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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 박광수, 행복을 묻다
박광수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3년 4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511/pimg_754104126852958.jpg)
박광수, 행복을 묻다 [민낯]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알지만 아직 잡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생각할 새도 없이 뛰게 만드는 그것.
한번쯤 당신의 잰걸음을 붙잡고 묻고 싶었다.
당 신 의 행 복 에 의 구 심 을 품 어 본 적 이 있 나 요 ?
가면을 벗고 화장을 깨끗이 지워낸 민낯의 보통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그가 만난 아홉명의 사람들.
첫 번째 인터뷰 _ 이해루, 여자, 28살, 화장로 기사
두 번째 인터뷰 _ 박찬, 남자, 38살, 밴드 <백두산> 드러머
세 번째 인터뷰 _ 송영희, 남자, 41살, <어둠 속의 대화> 운영자
네 번째 인터뷰 _ 임지영, 여자, 41살, 갤러리 관장
다섯 번째 인터뷰 _ 김경나, 여자, 31살, 몽골학 박사
여섯 번째 인터뷰 _ 강평국, 남자, 32살, 광고회사 아트디렉터
일곱 번째 인터뷰 _ 김지미, 여자, 30살, 캘리그라퍼
여덟 번째 인터뷰 _ 신수아, 여자, 30살, 경제신문 기자
아홉 번째 인터뷰 _ 정재호, 남자, 49살, 방사선사
즉 아홉개의 인터뷰가 실린 책 [민낯] 하지만 결코 아홉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열 번째 인터뷰 _ 바로, 당신.
곧 그와 조우할 나의 인터뷰가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랄까 ??
이정도쯤이야 쓱쓱 잘 써내려가다 ~~
당신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한참 머뭇거린 나.
당신이 바라는 행복이 진짜 자신이 바라는 행복인지 의심해본 적은 없나요? 라는 질문에는 뜨끔 ㅠ-ㅠ
진짜 '나'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에 더 치중하고 산 건 아닌지
그러다보니 내가 바라는 행복도 진짜 행복이 아닌 이정도는 살아줘야 행복한 사람축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들이 많더라는 ~
아 ~ 어렵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511/pimg_754104126852962.jpg)
도톰한 페이지이나 글과 그림, 사진이 함께 어우러져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간다.
인터뷰 했던 사람에 따라 칼라가 달라 글을 읽는 내 마음의 온도마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 ? 신선하다.
닮은 듯 다른 듯 인터뷰 패턴은 거의 비슷하지만 직업에 따라 성격에 따라 그 색이 여실히 드러나 좋고
빽빽하게 무리한 듯 채우려하지 않는 여백의 미가 한껏 실린 책이라 좋다.
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구성이라는 ~
대답하는 사람보다 인터뷰어의 글이 더 심도깊고 낭만적이며 때론 저돌적이고 무례하기까지 해
아홉명의 사람보다 박광수, 그의 존재가 더 부각되는 듯한 느낌 역시 반전 -
유명한 사람들이 풀어놓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흥미롭게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
갠적으로 확 와닿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생각해보게 만든 사람의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사연은 구구절절하나 확 와닿는 얘기는 없는 그런 사람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싶지만 ;;;)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인연으로 이들을 인터뷰하게 된건지가 더 궁금할뿐.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달인'들이 더 내 엄마같고 이웃같아 친근하고 철학적이며 교훈적이었던 듯 ~
인터뷰 중에 내가 지난날의 생각을 끄집어냈다.
'인생의 9할은 불행이고 1할 정도만 행복인 것 같다'고.'
슬프지만, 나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인생은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9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서
한 골을 겨우 만들어내고는 아주 잠시 행복감을 맛보고
다시 또 달려야만 하는 운동.
어떤 이는 운이 좋아서 골문 앞을 서성이다가
누군가 패스해준 공을 슬쩍 밀어 넣는 것만으로
한 골을 기록하기도 한다.
숨이 가뿐 우리들에게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행운이 한 골에 그치지 않고
같은 방법으로 해트트릭을 세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많은 골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가 4골을 손쉽게 넣어서 4:0으로 이기거나,
내가 90분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온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다가
마침내 1골을 넣어서 이기거나, 그 승리는 같을 테니까 말이다.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는 바르셀로나 메시의 골보다,
1년 넘게 골을 기록하지 못했던 어느 무명선수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골 하나가 더 큰 기쁨을 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지쳐서 한 발도 더는 뛸 수 없을 것 같아도,
아직 살아있다면 가슴이 터질 때까지라도 뛰어서
인생이라는 나의 축구에서 꼭 이겨야만 한다. <p.32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