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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현재 논의되는 이상국가의 기본 틀을 이미 500년 전에 제시하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려서 부터 너무 많이 들어온 개념이라 그런지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른이 된 지금 위의 책 소개 문구는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500년 전에 6시간 노동을 말했다고?
책은 영국의 토마스 모어의 작품이다. 그는 영국이 아끼는 아니 인정하는 법률가이자 공직자로 사회 전체의 신뢰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토피아>에는 국가, 사회에 대한 사려깊은 고민들이 담겨있다.
책은 토마스 모어가 그의 친애하는 지인 피터 힐레스에게 보낸 서신으로 시작된다. 토마스 모어는 자신의 책이 라파엘 히틀로다이오씨의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옮긴 것이며 최대한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쓰고자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1권에서 유토피아를 이야기한 히틀로다이오라씨의 이름에 대한 주석이 재미있다. '히틀로다이오스'는 그리스어로 말도 안되는 것, 시덥지 않을 것'이라는 뜻의 '휘틀로스'와 나눠주다를 의미하는 '다이오'를 합성한 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니는 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어서 이런 별명을 붙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토마스 모어는 공직을 수행하기 위한 출장 중 피터 힐레스를 만났고 그의 소개로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고 경험했던 각 나라와 지금 이 나라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또 그곳에서 시행되는 건전하고 지혜로운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토마스 모어와 힐레스는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그는 절도범을 사형시키는 제도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사유재산이 존재해서 돈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곳에서는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고 말하며 유토피아라는 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라파엘 히틀로다이오가 최고의 이상향으로 그리는 유토피아는 초승달 모양의 섬으로 54개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들은 자치적으로 운영 된다.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농촌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2년간 농촌에서 일을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거나 더 오래 농촌에 남을 수 있다. 또, 그곳은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에 집도 10년에 한번씩 추첨을 통해 얻게된다. 3시간 일하고 2시간 쉬고 다시 3시간 일 한 후에 저녁 때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는 이야기. 이것은 저녁이 있는 삶? ㅎㅎ 가장 재미있던 이야기는 금이나 보석에 대한 유토피아 사람들의 노력이다. 금, 은을 하찮은 것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예를 결박할 때 사용하는 쇠사슬에 사용하기도 하고, 죄수의 표시로 금귀고리를 차게 한단다. 또, 보석은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인식해서 나이가 들어서 보석 장식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 스스로 버라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유토피아가 최상의 공화국이라고는 하나 내용 중에는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제도가 많이 언급된다. 남자들 중에 가장 연장자가 가구주이고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가족에 편입된다든지, 식사 준비는 여자들의 몫이라든지. 여자들은 사제가 되기 어렵다든지. 물론 그 당시 영국 또 세계가 그러했겠지만 현대의 눈으로 그곳은 그리 최상은 아니다.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유토피아는 상당히 살기좋은 나라이다. 자신의 소유를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하거나 먹고 살기위해 또는 과시욕 때문에 악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일하는 시간은 적고, 여유있게 자신이 배우고 싶은 학문을 탐구할 수 있으며 화장도 필요없고, 병자를 돌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능이 모자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나라. 꽤 괜찮지않나?
나도 토마스 모어 처럼 유토피아에서 시행되는 제도 중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