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 인간의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구소영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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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신경마케팅의 선구자로 인간의 뇌와 소비를 연결시킨 저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이다. 기존 국내에도 그의 책이 네권이나 소개되었는데 모두 사람들의 소비와 뇌과학을 접목한 책이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현지와는 5년의 시차를 두고 번역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최신 뇌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인간의 감정모델을 제시한 Limbic 분석기법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고객공략법을 말한다.


코스트코의 상품 가격에는 10000원이 없다. 9990원으로 거의 만원이나 다름 없는 지출을 하게 되어있지만 소비자는 9천원에 물건을 산다는 착각을 한다. 소비자도 이성적으로는 거의 만원을 소비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알면서도 왠지 만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산다는 만족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뇌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에서의 페이크(거짓 몸동작)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조던이나 메시가 페이크를 걸어 상대방을 속일 것을 알고 같이 경기를 뛰는 상대방 선수도 당연히 그럴 것을 알면서도 당연히 조던과 메시의 페이크에 속아 실점을 하고 만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일일이 통제하지 못한다.

신경마케팅은 그런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신종 수법인 것이다.

따지고보면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끌려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990원의 마법이 모든 인간을 속이는 것이라면

저자가 개발한 Limbic 분석기법에서는 고객을 성향별로 나누어

그 성향에 맞게 마케팅을 세분화해서 사람의 개성을 극복하고 소비자 지갑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 돈을 꺼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판다는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팔려면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은 물론 자영업자와 공공기관도 손님과 시민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그리고 만족감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서 쉬운 이해를 돕고 있지만

유럽의 프랜차이즈를 거의 알지 못하는 한국에서는 단박에 이해로 다가오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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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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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법조인 중의 한명이 된 김영란씨의 신작 아닌 신작이다.

국내 1호 여성 대법관이면서 세간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붙여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 법률을 추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책이 신작이면서 신작이 아니기도 한 이유는

원고가 책 자체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르치는 법학대학원에서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책으로 엮었기에 그렇다. 일반 독자를 위해 정돈된 강의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영란씨는 정보사회가 되면서 점점 더 세력화하고 있는 여론과 그 여론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판결 또는 법적안정성 때문에 법의 감옥 안에서만 망치를 두드리느라 시대성을 잃어가는 기술적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 법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첨예한 해석으로 분분하여 사회와 법원종사자의 의견이 양분됐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데

그 기저에는 기준을 두고 있는 저작물이 있으니 존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다.

존 롤스는 2002년 타계할때까지 하버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위의 책과 함께 <정의론>, <공정으로서의 정의>, <만민법> 등의 저서를 남긴 대표적인 미국 철학자이다.


판결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극도로 팽팽한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

공공적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데 각자가 지니는 포괄적 신념체계가 아니라 공적 이성에 의한 중첩적 합의에 의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생각이 김영란씨의 뇌리에 닿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례를 살피며 한국의 법과 함께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성찰하는 책이다.


책은 일반 독자도 접근가능한 교양물이기는 하지만

법률가들이 쓰는 언어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판결물을 인용한 경우야 어쩔 수 없다쳐도 저자가 쓴 내용까지 전형적인 법률가의 문장으로 되어 있어 만연하기 그지 없는 법률어에 난독을 가진 사람에겐 고욕일 수 있다.


법과 사회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숨가쁘게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망치는 결국 한쪽의 편을 드는 소리를 땅땅 칠 수밖에 없다. 

판결이 아직 사회를 따라가지 못해도 시간이 흘러 사건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그렇게 대한민국은 뚜벅뚜벅 걸어간다. 

역사 마디를 이루는 미시사의 치열한 현장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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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1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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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완전히 종속된 지금에 이르러 한국철학의 존재를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작 학교에서 배웠던 퇴계와 율곡의 이기론 논쟁 정도가 범인들이 기억하는 한국철학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창작과비평사의 발간인으로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축에 드는 대표 지식인 백낙청씨가 좌장이 되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을 데려와 근현대의 한국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이다.

2023년 백낙청TV에서 진행했던 대담을 글로 풀어 엮었다.


시작은 동학(천도교)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종교활동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원불교, 그리고 긍정과 부정을 막론하고 큰영향력을 가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차례 나눈다.

백낙청씨는 단순히 우리 것이니까 아끼고 관심을 주자는 신토불이식의 민족주의의 발호에서가 아니라 비록 한국에서조차 소수화된 흔적에 머무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따지고보면 절대 지나쳐선 안되는 한국 종교의 진보성에 스스로 놀라며 열의를 갖고 대담에 임한다.


그런 생각이 책에도 반영되어 있는데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K-를 인용하여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대담집이라면 정연하게 적은 글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말이 들어가서 술술 이해하기 쉬울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워낙 지성으로 한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말이라서 여전히 생경한 부분이 많다. 

그만큼 한국철학이 완전히 소외되어 왔다는 방증일 것이고 경지를 이룬 지성 사이에 불쑥 들어가 동등한 수준의 앎을 느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탐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의 무지 상태에서 한국철학과 종교를 공부하고픈 초보자는

최근 저작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쓰는 유시민의 친절함을 기대해서는 금방 지칠 수 있다. 오랜시간 곁에 두고 곱씹고 한술한술 뜨면서 배우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좋은 데 아직 발굴하지 못한 우리 것이 많다.

서양문화에 대한 추종이 이미 뼛속까지 도달한 상태이긴 하지만

K-사상도 날개를 펼치고 사람들로부터 진가를 심판받을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수의 노래와 음반이 감히 빌보드 차트를 넘나들 수 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꿈에서라도 예측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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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쏙쏙 with 엔트리 - 만들면서 이해하는 AI 프로젝트 다산스마트에듀 초등 코딩·인공지능 교재
다산스마트에듀 SW교육센터 지음, 광주교육대학교 멀티미디어연구소 감수 / 다산스마트에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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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수준은 사칙연산에 있어서 도움을 받는 계산기 정도였다. 

그밖에 자율주행이라든가 자동번역이라든가 하는 영역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앞선게 사실이다.

그러던게 인간과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더니 폭발적으로 기술발전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시대라는 명명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그중 코딩이라는 것이 있다. 기계가 무슨 일을 수행하라고 만드는 기계명령어가 작동하도록 나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2025년이면 중학교부터 드디어 코딩교육 의무화 교육이 시작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코딩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코딩의 과정이란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처음과 끝의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니

코딩의 반복은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문제를 계속 해결해보는 경험을 갖는 것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하는 코딩은 엔트리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래전에는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html 언어를 알아야 했다면

지금은 홈페이지 제작툴에서 필요한 단추를 누르다보면 홈페이지가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본 책도 엔트리를 활용해서 명령어 조각을 뚝딱뚝딱 레고처럼 쌓아서 

내가 원하는 일이 컴퓨터에서 일어나게끔 만드는 방식이다.


책에서 맛볼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14개이다.

책이 안내한대로 30개 내외의 단계만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뚝딱 번역기가 만들어지고 체육복 크기 추천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코딩은 전산에 관심있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의 내가 한번쯤 상상했던 일을 실현하는 자유실험실이나 마찬가지다.

필요한 준비물은 이미 집집마다 있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전부  

아이들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코딩의 결합이 불러오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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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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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는 죽은 고기를 뜻하는데 책에서는 좀비를 의미한다.

책 속에서 좀비를 데드미트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좀비를 뜻하지만 좀비는 아닌 어휘를 선택해서 참신함을 주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일본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의 사내 공모전에서 당선된 단편을 장편으로 늘인 것이다.


인간과 좀비가 공생하는 사회

미스터골드는 좀비의 편에서서 변호도 해주는 정의파 변호사다.

그의 동생인 실버는 어릴때 좀비가 되어 아직 어린이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좀비와 인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공존의 사회를 모색하던

귀족가문은 극단 인간주의자들에게 일족이 죽임을 당한다.


부모의 묘에 성묘를 간

골드와 실버는 그곳 땅속에서 좀비가 되어 깨어난 귀족가문의 상속자 딸을 구한다.

귀족 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시작한 보험회사와의 보험금 법정싸움

쟁점은 좀비가 된 딸을 산 자로 정의하느냐 죽은 자로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점점 패색이 짙어지고 대형 보험사를 이길 가능성은 낮아져간다.


인간과 좀비의 대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좀비가 없는 현실에도 이미 계급은 존재한다.

가진 돈으로도 계급이 나뉘고

살고 있는 집의 평수로도 계급이 나뉘고

졸업증명서의 종류로도 계급이 나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다.


책은 좀비가 등장하는 공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린 것과 진배 없다.

현대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평등을 사이에 두고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평등과 차별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계속 그려지고 쓰여지는 것이다.


참고로 책의 말미에는 '시간죽이기'라는 단편작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자살을 생각했던 여자가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마음을 치유해가는 내용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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