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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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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스타샤는 삶이 얼마만큼 소중할 수 있는가를 내게 가르쳐주었다. 나는 나스타샤를 사랑하게 되면서 삶이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렇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죽은 삶일 여러 가지가 있었다. 두근거림, 열정, 충족, 안타까움, 위안, 공감, 이해, 존경, 동정. 이러한 것들이 사랑을 통해 나스타샤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p.421]

 

620여페이지의 두툼한 두께가 나를 놀라게 했고 그 내용이 나를 한번 더 놀라게 한다. 처음에 이 책은 내게 '사설'이 긴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그 '사설'이 익숙해지면서는 캐나다 여행기를 읽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유학을 떠나 캐나다 교수가 된 '조지'의 눈을 통해 본 것들은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 모두 내가 겪는 일마냥 느껴지기 시작하더라. 캐나다인들이 보트에 열광적인 이유, 조지랑 그렉이 어떻게 보트를 구입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낚시를 갔다 스컹크 방귀에 어떤일들이 생겼는지, 어떻게 지렁이 양식을 하게 됐는지 등의 이야기들은 웃음을 넘어 폭소로 이어졌고, 얼마나 낚시를 좋아하는지는 그의 글을 통해 읽으면도 나도 낚시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낚시 사랑. 특히나 플라이 피싱에 대한 사랑은 마냥 부럽기만 했다.

'나스타샤,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 중 하나가 플라이 피싱이야. 거기에는 모든 것이 있어. 태곳적의 자연, 힘차고 아름다운 연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낚싯줄, 스트라이크 때의 두근거림가 떨림, 실랑이할 때의 아슬아슬한 곡예, 발밑까지 끌려온 연어의 펄떡거림, 놓아줄 때의 자부심과 흐뭇함 등. 플라이 피싱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향락을 얘기할 수 없어. . .

플라이 피싱은 자연과의 조화야. 그리고 삶의 활력이지 [p.375]

교수라는 입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책을 집필하면서 중간중간 친구와 낚시를 다니는 그의 재미난 캐나다 여행기 같은 생활은 곧 나스타샤를 향한 사랑가로 바뀌게 된다.

"조지, 고마워. 나에게 생명을 준 건 부모님이야. 그런데 삶은 당신이 줬어. 나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삶이 이런 건지 몰랐어.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단지 행복이 뭔지 몰랐을 뿐이야. 이제 행복이 뭔지 알아. 행복은 진실이고 아름다움이야"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다 할 친구도 애인도 없이 너무도 외로웠던 그. 몸은 외국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마음만은 조국을 향해 있었던 그.

그랬던 그가 오로지 그녀의 행복만을 바라는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의 행복을 아주 많이 축하해줬고 또 영원히 이어지길 간절히 바랬는데 . .

 

운명은 잔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랑해야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하고 . . . 나는 너무 계산적이지 않나. . . 해주는것없이 바라기만 하지 않았나 자책하기 시작했다.

남의 일마냥, 별일 아닌데 왜 그러냐는 듯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그. 607페이지에 이르러 나는 펑펑 울고야 말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소설 한권 읽으면서 글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책일 읽는것이 이렇게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나스타샤'를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이 책은 내게 더 많이 더 넓게 보라고 조언해줬으며, 상상하게 만들었고, 꿈을 꾸게 만들었다.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라는 충고도 잊지않고 해주었다.

100페이지 정도를 읽어내려가면서부터 지인들에게 이 책의 즐거움에 대해서, 대단함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음 좋겠다 싶었다.

글로 표현할수 있는 많은것들. 그것들이 주는 아름다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랬다.

철학과 예술이 결코 어렵지 않음을. . 즐겁게 이 책 한권을 읽고 어땠냐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할 시간들이 생기길 바랬다.

누구와 첫번째로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되려나 ~ 기대된다.

 

조지수님은 이미 십 수권의 책을 저술한 자못 잘 알려진 사람이란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필명을 사용하기를 원했다고 . .

이 소설에는 어느 정도 자전적 요소가 있기에 . .  이해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은데 . . .

 

 

 

행복한 젊음이란 없다. 단지 행복한 젊은이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 젊은이들은 그의 삶에 많은 흔적을 남기지는 않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오래 기억되듯, 불행한 젊은 시절이 우리의 삶에 어떤 흔적을 멀리까지 남겨준다.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정념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남은 삶이 회상과 추억에 의해 아름다워질 때, 젊은 시절의 방황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어떤 느낌인가를.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그 방황은.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면 수많은9a">나는 속삭인다.

 

"그렇다. 우리는 힘겨웠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위해 애썼다. 그리나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서로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으로 나의 삶이 행복했다는 것 - 이것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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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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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가 정글 속에서 발가벗고 사는 줄 알아요. 벌레를 잡아먹고 툭하면 살육을 하는 줄 알죠.

물론, 그 모든 일들이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 말은 . . .왜곡되어 있다는 거죠.

마치 그게 전부인 것처럼. 지구상에 완벽한 곳이란 없는 건데도 말이에요." [P.14]

 

나라밖에서 배운것으로 그 나라 안에서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여행자는 불편해진다. 다 알고 있더라도 모든것은 그곳, 그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변하기 마련.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 배우는 한국어가 '빨리빨리'인 것처럼 탄자니아에 온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스와힐리어는 아마도 '폴레폴레 (천천히 천천히)' 사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폴레폴레를 적용시키는 것이 더 빠를듯 ~

 

여행자의 관념 속에서는 언제나 뜨거운 로망이지만, 문명인의 관념 속에서는 두려운 미지의 검은 대륙 아프리카.

언제나 CNN이나 동물의 왕국, 유니세프처럼 제한된 경로를 통해 위험하거나, 야성적이거나, 불우한 소식만이 걸러져 전해지는 머나먼 이웃.

사람 '여행'을 하고 있는 그녀 오소희님의 책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는 아프리카 여행기이다.

이 책이 낯설다는 사람들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라는 책들을 보면 금방 아하~ 그 사람!! 할 것이다. 보통의 여행기는 낯선 사진속 그곳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인데 이 책은 그녀의 근사한 문체에 빠져들게 된다. 그 후 다시한번 사진에 시선이 가고, 사진을 보면서 글을 떠올리게 된다는~

한장한장 읽힐때마다 페이지가 줄어듬이 아쉽고 이대로 조금만 더 읽어내려가고 싶다 ~ 라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많은 에피소드들 속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타이밍에서도 나는 그들의 단순함이 살짝 부럽더라.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드비전, 아프리카 후원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이, 이 책속의 가스파라 원장 수녀님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세상은 문제 투성이입니다. 헐벗고 병들고 다투지요. 헐벗은 자에게 집을 주어보세요. 그걸로 끝입니다. 병든 자에게 약을 주어보세요. 역시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나 교육은 달라요. 세대를 거듭해서 확대되지요. 당신의 믿음과 지혜가 당신이 공들인 몇 배로 증가합니다.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증가하지요.

당신보다 나은 자신이 게속해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세요. 더 보람된 일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요? [p.259]

 

수단과 목적을 찾지 못해 암담한 이들에게 미래란 허공과 다름없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다만 어두운 오늘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나 한줄기 빛을 잡고 나아가는 이들에게 미래는 길이다. 발밑에 놓인 단단한 길, 한 발자국이 다음 발자국을 이끄는 길.

내가 그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기를. 한 발자국을 더 잇게 만들어 주기를 바래본다.

 

고등학교 졸업반이고 육남매의 장남인 열여덟 파하드. 저널리스트나 변호사가 되는게 꿈이라는 그. 썩 잘하는 편이지만 음리마니대학에 합격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 노력중이라는 그.

그에게 "네  시험에 행운을 빌게"하고 인사했는데 "당신의 남은 전 인생에 행운을 빕니다"란 인사가 되돌아왔다.

이런 생각을 하는 100명 200명의 파하드를 기대해본다. 아 ~ 말이 필요없는 책이고, 말이 필요없는 사람들이다.

 

아싼떼(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 그 누구라도 이 책안에서 조인 마음이 풀어지고, 병든 마음이 치료되리라 믿는다.

내가 그러했기에 . .

 

"알게 될 거야. 아프리카카 최고야. 사람이 만들어 낸 건 자연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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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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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비를 맞으며 돌아갔다. 자신을 소홀히 여긴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남자인데,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는 점에서는, 그는 오래전부터 프로급이었다.

그남자. 내 남자. 양아버지이며 죄인.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란 소설을 통해 사쿠라바 가즈키란 작가를 첨 알았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아카쿠치바 전설도 읽어보았는데 생각외로 생각외로 별로였다는 ;;

올초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을 읽으며 비로서야 아~ 재밌구나 하면서 이 사람의 신간이 기다려졌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남자' 아 ~ 충격이다.

여러나라 다양한 소설들을 접하다보면, 특히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만나게되는 소재라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의 글솜씨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

좀 더 음침하고, 축축하다. 사실 서평쓰기 참 난감한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쓰면 된다지만 그것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고민했으니 . .

 

이 책 내남자는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며 두 남녀의 흔적을 쫓는데 파트별로 화자가 달라 양몰이를 하는 목동이 된 것처럼 더 집요하게 둘의 발자취를 쫓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이야기는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에 함축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사리노 준고는 내 양아버지다. 그가 나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지금은 까마득하게 먼, 세월의 저편에 있는 기억이다. 그때 우리는 도쿄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각자 살았고, 그러다 언젠가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지진때문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초등학교 4학년짜리 꼬마였다. 아주 먼 친척인 준고는 복잡한 몇가지 절차를 거쳐 내 양아버지가 되었다. 8년전, 준고가 서른네 살 때 우리는 도쿄로 올라왔다. 그렇게 나는 스물 여섯 살이 되었고, 이제 내일이면 결혼을 한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어른이 되었고, 돌아보니 양아버지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준고는 왜 어린 여자 아이를 굳이 맡으려 했을까.

어렸을 때는 양아버지의 마음을 전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젊은 시절의 준고가 수수께끼로 가득해졌고, 물에 가라앉은 것처럼 부옇게 번지면서 멀어져 갈 뿐이다. 준고라는 과거가 과거에 한 선택과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비 냄새 같은 채취를 풍기는 이 양아버지가 바로 내 남자라는 것뿐이다.

 

결혼준비로 바쁜 하나. 하지만 행복해야할 신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결혼할때 신부가 네 가지 물건을 지니면 행운이 온다며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것, 새 출발에 어울리는 새로운 것, 행복한 사람에게 빌린 것, 파란 것. 썸씽 포(섬씽 올드, 섬씽 뉴, 섬씽 보로, 섬씽 블루)라고 일본의 풍습은 아니지만 낭만적일 것 같아 하나에게 제일 특별한 아버지 '준고'에게 그 중 하날 부탁했고 준고가 들고 온 것은 낡고 작은 카메라. 카메라는 옛날에 죽은 어떤 노인의 것이고, 들어 있는 필름에는 노인이 숨을 거두며 본 살인자의 모습이 찍혀 있을 것이다. 위험한 남자.

사쿠라바 가즈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작은 불씨가 여기에서부터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슨일이지 ? 호기심이 기름이 되어 불꽃은 금새 내 머리속을 홀라당 다 태워버릴 정도가 되어버렸다. 발을 딛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땅바닥이었는데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 된 시신,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신,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 등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흙탕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는 타이밍 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데 난 실수를 한 듯 하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는, 장기 기증,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등 논쟁적 이슈를 소재로 하여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한 쌍둥이별을 읽으며 눈물콧물 질질 짜고;; 어떠한 희생도 마다 않는 사람들. 가족이란 것에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곧장 이 책을 읽어내려갔으니 말이다 ~ 다른날, 다른때에 이소설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잊어버려, 하나. 깨끗하게 잊어버려, 그런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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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티쓰
사카키 쓰카사 지음, 현정수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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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히로, 나는 왕자님을 찾은 것 같아.

 

상당히 소녀적인 표현이라서 부끄러웠지만 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공주님'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요쓰야 씨는 나에게 수수께끼를 풀게 하여 치과 공포증을 조금씩 낫게 해주었다.

내 치과 공포증은 오랫동안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마음의 미궁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쓰야 씨는 일부러 내 마음속 미궁에 발을 들인 것이다.

마치 용사처럼.

그리고 깊은 장미 덤불 속에 사로잡혀 있는 나의 마음은 언젠가 요쓰야 씨의 섬세하고 자상한 손길에 의해 구원받을지도 모른다.

꼭 그렇게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탁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재미난 일들로 가득했던 책 '끊어지지 않는 실' 다음으로 치과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신데렐라 티쓰'

신데렐라 티쓰는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자릴 찾던 대학생 가노 사키코가 엄마의 소개로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에 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다섯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조금은 멀리 하고픈 치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 것도 좋았지만 사키의 눈물에 이나 잇몸 사이에 넣어서 타액을 흡수시키는데 쓰는 담배 필터 크기의 봉 모양 탈지면을 카운터에 좌르륵 펼쳐놓는가하면 멸균거즈를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연애초보 요쓰야와 사키의 이야기에 나까지 가슴 두근두근 설레는건 왜인지 ~

 

어릴적 충치가 발견되 엄마와 함께 치과에 갔다가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아저씨들이 반짝이는 은색칼 같은것을 들고서 달려들어 입안을 들여다보고, 드릴을 멈추지 않고, 입안을 헹구자 붉은피가 쏟아졌던 기억들. 죽느냐 사느냐 공포속에서 헤맸는데 울며불며 한참 소란을 피워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는 엄마의 핀잔에 더더욱 싫은 곳으로, 꼴도보기 싫은 곳이 되어버린 치과에서 접수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건 엄마의 소개, 다다시 삼촌이 일하고 있는 곳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듯 결정된 것.

시나가와 델탈 클리닉의 멤버는 원장님과 의사 둘, 치과 치위생사 셋, 사무원이 한명, 치과 기공사등으로 이뤄져있다. 아슬아슬 할아버지가 되기 직전의 시나가와 원장님과 다다시 외삼촌, 나루세 선생님, 가노선생님, 나카노 교코, 가스가 유리, 접수창구 사무를 보고 있는 가사이 미즈에. 기공사인 요쓰야 겐고. 이곳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것은 치과 질환 치료는 물론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이라는 것. 실내 인테리어는 산뜻하고 화장실과 별도로 메이크업실이 있는 곳. 환자를 '손님'이라고 부르고 진찰권을 '멤버스 카드'라고 부르고 접수안내원이 있고, 귀중품을 맡길 수 있는 '물품 보관 시스템'이 있는 병원이라면 나도 한번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건 '잡담'이라 불리울만한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고객의 생활이나 직업을 반영시켜 치료에 활용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월등한 점수를 ~

 

"저는 말이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요.

자신이 하는 일을 충실히 파악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말이예요" [p.227]

엄마에게 속아 일할게 될 곳이 치과인지도 모른채 찾았던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직접 보고 그들이 환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게 되고 자신처럼 치과 공포증이나 기타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치과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날이 갈수록 환자들과 능숙하게 대화도 하고치료를 받겠다는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작은 일부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으쌰으쌰 힘을 내게 되는것 같다.

 

오키나와의 숙박에서 숙식하며 일하고 있는 사키의 친구 히로와의 통화에서 '일기일회'란 말이 언급된다.

시시콜콜 꼬투리를 잡으며 항의하는 골치아픈 손님도 있지만 두 번 다시 못 만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쌀쌀맞게 대하면 나중에 기분이 찝찝해진다며 누구에게든 똑같이 대하려 노력한다는 히로. 

사토 다카코의 말해도 말해도라는 책 속에도 '일기일회'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한단다.

다도의 마음이야. 똑같은 다도라는 건 결코 없다. 어느 다도회나 생애 단 한 번뿐이라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야.

그해, 계절, 날씨, 모이는 사람들, 그들 각자의 마음 모양, 그 모든 것이 다도회 때마다 달라.

그렇기 때문에 매번 귀찮은 절차를 거치고 같은 걸 반복하면서 연습하는거야. 단 한 번뿐인 그자리에 임하기 위해서 말이지.(말해도 말해도 中에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지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하기 일쑤일때 이 말이 내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 모른다. 나태한 생활을 하고 있던 나를 채찍질 하게 만들었다. 이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을하며 매일매일을 재밌게 신나게 보내게 될 수 있는데 큰 보탬이 됬었는데 이 글을 읽는 다른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입니다. 이 글을 첨 읽었을때와 비슷)

 

눈에 보이는 병과 보이지 않는 병.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홀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언젠가 우리 병원의 다른 사람들처럼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p.131]

사키가 의료 사무쪽을 열심히 공부해 독일로 유학간 요쓰야와 대등한 입장에서 일에 대해 얘기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신데렐라 티쓰 2부의 이야기도 만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

 

항상 자기를 '작은' 사람이라 표현했던 사키. 치과에서 일을 하면서,사랑을 하면서 .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이 사람에게 변화시킬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크리스마스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던 평범한 휴일이었던 날. 왜 이렇게 재밌게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가 없는걸까 안타까워하다 계획없이 보게 된 '과속스캔들'과 함께 이 책 신데렐라 티쓰는 2008년을 보내는 나에게 너무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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