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연애소설
황경신 지음, 허정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밖에.
<p.31~32>

 

황경신 작가의 연애소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10년 만에 새로운 페이지로 태어나면서 이렇게 읽어볼 기회가 생겼어요 ~

이웃님 덕분에 읽은 책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내겐 너무 익숙한 책 '모두에게 해피엔딩'

핑크빛 무수한 꽃을 담은 일러스트가 제 마음까지도 설레게 하네요 !!

 

봄꽃을 닮은 표지, 화사한 봄날에 읽은 책이지만 내용만큼은 결코 화사하지도 달콤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랑의 또다른 모습들이기에 사랑에 퐁당 몸을 담그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아파하는 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글밥이 많지 않아 순식간에 읽긴 했지만 여운이 꽤 오래도록 남았어요 !! 주인공들 모두 하나같이 왜케 안타깝고 애잔하던지요 ~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

 

 

내 마음이 집착과 소유에 대한 갈망으로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충고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도 곧 알게 되겠지.

집착과 갈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텅 비어 아름다운 마음이 들어낮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

욕심도 없고 질투도 없는 마음. 나는 서투르게 그걸 배웠고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어.

시간을 충분히 두고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집착에 대한 욕구가 남아 있었지.

어떤 때는 책이나 음악이 그것을 도와주기도 해. 이제 됐어, 라고 그들은 내게 이야기해.

그렇다 해도.

나는 누구에게나 있는 성심을 믿기보다는, 마음이란 원래 그렇게 어지러운 것이라는 걸 믿고 싶어.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차라리 내게 위안이 되니까 <p.126>

 

 

이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도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역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다 였습니다 !!!

우린 누구에게나 강자일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에게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아닌가요 ?

더 사랑한다고 해서 손해날 것은 없는데도 그 지루한 감정싸움은 왜케 끝이 없는건지 ~

사랑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하고 있으니 그런건 아닌가 반성했답니다 !! 

 

새벽 조용한 시간에 푹 빠져들어 읽어야 제맛인 이 책.

짝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더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책.

섬세하면서도 건조한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도 좋지만 

아 ~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절제된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싶은 ~

한국식 정서에 목말랐던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

 

 

이쯤에서 궁금해지네요. 당신의 사랑은 에이를 닮았나요 ? 아니면 비 ?

당신이 그녀라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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