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없는 아침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씩은 자살해버리고 싶기도 해.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내가 죽어버렸는데 가족들이 그 다음말 나타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럼 정말 낭패겠지?

즉 이런거야. 가족들은 다 죽어버렸고, 그래서 내게 작별인사 한마디 남가지 못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느쪽이 더 나쁜건지 모르겠어."

 

친구 팸의 집에 가서 숙제하고 오겠다고 말해놓고선 여덟시 정도까지 들어오라는 귀가 약속도 어기고 남자친구와 차에 같이 있다가 아빠한테 질질 끌려서 들어와 심한 꾸중을 들은 '신시아'는 반항심에 그만 '다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극단적인 말을 내뱉고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시아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불가사의한 일을 겪게 된다.

스물다섯해가 흘러, 신시아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실종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 할 뿐이다. 그녀는 고심 끝에 가족의 행방을 찾고자 TV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그 후 "당신 가족이, 당신을 용서한답니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랫 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가족의 흔적을 찾기 위해 탐정을 고용하지만 테스이모와 함께 탐정 어백널씨가 살해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 .

 

이 책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983년 5월. 신시아만 남겨두고 가족 모두가 사라진 사건의 전과 후로.

스물다섯 해 동안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한 채 가족의 실종으로 인해 고통과 근심을 견디며 살아온 신시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항상 불안한 강박관념 속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는 힘든 생활을 하고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도 리얼하게 적어놔 책 속에 빠져들수밖에 없게 만들더라.그녀의 고통이 더이상 그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게 되었을 때, 과거의 불행이 현재의 행복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 때가 제일 맘 아팠던 것 같다.

그 사건을 담당했떤 형사조차 그녀 자신이 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을거라는 말을 하거나, 그녀의 불량스러운 남친이 가족을 헤치웠을 경우의 수를 이야기할때. 항상 무슨일이 생길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그레이스의 안전에 불안해 하는 신시아의 모습이 딸에게 옮겨져 살인자 소행성이 오지 않나 항상 망원경으로 감시를 하는 딸. 그래도 여덟살 아이의 행동같아 귀엽기만 했지만 ~

탁자 한가운데 놓여있던 아버지의 모자. 이메일, e가 닳아서 c로 쳐지는 타자기를 이용한 편지 부분에서 그녀 남편 조차 가끔 혹시 그녀가? 하는 상상을 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또 괴로워할 때 눈을 똑바로 보고 나를 믿는다고. 이 일에는 털끝 하나 관련이 없다는 걸 안다고 말해달라했지만 아주 잠깐 망설이는 사이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나갔을때의 신시아의 마음이나 그럴수밖에 없었던 테리의 마음이 이해가 너무나 마음 아팠다.

 

아무개에게. 이건 아무개가 아무개에게 보내는 편지야.

이름은 필요없어. 어쨌든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름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아. 세계는 타인들로 이루어져 있어.

수백만 명의 타인들. 모두들 서로에게 낯선 사람들이야. 가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안다고 생각하지. 특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하지만 정말 그 사람들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든 왜 놀라는거야? 예를 들면 부모들은 자식들이 저지르는 짓을 알고 놀라지. 그 애들을 아기때부터 키웠고 항상 시간을 같이 보내니까 자기 자식들이 무슨 날개 없는 천사인 줄 알지만 어느 날 경찰이 집에 찾아오는 거야.

당신 자식이 뭔 짓을 저절렀는지 아십니까? 야구 방망이로 다른 애 머리를 깼다고요. 아이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 노릇을 하던 남자가 잘 있어라, 잘 살아, 하고 떠나버려.

그러면 도대체 이게 무슨 거지같은 일이냐고 생각할 테지. 그러다 몇 년 후에 엄마가 다른 남자랑 살게 될지도 몰라. 남자는 괜찮은 사람 같지만,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게 인생이야.

인생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묻는 거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참 동안 아무 일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끝장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잘 있어, 아무개야.

 

신시아가 더이상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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