 불을 지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여성 '아오키 준코'가 등장하는 초능력 미스터리 크로스 파이어가 그렇고, '모방범'사건으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평온한 삶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사건의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한 중년 여자가 찾아와서 죽은 아들 히토시에게 예지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낙원이 그렇고, 보통 사람에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느끼는 신비한 힘을 가진 16세 말괄량이 소녀 오하쓰의 이야기가 담긴 흔들리는 바위가 그렇고, 남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지의 이야기가 담긴 '용은 잠들다'가 그러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구적초-비둘기피리꽃>은 중단편집으로 스러질 때까지, 번제 燔祭, 구적초-비둘기피리꽃- 이렇게 세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갑작스런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유품을 정리하다 잃어버린 과거를 더듬어 가며 특별한 능력을 찾게 되는 아소 도모코, 한 자루의 장전된 총으로 살아가는 아오키 준코(크로스 파이어의 원형이 된 작품),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형사 혼다 다카코등 초능력을 지닌 세 명의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스러질 때까지의 아소 도모코는 교통사고로 봉인된 기억이 풀리면서 잊었던 능력을 찾아가는 이야기고, 번제 에서의 아오키 준코는 본인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는 이야기고, 구적초에서의 혼다 다카코는 능력이 사그라들면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단계에서의 두려움과 불안감등 심리적 갈등이 담겨 있다보니 각각의 이야기마다 주인공과 사건은 다르지만 평범한 사람과는 너무도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의 파란만장을 인생을 그대로 옮겨놓는 모습과 닮아 장편소설 한권을 읽은 느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법이 아닌 초능력을 이용해 개인을 응징하는 장면에서의 괴로움, 남에게 말 못 초능력자의 심리적 고통이나 심경변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소설속 주인공처럼 초능력자가 되어 수많은 고민과 갈등,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찌릿찌릿 하더라.

특히나 세번째 이야기 구적초에서의 혼다 다카코는 직업이 형사인지라 특별한 능력이 큰 도움이 됐는데 '보이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는' 특별한 힘이 사그라들면서 자기의 존재가치마저 희미해져가는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점점 약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이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꽃이지만 노래를 할 수 있는 구적초처럼 그녀 역시 얼른 건강해져서 혼다 다카코만의 매력을 맘껏 발산했음 좋겠다.

 

나에게도 특별한 초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순간이동'을 ㅋ

영화 '점퍼'를 보면 주인공이 런던의 빅뱅에서 야경을 보고, 피지에서 서핑을 하고, 스핑크스 위에서 점심을 먹는등 우리가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었는데 그때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던 기억이 나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회사를 탈출해 떠나고 싶은 곳은 너무너무 많은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