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1남1녀를 둔 평범한 주부 세키구치 도시코. 고요했던 그녀의 삶은 남편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크게 요동친다.

자녀들은 집과 유산을 노리고 도시코를 압박해 오는가 하면, 남편이 생전에 숨기고 있던 깜짝 놀랄 비밀이 공개되는데 . . .

 

핑크빛 표지의 단아한 여인네. 두 손을 꼬옥 움켜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마모에는 도시코가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 이후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  강해지고, 자아를 찾아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내게는 남편이 없다. 거센 상실감이 엄습해 와 도시코는 당황했다. 슬픔만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큰 짐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공포감 이었다.[p.18]

에이코처럼 씩씩하게 자기 좋아하는 것을 찾아 부딪히는 타입도 아니고, 미나코처럼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 내며 가족 시중도 들고 테니스도 치러 다니고 재산도 차곡차곡 잘 늘리는 똑똑한 주부도 아니고, 가즈요처럼 항상 예쁘게 하고 있거나 감각이 좋거나 가게를 열어 손님을 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스스로를 평범하지만 사람좋은, 아무것도 못 하는 전업 주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도시코.

가장 흔하지만 평범해서 더 좋은. . 우리네들의 엄마의 모습.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며느리이지만 여자로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 그 존재에 대해 너무도 리얼하게 이야기한다.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은, 남편이 있는 사람은 좋은 뜻에서나 나쁜 뜻에서나 남까지 생각해 줄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혹은 생각해 주고 있다고 자만할 여유가. [p.508]

스토리는 사랑과 전쟁에 나올법한 뻔~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기리노 나쓰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

초반 상속분을 정리하기전 아들 아키유키와 함께 살게 되면 함께 사는게 아닌 얹혀 사는게 아닐까 싶어 그러면 안되지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바보 바보. 외치게 되는~

그래서인지 560여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더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의 다양한 인연이 있다. 그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채 (그것도 10여년의 세월을.) 마음 아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얼어붙을 것 같았는데. 깊이 상처 입은 마음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피려한다. 어떤 모습이든 박수를 보내고픈 ~

 

책이기에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수 있는데 이게 나라면. . 이 사람이 나의 어머니라면 . . 난 어찌해야 하는걸까.

미호처럼 '엄마를 위해' 알고도 모른척 해야하는걸까. 아니면 가슴아픈 이야기일지라도 알려줘야 하는걸까.

너무도 이기적이지만 나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어난다해도 도시코처럼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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