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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최근 영화에서 인구가 과다해 식량 및 자원이 모자라 공멸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인구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악당들이 나오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어벤저스의 빌런,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의 힘으로 무작위로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고, 인페르노에서는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가 바이러스로, 킹스맨의 발렌타인은 무료 유심카드로 인류를 제거하는 설정이다.
이런 설정의 기본 근간이 되는 사상이 바로 멜서스의 <인구론>이다. 인구론에서 인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식량난을 막기 위해 결혼을 늦게 해서 출산을 덜하도록 해야 하고, 빈민을 돕는 구빈법을 폐지, 빈민촌은 전염병이 오히려 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지금 우리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큰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것은 사실일까? 멜서스가 말한 대로 현재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인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는가?
한스 로슬링은 TED 강연을 즐겨 보는 분이라면 알 수 있는 독특하고 신선한 강연으로 유명한 통계학자인데, 유명한 강연 중 하나에 시작 전에 청중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몇 개 풀고 시작한다. 책도 마찬가지로 13개의 문제를 풀면서 시작한다.
그중 한 문제를 소개해 본다.
3.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정답은 C. 지난 3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고작 평균 7%라고 한다.
이 수치는 지식이 많은 사람들, 언론인들,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해도 랜덤으로 찍어 맞추는 확률인 약 33%보다 높지 않았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모르면 찍을 수라도 있으니 맞출 가능성이 있지만, 잘 못 알면 틀릴 수밖에 없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게 한다.
사실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중간 소득수준을 유지한다.
이들이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극빈층도 아니다.
세상은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 모든 면에서 해마다 나아지는 게 아니라, 대체로 그렇다.
더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지만, 이제까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이것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이다.
이 책은 과거의 상황을 업데이트하지 않고 그대로 알고 있거나, 언론과 SNS, 마케팅을 통해 자극적인 부분만 봄으로써 잘못된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는 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날마다 일상에서, 교육과 업계, 내가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게 해주는 10가지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그 10가지 도구를 간략히 소개해 본다.
1. 간극 본능
최악인 첫 번째 오해는 세상을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라는 2개의 엉터리 상자에 나눠 담음으로써 사람들 머릿속에서 세상의 모든 비율을 완전히 왜곡해버린다.
2개의 엉터리 상자로 나눠 담던 상황은 1965년 상황이다.
세상은 크게 변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적어도 서양인의 머릿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이다.
서양인 대부분은 시대착오적 생각에 사로잡혀 서양 이외의 세상을 바라본다.
한마디로, 세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둘로 나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다수가 중간에 속한다.
더 이상 '가난한 개발도상국'이라는 집단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75%에 이르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중간쯤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절대다수는 이미 중간에 진입해있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2. 부정 본능
다수가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 줄었을 정도로 크게 변했고,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그런데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여전히 극빈층을 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다.
거의 모든 나라가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우리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뉴스는 현재 일어나는 나쁜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3. 직선 본능
이 책에서 가장 극적이며, 내 생애 일어난 변화 중 가장 믿기 힘든 것은, 전 세계 여성 1인당 출생아 수 감소를 보여주는 도표이다.
1948년에 여성 1명은 아이를 평균 5명 낳았다.
그러다가 1965년 이 수치가 전에 없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이 수치는 평균 2.5명 아래로 크게 떨어졌다.
수십억 인구가 극빈층을 탈출하면서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적게 낳기로 결심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멜서스의 <인구론>처럼 인구는 현재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가지 않고 있다.
그렇게 직선으로 늘어나는 일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4장 공포 본능
2016년에 총 4000만 대의 상업 항공기가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치명적 사고를 당한 항공기는 10대에 불과하다. 언론이 언급하는 항공기는 당연히 이 10대이다. 전체 항공기 가운데 0.000025%이다.
무사히 착륙한 항공기는 뉴스거리가 못 된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한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5장 크기 본능
2016년 420만 명의 아기가 죽었다.
유니세프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전 세계에서 1년도 살지 못한 채 죽은 아이들의 수치이다.
이 수치가 적지는 않지만, 역사상 가장 적은 수치이다.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수치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중요성을 오판하지 않으려면 수치를 하나만 갖고 따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6장 일반화 본능
사람들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
일반화 본능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
실제로는 매우 다른 사물이나 사람 또는 국가를 같은 범주로 잘못 묶을 수 있고,
같은 범주에 속한 모든 대상을 다 비슷하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수를 가지고, 심지어 매우 드문 단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그것이 속한 범주 전체를 속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엉터리 일반화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7장 운명 본능
문화, 국가, 종교, 국민은 바위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탈바꿈한다.
사회와 문화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소하고 더뎌 보이는 변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축적된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를 불변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연간 변화가 1%에 그쳐도 너무 적고 느린 것 같다는 이유로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8장 단일 관점 본능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단일한 것으로 설명되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9장 비난 본능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그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을 따르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0장 다급함 본능
의도적으로 다급함 본능을 자극한다.
이렇게 재촉하면 비판적 사고를 하기보다 빨리 결정하고 당장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침착하라. 그건 대개 사실이 아니다.
절대 그렇게 다급하지 않고, 절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다.
다급함 본능은 위험이 임박했다고 느낄 때 즉각 행동하고 싶게 만든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세계를 바라보는 잘못된 세계관을 고치게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지식에는 유통기한이 없음을 계속 갱신하고 스스로를 점검하며 돌볼 수 있게 해주는 10가지 도구를 체계적으로 쓸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한스 로슬링은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 스페셜 콘서트에 연사로 초청되어 우리나라에 맞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TED보다 한국의 발전을 세계적 시각으로 이야기해주는 강연이 너무 인상적이라 책을 읽기 전 그에 대해 궁금함이 있거나, 읽은 후 복습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세계적인 연사가 현대 i30보다 작은 유럽과 인도에서 판매되는 i10을 타고 다니는 부분도 인상적이고, 2017년까지 강연 스케줄이 꽉 차있었지만 방문해서 강연을 해주신 것도 너무 고마웠다.
이때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 대해 강연하는 것을 들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다음 해 2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모든 강연, 방송 출연, 영화 제작도 취소하면서, 이 책을 쓰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한다.
결국 암 진단 1년 후 사망하여,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살아생전 함께 일을 했던 아들 부부의 마무리로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교수였던 랜디 포시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지막 강의로 남겼듯, 한스 로슬링은 우리에게 남은 인생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책으로 남겨 주었다.
그 기회에 감사하고, 주변에 추천하고, 나누고 싶은 책이다.