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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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비를 맞으며 돌아갔다. 자신을 소홀히 여긴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남자인데,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는 점에서는, 그는 오래전부터 프로급이었다.

그남자. 내 남자. 양아버지이며 죄인.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란 소설을 통해 사쿠라바 가즈키란 작가를 첨 알았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아카쿠치바 전설도 읽어보았는데 생각외로 생각외로 별로였다는 ;;

올초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을 읽으며 비로서야 아~ 재밌구나 하면서 이 사람의 신간이 기다려졌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남자' 아 ~ 충격이다.

여러나라 다양한 소설들을 접하다보면, 특히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만나게되는 소재라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의 글솜씨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

좀 더 음침하고, 축축하다. 사실 서평쓰기 참 난감한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쓰면 된다지만 그것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고민했으니 . .

 

이 책 내남자는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며 두 남녀의 흔적을 쫓는데 파트별로 화자가 달라 양몰이를 하는 목동이 된 것처럼 더 집요하게 둘의 발자취를 쫓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이야기는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에 함축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사리노 준고는 내 양아버지다. 그가 나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지금은 까마득하게 먼, 세월의 저편에 있는 기억이다. 그때 우리는 도쿄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각자 살았고, 그러다 언젠가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지진때문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초등학교 4학년짜리 꼬마였다. 아주 먼 친척인 준고는 복잡한 몇가지 절차를 거쳐 내 양아버지가 되었다. 8년전, 준고가 서른네 살 때 우리는 도쿄로 올라왔다. 그렇게 나는 스물 여섯 살이 되었고, 이제 내일이면 결혼을 한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어른이 되었고, 돌아보니 양아버지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준고는 왜 어린 여자 아이를 굳이 맡으려 했을까.

어렸을 때는 양아버지의 마음을 전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젊은 시절의 준고가 수수께끼로 가득해졌고, 물에 가라앉은 것처럼 부옇게 번지면서 멀어져 갈 뿐이다. 준고라는 과거가 과거에 한 선택과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비 냄새 같은 채취를 풍기는 이 양아버지가 바로 내 남자라는 것뿐이다.

 

결혼준비로 바쁜 하나. 하지만 행복해야할 신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결혼할때 신부가 네 가지 물건을 지니면 행운이 온다며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것, 새 출발에 어울리는 새로운 것, 행복한 사람에게 빌린 것, 파란 것. 썸씽 포(섬씽 올드, 섬씽 뉴, 섬씽 보로, 섬씽 블루)라고 일본의 풍습은 아니지만 낭만적일 것 같아 하나에게 제일 특별한 아버지 '준고'에게 그 중 하날 부탁했고 준고가 들고 온 것은 낡고 작은 카메라. 카메라는 옛날에 죽은 어떤 노인의 것이고, 들어 있는 필름에는 노인이 숨을 거두며 본 살인자의 모습이 찍혀 있을 것이다. 위험한 남자.

사쿠라바 가즈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작은 불씨가 여기에서부터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슨일이지 ? 호기심이 기름이 되어 불꽃은 금새 내 머리속을 홀라당 다 태워버릴 정도가 되어버렸다. 발을 딛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땅바닥이었는데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 된 시신,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신,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 등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흙탕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는 타이밍 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데 난 실수를 한 듯 하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는, 장기 기증,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등 논쟁적 이슈를 소재로 하여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한 쌍둥이별을 읽으며 눈물콧물 질질 짜고;; 어떠한 희생도 마다 않는 사람들. 가족이란 것에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곧장 이 책을 읽어내려갔으니 말이다 ~ 다른날, 다른때에 이소설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잊어버려, 하나. 깨끗하게 잊어버려, 그런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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