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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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소설이고, 미스터리물이고 그리고 소장하려고 하나 둘 구입하고 있는 밀리언셀러클럽 98번째 책이라 더더욱 관심이 컸던 책 '천사의 나이프' 이 작품은 제 5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데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며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라고 ~

소재가 비슷한 히가시노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 처벌해야 하는지 지도해 갱생시켜야하는지 소년범 처벌 문제를 파고든 작품인지라 비슷한 소재를 어떤식으로 풀어나갈지 '야쿠마루 가쿠'님 스타일의 또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읽어내려가자마자 눈에서 뗄 수 없었던 흡입력이 대단했던 책. 그 어떤 책과도 비교불가라고 말하고 싶다.

 

커피숍을 경영하며 다섯 살 어린딸과 둘이 살고 있는 히야마 다키시는 4년전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부인 쇼코를 잃었다. 쇼코를 죽인 범인들은 13세 소년들. 소년들은 오락실에서 놀고 있다 돈이 떨어져 빈집털이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주택가를 물색하다 이거다 하는 집을 찾아서 캐치볼을 하다 일부러 공을 떨어뜨리고 사람이 있으면 공이 들어갔다며 변명하려는 의도였다고 ~ 집에 있는 쇼코와 맞닥뜨려 당황한 세 사람은 나이프로 위협하면서 공격하게 된 모양이라 얘길하는데 13살이라는 나이탓에 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이 가로막혀 있어 그들의 이름이나 얼굴도 알 수 없수 없었던 상황. 사건 발생 당초에는 작은 기사로만 다뤄졌던 사건은 형법으로 죄를 물을 수 밖에 없는 14세 미만의 흉악 범죄라는 큰 이슈와 함께 전국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히야마는 쇼코의 통장에서 출금된 돈 500만엔이며, 빈집털이를 마음먹은 이상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먼 곳에서 하는 것이 잡힐 가능성이 낮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교통비와 수고를 고려하면 너무나 비효율적인지라 단순한 유흥비가 필요한 것뿐이라면 좀 더 간단한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등등의 작은 의문들을 갖게 된다. 마음속 깊은 분노룰 품고 살아가던 히야마에게 경찰은 4년전 사건의 범인들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 . .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어떤 식이 되더라도 부당하게 여겨지는 법인지라 항상 의문투성이라 생각했는데 . . 그들이 정말로 죄를 회개하고 갱생한건지 소년들의 과거를 캐묻고 다니던 중 쇼코의 죽음은 뭔가 강인한 운명에 의해 억지로 끌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히야마. 사건을 파헤칠수록 그것이 딸 '마나미'와의 생활과 맞바꿀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자신은 왜 이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인지. 슬플 뿐인 과거를 다시 눈앞에 끌어와 대체 뭘 하자는건지 자문자답하며 결국 가슴속에 소년들에 대한 분노나 중오만 충만해진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감정을 쭉 안고 사는 아버지 손에 자라는 '마나미'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며 마나미가 알고 싶어 할 때를 대비해 이야기를 준비해 두고 싶다 결심하는 그.

고민하고 아파하면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때. 그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글로 읽을때면 한없이 안타까웠지만 이런 모습들을 포함한 모든것들이 어쩜 이리도 묘사가 잘 되어 있는지~

더 안타까운 마음에 같이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 같다.

 

누구나 크든 작든 다양한 실수를 거듭하며 성장해가는 법이다. 잘못에는 '벌'이 아니라 '교육', 이것이 소년범의 이념. 어린이가 죄를 저지르는 건 무조건 사회탓, 어른탓이라 말하는 사람들. 과연 그럴까??

분명 사회나 가정환경, 교육의 실패로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죄를 범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다들 갖은 고생과 다양한 괴로움을 뛰어넘으며 열심히 살아가는데 그 모든것을 어른탓, 사회탓으로 돌리는 건 어린냥이 아닐런지 ~

갱생이란 무엇일까. 죄를 범한 자가 면학에 힘쓰고 정당한 직업을 가지는 것이 갱생일까. 두 번 다시 형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않는 것을 갱생이라고 하는 걸까.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전에, 자신이 범한 과오를 정면에서 마주보는 것이 진짜 갱생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이끌어 가는 것이 진짜 교정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는 히야마. 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을 읽는 재미도 좋았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여운에 한없이 가슴이 무거워지고 아파지는 이야기.

누구든 꼭 한번은 이 책을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더 울어도 돼"

히야마가 마나미를 세게 끌어안으며 했던 말. 저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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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D -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김정철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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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표지의 말랑말랑 부드럽고 감성넘치는 근사한 사진들. 온갖 디지털제품들에 대한 설명들로 가득한 데도 딱딱하지가 않다. 평소 관심갖지 않았던 부분까지의 자세한 설명은 덤 !!

대충 알고는 있지만 물어보면 대답은 못하는 ~ 앞으로는 알고 있다고 또박또박 얘기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디지털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10대부터 실사용자인 2~30대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도 자각하곤 있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더더욱 드는 생각. 컴퓨터, MP3, 카메라, 휴대폰을 제외하곤 디지털 제품이 거의 없는 편인 나는 내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사람 인 것 같다. 어떨땐 그것이 너무나 촌스럽게 느껴져 챙피해지기도 한다.

사실 첨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지금 우리 생활에서 디지털 제품을 제외한다면 그거야말로 앙꼬없는 찐빵 신세가 아닌가. 누구보다 먼저 노트북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었고 한참 유행중인 닌텐도, PSP등을 구입해 사용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쉽게 적응하는건 아니지 않는가. 구입해놓고 그 가격만큼, 스펙만큼 실용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어 동생에게 주고, 되팔기도 하고 . . . 그것이 한번 두번 반복되다보니 어느날부터 찾지 않게 된 것 뿐이다.

친해지길, 적응되길 한참 ~ 기다려야 하는 한곳에 조용히 머무르길 좋아하는 소심한 성격도 한 몫 하는듯 ~

 

내가 디지털 제품을 접하게 된 시점은 순전히 20대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부모님께 용돈을 타쓰던 것에서 벗어나 월급을 받아 생활하면서부터 하나둘 내가 원하는 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겼을 때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월급날만 기다려올 정도로 ~

학창시절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는데 흔히 좀 산다는 ~ 부잣집 친구들이 집에 컴이 하나 둘 있었고 컴퓨터 관련 과제물 숙제라도 있다면 모두들 피씨방으로 뛰어갔던 그때. 나의 타자 실력도 컴퓨터가 아닌 타자기를 치면서부터 시작하니 말 다했다. 그때에는 모든 제품들을 '환상'에 사라잡혀 구입했던 것 같다. 광고속 이미지. 특히 노트북 같은 경우는 카페에 앉아 혼자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근사해보이던지 그 모습을 따라해보고파 질렀던 기억이 난다. 딱히 할일도 없으면서 폼만 잡고파 그랬다니 ;;; 지금에와선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일까 ~ 후회되지만 ;; 그땐 그것이 무진장 중요했더랬다. 젊음의 치기였을까. 그래도 무서워하지는 않았는데 ~

 

아는것이 힘이다라고 ~ 배워놓으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거라는 말을 믿는다.

운전을하기 위해 약간의 학습이 필요하듯, 디지털 세상에서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학습이 필요하다니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는 있을 듯.

이 책을 계기로 다시한번 디지털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데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요치 않은 물건을 구입할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 내 생활속에서 무엇을 구입했을때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

꼭 필요한 제품을 똑똑하게 골라잡는 것부터 시작해봐야지 !!!

동생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해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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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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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1녀를 둔 평범한 주부 세키구치 도시코. 고요했던 그녀의 삶은 남편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크게 요동친다.

자녀들은 집과 유산을 노리고 도시코를 압박해 오는가 하면, 남편이 생전에 숨기고 있던 깜짝 놀랄 비밀이 공개되는데 . . .

 

핑크빛 표지의 단아한 여인네. 두 손을 꼬옥 움켜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마모에는 도시코가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 이후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  강해지고, 자아를 찾아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내게는 남편이 없다. 거센 상실감이 엄습해 와 도시코는 당황했다. 슬픔만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큰 짐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공포감 이었다.[p.18]

에이코처럼 씩씩하게 자기 좋아하는 것을 찾아 부딪히는 타입도 아니고, 미나코처럼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 내며 가족 시중도 들고 테니스도 치러 다니고 재산도 차곡차곡 잘 늘리는 똑똑한 주부도 아니고, 가즈요처럼 항상 예쁘게 하고 있거나 감각이 좋거나 가게를 열어 손님을 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스스로를 평범하지만 사람좋은, 아무것도 못 하는 전업 주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도시코.

가장 흔하지만 평범해서 더 좋은. . 우리네들의 엄마의 모습.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며느리이지만 여자로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 그 존재에 대해 너무도 리얼하게 이야기한다.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은, 남편이 있는 사람은 좋은 뜻에서나 나쁜 뜻에서나 남까지 생각해 줄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혹은 생각해 주고 있다고 자만할 여유가. [p.508]

스토리는 사랑과 전쟁에 나올법한 뻔~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기리노 나쓰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

초반 상속분을 정리하기전 아들 아키유키와 함께 살게 되면 함께 사는게 아닌 얹혀 사는게 아닐까 싶어 그러면 안되지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바보 바보. 외치게 되는~

그래서인지 560여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더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의 다양한 인연이 있다. 그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채 (그것도 10여년의 세월을.) 마음 아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얼어붙을 것 같았는데. 깊이 상처 입은 마음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피려한다. 어떤 모습이든 박수를 보내고픈 ~

 

책이기에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수 있는데 이게 나라면. . 이 사람이 나의 어머니라면 . . 난 어찌해야 하는걸까.

미호처럼 '엄마를 위해' 알고도 모른척 해야하는걸까. 아니면 가슴아픈 이야기일지라도 알려줘야 하는걸까.

너무도 이기적이지만 나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어난다해도 도시코처럼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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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없는 아침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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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자살해버리고 싶기도 해.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내가 죽어버렸는데 가족들이 그 다음말 나타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럼 정말 낭패겠지?

즉 이런거야. 가족들은 다 죽어버렸고, 그래서 내게 작별인사 한마디 남가지 못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느쪽이 더 나쁜건지 모르겠어."

 

친구 팸의 집에 가서 숙제하고 오겠다고 말해놓고선 여덟시 정도까지 들어오라는 귀가 약속도 어기고 남자친구와 차에 같이 있다가 아빠한테 질질 끌려서 들어와 심한 꾸중을 들은 '신시아'는 반항심에 그만 '다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극단적인 말을 내뱉고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시아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불가사의한 일을 겪게 된다.

스물다섯해가 흘러, 신시아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실종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 할 뿐이다. 그녀는 고심 끝에 가족의 행방을 찾고자 TV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그 후 "당신 가족이, 당신을 용서한답니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랫 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가족의 흔적을 찾기 위해 탐정을 고용하지만 테스이모와 함께 탐정 어백널씨가 살해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 .

 

이 책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983년 5월. 신시아만 남겨두고 가족 모두가 사라진 사건의 전과 후로.

스물다섯 해 동안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한 채 가족의 실종으로 인해 고통과 근심을 견디며 살아온 신시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항상 불안한 강박관념 속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는 힘든 생활을 하고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도 리얼하게 적어놔 책 속에 빠져들수밖에 없게 만들더라.그녀의 고통이 더이상 그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게 되었을 때, 과거의 불행이 현재의 행복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 때가 제일 맘 아팠던 것 같다.

그 사건을 담당했떤 형사조차 그녀 자신이 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을거라는 말을 하거나, 그녀의 불량스러운 남친이 가족을 헤치웠을 경우의 수를 이야기할때. 항상 무슨일이 생길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그레이스의 안전에 불안해 하는 신시아의 모습이 딸에게 옮겨져 살인자 소행성이 오지 않나 항상 망원경으로 감시를 하는 딸. 그래도 여덟살 아이의 행동같아 귀엽기만 했지만 ~

탁자 한가운데 놓여있던 아버지의 모자. 이메일, e가 닳아서 c로 쳐지는 타자기를 이용한 편지 부분에서 그녀 남편 조차 가끔 혹시 그녀가? 하는 상상을 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또 괴로워할 때 눈을 똑바로 보고 나를 믿는다고. 이 일에는 털끝 하나 관련이 없다는 걸 안다고 말해달라했지만 아주 잠깐 망설이는 사이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나갔을때의 신시아의 마음이나 그럴수밖에 없었던 테리의 마음이 이해가 너무나 마음 아팠다.

 

아무개에게. 이건 아무개가 아무개에게 보내는 편지야.

이름은 필요없어. 어쨌든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름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아. 세계는 타인들로 이루어져 있어.

수백만 명의 타인들. 모두들 서로에게 낯선 사람들이야. 가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안다고 생각하지. 특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하지만 정말 그 사람들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든 왜 놀라는거야? 예를 들면 부모들은 자식들이 저지르는 짓을 알고 놀라지. 그 애들을 아기때부터 키웠고 항상 시간을 같이 보내니까 자기 자식들이 무슨 날개 없는 천사인 줄 알지만 어느 날 경찰이 집에 찾아오는 거야.

당신 자식이 뭔 짓을 저절렀는지 아십니까? 야구 방망이로 다른 애 머리를 깼다고요. 아이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 노릇을 하던 남자가 잘 있어라, 잘 살아, 하고 떠나버려.

그러면 도대체 이게 무슨 거지같은 일이냐고 생각할 테지. 그러다 몇 년 후에 엄마가 다른 남자랑 살게 될지도 몰라. 남자는 괜찮은 사람 같지만,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게 인생이야.

인생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묻는 거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참 동안 아무 일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끝장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잘 있어, 아무개야.

 

신시아가 더이상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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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타 왕조현
유경선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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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타 왕조현은 띠지에 적힌 글 처럼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는 참 재미난 책이다. 작가의 성격 또한 이렇게 밝고 유쾌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만들 정도라는 ~

홍콩 무비스타 왕조현과 동명인인 그녀. 하연 얼굴에 까만 눈망울. 칠흙같이 검은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별로 희지도 않은 피부와 힘없는 갈색에 숱마저 탐탁치 않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 .그다지 튀지 않은 외모의 여자애가 당대 최고 미녀의 이름만 갖고 있어 생기는 고통들에 대해 재미나게 얘기해주고 있는데 그것은 강철 솜 같은 곱슬머리,  심각하게 짙은 주근깨, 11세 이후 절대 자라지 않는 키의 소유자들이 겪는 성장통과는 비교하기도 어렵다 얘기할 정도란다. 내가 그들과 비교당할 정도로 똑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거나 신체적인 특징을 갖은 사람이 아닌지라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한다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심적 부담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 청당동의 한 와인바에서 가슴이 비즈로 장식된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그녀. 근사한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있는걸까? 생각했다면 노노노 ~

일주일뒤면 서른 두 살이 될 나이에 남편도 없이, 아니 애인도 없이 <Fashion Passion> 이라는 영화 제작발표회를 진행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영화배우 왕조현이 아닌 홍보팀장 왕조현 으로써. 무비스타 왕조현은 스물다섯에 영화판에 들어와 만 7년만에 팀장 딱지를 딴 그녀의 악전고투 일과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

영화판 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선입견이랄까 ~ 굉장히 멋지고 세련됐을 것 같은데 생각외로 빈틈이 많은 여자 왕조현. 그녀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배꼽 빠질지도 모를일. 공연보러 다닌다고 오며가며 지하철에서 책읽다 138페이지 '내 인생의 D-day란' 부분을 읽다 폭소가 터져 뒤로 넘어갈뻔 했다는 ~

가볍게, 재미나게 읽기 딱 좋은 스타일의 책인 것 같다.

 

기분이 묘했다. 울렁울렁 안에서 올라올 것이 없는데도 계속 무언가가 부대꼈고, 전화를 걸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 . .익숙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가까운 나의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도 말이다.

 

곰이 한말이 생각났다.

삼십대는 무얼해도 외롭고 쓸쓸하고 허탈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이미 다 살아본 사람처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외로움을 토로할 때마다 그는 그랬다.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 외로움은 당연한 거라고.

그게 사실이고 운명이라 해도 난 외롭기가 싫었다. 그런 기분이, '우울'이 지독히도 싫어 그 자식을 찾았던 것인데 그 자식은 그저 내게 가르침만 주려고 했었구나. 또다시 나의 이십대가 억울해졌다.

그래, 그래서 술은 안되는구나. 술을 마셨으면 곱게 잠이나 처자지라는,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은 그냥 잠이나 처자주자꾸나. [p.116]

 

삼십대는 무얼해도 외롭고 쓸쓸하고 허탈하고 위한 시간이라니 ~ 설마~

노력하지 않으면 진짜 그렇게 될거라 은근 겁을 주는 것도 같다. 나의 삼십대가 외롭고 쓸쓸해지지 않도록 나에게 한바가지 웃음을 안겨주다니 . . 이 책이 도와준 듯 ~

재밌는 책읽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즐건 시간을 갖고,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듯 ~

아자아자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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